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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3년 차에 접어든 임인년(壬寅年) 새해. 주요 그룹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은 신년사에서 ‘고객’ ‘변화 속 도전’ ‘미래를 위한 혁신’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도약을 다짐했다. 총수들은 코로나19, 기술 패권 전쟁, 글로벌 공급망 대란 속에서 불확실한 상황에 주저하기보다 올해를 새로운 변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최고의 고객 경험”

삼성·현대자동차·LG그룹 경영진은 신년사에서 일제히 고객을 강조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월 3일 그룹 사상 처음으로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시무식을 열어 전 세계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정 회장은 “올해는 ‘가능성을 고객의 일상’으로 실현하는 한 해로 삼고자 한다”며 “미래 최첨단 상품의 경쟁력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소프트웨어(SW) 원천기술 확보 여부에 달려있다. 우수 인재가 있는 곳에 AI 연구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후 4년 연속 고객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12월 20일 일찍이 신년사를 공개하며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것은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이라며 “우리의 생각과 일하는 방식도 여기에 맞게 혁신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올해도 이재용 부회장 명의의 신년사는 내놓지 않았다. 대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이 1월 3일 공동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는데, 이들 역시 고객 경험을 강조했다. 이들은 “고객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돼야 하고, 최고의 고객 경험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기존 가전(CE) 부문과 모바일(IM) 부문을 통합해 DX(Device eXperience·디바이스 경험) 부문을 신설한 것도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도전과 혁신 “실패 두려워 말고 실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31일 사내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기업의 숙명은 챔피언이 아니라 도전자가 되는 것”이라며 “새해에도 위대한 도전 정신으로 미래를 앞서가는 ‘새로운 시간의 프런티어(개척자)’가 되자”고 주문했다.

유통 업계 라이벌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모두 1월 3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캐나다의 유명 아이스하키 선수인 웨인 그레츠키의 말 “시도조차 하지 않은 샷은 100% 빗나간다”를 인용했다. 신 회장은 “융합된 환경 속에서 연공서열, 성별, 지연·학연과 관계없이 최적의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도전에는 빠르고 정확한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 역시 “2022년은 신세계그룹이 디지털로 피보팅하는 원년”이라며 “이제 ‘오프라인조차 잘하는 온라인 회사’가 되기 위한 실천만 남았다”고 했다.


“100년 기업 만들자”

‘100년 기업’과 ‘역사’를 강조하는 등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다짐도 이어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가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이하는 해라는 점을 강조하며 “100년 한화를 이끌 우수 인재 확보에 총력을 다하자”고 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또한 같은 날 신년사에서 ‘급변하는 경영 환경하에서 100년 기업을 향한 그룹의 지속 성장과 기업 가치 제고’를 주문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올해는 대한항공이 ‘글로벌 메가 캐리어(대형 항공사)’로 재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 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미래 성장을 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와 협력하는 사업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더 큰 도약을 향해 자신감을 갖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LS그룹 3대 회장에 취임한 구자은 회장은 “한 손에는 전기·전력·소재 등 앞선 기술력을, 다른 손에는 AI(인공지능)·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선행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며 ‘양손잡이 경영’을 제시했다.

조직 체질 개선에 대한 당부도 있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연공 서열을 타파한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탁월한 성과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보상을 하는 것이 혁명적 조직 문화 혁신”이라고 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변혁의 시기에 회사가 생존하고 성공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민첩한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했다.


Plus Point

경제 단체장 신년사
“규제 완화·동기 부여·혁신과 도전할 환경 필요”

(왼쪽부터)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사진 조선비즈 DB
(왼쪽부터)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사진 조선비즈 DB

경제 단체 수장들은 2021년 12월 30일 신년사를 통해 ‘신속한 규제 완화’ ‘혁신과 도전 환경 마련’ 등을 건의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과감한 정책을 속도감 있게 펼쳐달라는 주문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이 새로운 역할에 관심을 두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 메커니즘’이 잘 갖춰지길 바란다”며 “성공한 사업 모델을 만드는 기업이 많이 나오려면 국가·사회가 기업 부문의 고민과 해법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기업들의 손발을 묶어놨던 낡은 규제부터 혁파하고, 기업들도 혁신의 DNA를 되살려야 한다”며 “정부 당국도 변화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을 펼쳐달라”고 주문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며 “네거티브 규제(금지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로 전환하고,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을 철폐해야 한다”고 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작된 경제 환경 변화는 특히 기업에 더 과감하고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5인 미만 소상공인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적용 요구 등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