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학교법인 예덕학원 이사장(2012~) / 백종원 대표는 “전통주 중에는 지금 당장이라도 해외에서 각광받을 술이 적지 않다”며 “전통주를 수출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더본코리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학교법인 예덕학원 이사장(2012~) / 백종원 대표는 “전통주 중에는 지금 당장이라도 해외에서 각광받을 술이 적지 않다”며 “전통주를 수출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더본코리아

음식 연구가, 외식 사업가, 유명 방송인.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를 일컫는 말들이다. 이제 이 호칭들에 ‘전통주 양조자’라는 단어를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두어 달 전에 백 대표가 ‘백걸리’라는 막걸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외부 판매는 하지 않고 지인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고 있다지만 ‘정식 출시는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의견이 많다.

백술도가란 이름의 양조장 면허도 취득했고 막걸리도 흔한 페트병 대신 고급스러운 유리병을 패키지로 사용했다. ‘일단 만들어놓고 나서 시장(전통주 업계와 소비자) 반응을 본 뒤에 판매 시기를 결정하는 수순을 밟겠다’라는 것이다.

‘본업인 음식 사업이나 방송 활동하기도 벅찰 텐데, 막걸리는 왜 만들었을까?’ ‘막걸리를 시작으로 앞으로 정말 전통주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것인가?’ 등등 궁금증이 커졌다. 서울 논현동 더본코리아 본사 사무실에서 백종원 대표를 인터뷰했다. “아직 외부 출시 계획이 없어 인터뷰는 곤란하다”는 백 대표를 겨우 설득해 자리를 마주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백 대표는 전통주 홍보를 위해 전통주 양조에 뛰어들었다고 답했다. 전통주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는 우선 본인이 술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직접 술을 만들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학습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막걸리 양조에 도전했다고 했다. 방송에서 적극적으로 전통주 얘기를 해서, 전통주를 일반인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백종원 대표가 양조장 백술도가를 차려 개발한 막걸리 ‘백걸리’. 알코올 도수 14도로, 백 대표는 얼음을 넣어 마실 것을 권한다. 사진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양조장 백술도가를 차려 개발한 막걸리 ‘백걸리’. 알코올 도수 14도로, 백 대표는 얼음을 넣어 마실 것을 권한다. 사진 더본코리아

사업 초기부터 막걸리 양조장을 해보고 싶었나.
“외식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면서부터는 막걸리 양조장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막걸리를 팔아보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첫 사업으로 쌈밥집을 했다. 30년 전 이야기다. 쌈밥집에서 막걸리를 팔았다. 냉면의 차가운 육수를 만드는 슬러시 기계를 이용해서 얼음 막걸리를 만들어 팔았다. 냉면 육수를 살얼음 형태로 만들 듯이, 막걸리를 살짝 얼려서 파는 거였다. 그렇게 해봤는데 결국 실패했다. 슬러시 기계에 넣어 막걸리를 돌리니까 막걸리가 빨리 상했다.”

막걸리를 직접 만든 이유는.
“‘골목식당’을 비롯해 공익성이 강한 방송을 하다 보니까 이제 전통주 업계를 위해서도 무언가 도움 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방송에서 음식 얘기를 하면서 지역 농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음식이란 게 농산물이 주된 재료이니까. 실제로 지역 농산물 판로를 개척하는 일을 방송을 통해 많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통주에 대해서 섣불리 얘기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너무 어려운 분야이고, 음식보다는 상대적으로 내가 잘 모르는 분야가 술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술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 전통주 빚는 지역 양조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전통주 업계에 유명한 전문가분들을 찾아뵙고 얘기를 많이 듣기도 했다. 그래서 우선 막걸리를 빚기 시작한 것이다.”

막걸리 빚기는 언제부터 했나.
“술 공부를 하기로 작정하고 나서 2~3년 전부터 집에서 직접 막걸리를 담아보기 시작했다. 사실, 알코올 도수 14도인 백걸리는 막걸리가 아니다. 물을 타지 않은 원주다. 그런데 내가 원래 손이 크고 성미가 급한 편이다. 술 한 통을 빚어, 그 술 발효가 끝나기도 전에 또 한 통의 술을 새로 빚는 식으로 하다 보니 술 양이 엄청나게 불어났다. 집 안에 술독이 하나둘씩 늘어나니까 아내가 질색하더라. 그러면서 아내도 완성된 술을 맛보고는 굉장히 좋아했다. 그런데 무언가 맛있는 걸 만들면 그걸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담은 술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됐다.”

술을 팔지 않고 그냥 선물로 준 것이 왜 문제가 되나.
“술을 담아서 나눠주는 것 자체도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해결방법을 찾다 보니 양조장 허가받기가 그리 까다롭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차라리 양조장 허가를 내세요’ 주변에서 이렇게 권했다. 양조장에 이러저러한 현대 설비를 들여놓는 데는 골목식당 대전 편에 출연한 박유덕 사장이 큰 도움이 됐다. 나보다 앞서 양조장을 차렸다. 또 박 사장도 전통주 현대화에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백걸리 도수는 왜 14도로 했나.
“알코올 도수를 낮추려고 물을 타기가 싫었다. 집에서 술을 만들 때도 물 타지 않고 원주 상태로 마셨다. ‘독한 막걸리를 마시고 취하면 되지, 왜 물을 타나?’ 싶었다. 워낙 도수가 높다 보니, 백걸리의 마케팅 포인트를 ‘물을 타거나 얼음을 넣어서 마실 것’으로 잡고 라벨에도 그렇게 표기했다. ‘온더록스(on the rocks)로 즐기는 막걸리’를 강조한 것이다.”

외부 판매 계획은 없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 이미 말했지만, 백걸리는 판매를 목적으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전통주를 방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어서 만든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준비가 된다면, 또 시장 여건이 허락한다면 외부 판매도 할 것이다.”

백걸리는 세 번 담금한 삼양주다. 삼양주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발효 과정에서 세 번 술을 담그는 삼양주가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백걸리를 삼양주로 만들게 됐다. 삼양주는 밑술 한 번, 그리고 두 번의 덧술로 발효가 마무리된다. 삼양주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삼양주가 뭐지? 백걸리는 왜 삼양주로 만들었지?’ 궁금해하지 않겠나. 소비자들이 전통주에 한발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향후 다른 주종의 술을 만들 계획은.
“증류식 소주에 관심이 많다. 지역 농산물 판매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서 다양한 소주를 만들고 싶다. 일본이나 중국에는 좋은 소주가 많다. 우리나라에도 마찬가지다. 가령, 전남 해남은 고구마가 유명한데, 고구마 소주가 딱이다. 다양한 원료로 소주를 만들어 해외 시장을 두드려보고 싶다.”

2030 젊은층을 위한 전통주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2030 소비자들은 물론 누구나 전통주에 관한 모든 콘텐츠를 한곳에서 볼 수 있고, 전통주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형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전국 양조장에서 만드는 다양한 전통주를 소개하는 공간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