트랙 주행 중인 911 GT3. 사진 포르셰
트랙 주행 중인 911 GT3. 사진 포르셰
운전석과 조수석. 사진 포르셰
운전석과 조수석. 사진 포르셰

자동차 업체들은 보통 장거리를 달리는 고성능 차량에 ‘GT’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의 약자다. 그란 투리스모는 이탈리아어로 ‘긴 여행’이란 뜻이다. 그런데 포르셰에서 쓰는 GT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이 개최하는 GT 레이싱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갖췄다는 뜻이다. 포르셰에서는 GT가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기술력을 집약한, ‘잘 달리는 차(Great Rider)’라고도 설명한다.

포르셰의 GT 차량들은 트랙에서 달린 후 곧바로 그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한국 시장에는 911 GT3가 최근 출시됐고 카이엔 터보 GT는 올해 안에, 718 카이맨 GT4는 내년 상반기에 들어온다. 10월 21일 강원 인제 스피디움에서 열린 ‘포르쉐 GT 미디어 트랙 익스피리언스’에서 세 차량을 모두 만나봤다. 주행감은 세 차종 각각 특색이 조금씩 달랐다.

911 GT3는 어떤 주행 조건에서도 노면을 꽉 쥐고 주행하는 느낌을 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출발 신호를 받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순식간에 시속 100㎞가 넘는다. 200㎞ 가까이 가속했다가 브레이크를 밟아 시속 60㎞로 급감속한 뒤 180도 가깝게 꺾이는 길을 통과할 때도 흔들림이 크지 않았다. 911의 경우 새로운 GT 차량을 출시할 때마다 최고 출력을 20~30마력씩 높인다. 신형 911 GT3는 지난 모델 대비 10마력 높아지는 데 그쳤으나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20.8㎞ 코스를 6분 59초 만에 주파해 이전 모델 대비 17초 빠른 기록을 세웠다. 모터스포츠 경험에서 쌓은 정교한 에어로다이내믹(공기역학) 노하우를 활용한 덕분이다. 신형 911 GT3에는 6기통 4L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돼 최고 출력 510마력, 최대 토크 48.0kg·m의 성능을 낸다.

신형 911 GT3는 스완 넥(Swan Neck)이라고 불리는 버팀대로 리어윙을 고정해 놨는데, 이를 통해 공기 저항은 낮춰주고 차체를 노면에 가깝게 누르는 힘(다운포스)은 높였다. 전장(차의 길이), 전폭(차의 폭), 전고(차의 높이)는 각각 4575㎜, 1850㎜, 1290㎜다. 이전 모델 대비 차체가 더 커졌음에도 신형 911 GT3의 무게는 이전 모델과 거의 비슷한 1475㎏이다. 911 최초로 앞바퀴는 20인치, 뒷바퀴엔 21인치 휠을 적용해 주행 역동성을 높였다.


트랙에서 달린 후 일상 주행도 편안하게

718 카이맨 GT4 역시 뛰어난 안정감을 보여주지만 911 GT3와 비교하면 훨씬 날쌔고 탄력적인 느낌이다. 차체 중앙에 엔진을 탑재하는 미드십 구조를 갖춰 운동 성능이 극대화됐다. 굽은 코너이면서 가파른 언덕을 올라갈 때도 눈 깜짝할 새 앞으로 튀어 나간다. 911 GT3보다 한결 더 경쾌한 느낌인데, 911 GT3보다 높고 카랑카랑한 톤의 엔진음을 낸다. 718 카이맨 GT4는 대형 리어윙과 디퓨저, 차체 곳곳의 흡기구 등을 통해 공기역학 성능을 높였다. 특히 고정식 리어윙은 이전 모델보다 20%가량 더 많은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섀시도 트랙에 맞게 최적화했고 세팅 변경도 가능하다. 새롭게 개발된 4L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돼 최고 출력 428마력, 최대 토크 43.85kg·m의 성능을 낸다. 최고 속도는 시속 302㎞,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9초.

718 카이맨 GT4는 PDK 스포츠 버튼을 사용해 최대 성능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자동 기어 변속 레버(automatic selector lever)는 911 GT3 디자인과 유사한데, 4L 자연흡기 엔진의 모든 718 모델에 적용되는 PDK 7단 기어는 더 짧아진 기어비를 가진다.

전장, 전폭, 전고는 각각 4456㎜, 1801㎜, 1269㎜다. 내부에는 알칸타라를 대체하는 고품질 레이스-텍스(Race-Tex) 소재가 사용됐다. 레이스-텍스를 직접 만져보면 촉감은 알칸타라와 비슷하다. 높은 통기성은 물론이고 트랙 주행 중에도 몸이 쏠리지 않도록 하는 높은 지지력을 보여준다.

카이엔 터보 GT는 일반 카이엔 터보 차량보다 지상고를 17㎜ 낮추고 중량은 2200㎏에 달하지만, 최고 출력 650마력, 최대 토크 86.7kg·m의 강력한 성능 덕에 차체 무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3초, 최고 속도는 시속 300㎞다. 카이엔 터보 GT에는 현재 포르셰에서 가장 강력한 8기통 바이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일반 카이엔 터보 엔진과 비교하면 크랭크축, 커넥팅 로드, 피스톤, 타이밍 체인 드라이브 및 비틀림 진동 댐퍼 같은 핵심적인 요소들이 개선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3초로 911 GT3(3.4초)보다 빠르다. 스티어링 휠을 급격하게 꺾어도 차가 뒤뚱거리지 않고 운전자의 의도대로 정확하게 방향 전환을 한다. SUV에서 유독 더 심한 좌우로 흔들리는 롤링 현상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노멀에서 스포츠, 스포츠플러스로 주행모드를 바꾸면 지상고가 낮아지고, 서스펜션이 단단해진다. 파워트레인과 섀시도 카이엔 터보 GT에 맞춰 조정된 고유의 세팅이라고 한다. 뉘르부르크링은 20.8㎞를 7분 38초 만에 주파해 SUV 신기록을 세웠다. 실내는 카이엔의 여유로운 공간과 고급스러움을 그대로 살렸다. 8방향으로 조절 가능한 프런트 스포츠 시트와 스포츠 리어 시트 시스템을 기본 사양으로 탑재했다. 헤드레스트에는 ‘터보 GT’라는 레터링도 새겨졌다. 전형적인 포르셰 스포츠카처럼 스티어링 휠 12시 방향에 노란 색상의 포인트가 적용됐다. 차세대 포르셰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PCM) 시스템이 탑재돼 애플 카플레이(Apple CarPlay), 애플 뮤직, 애플 팟캐스트는 물론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도 지원된다. 국내 판매 가격은 911 GT3 2억2000만원, 카이엔 터보 GT 2억3410만원이며, 718 카이맨 GT4는 미정이다.

변지희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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