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여도 내 쉴 곳은 오직 집 내 집뿐이리.’ 불경기일수록, 삶이 팍팍하고 고달플수록 가정의 가치는 빛난다. 오늘은 그래서 가정의 화목과 웃음에 대해 말하려 한다.

한 남자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외롭고 허하다. 이성이 그립다. 불쑥불쑥 생겨나는 주체할 수 없는 본능도 큰 문제다. 한 여자를 만난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좋은 걸 어떻게 하나, 그녀가 좋은 걸, 누가 뭐라 해도 좋은 걸 어떡하나, 말로는 곤란하다. 설명할 수 없지, 그냥 그녀가 좋다. 눈감으면 떠오르고 꿈을 꾸면 나타나고 안 보면 보고 싶고 헤어지기 싫어지네.

한 여자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화장발이 안 받고 가슴이 요동치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그러다가 한 남자를 만난다. 왜 그런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이만 보면 그이만 보면 설레는 마음을 달랠 길 없다.

이런 심리적 회오리를 통과하는 의례를 치른 후 늑대 같은 남자와 여우같은 여자는 사랑의 보금자리를 꾸민다. 웨딩마치와 함께 둘이 합하여 하나가 된다.

‘야호! 이제 헤어지는 고통은 없다. 매일 보다니 이게 꿈이냐 생시냐?’

그러나 해도 차면 기울고, 십 일 가는 붉은 꽃 없다 했던가? 호르몬이 떨어졌는지 안 보면 죽고 못 사는 사이에서 날이면 날마다 죽겠네, 못살겠네 하는 사이로 변한다. 유머와 웃음의 치유가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 웃음이 넘치는 가정을 만들기 위한 좋은 방법으로 칭찬해주기와 노래 부르기가 있다.

한 부부가 있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남편이 신문을 보고 있는데, 아내가 살그머니 다가와 남편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속삭인다.

“여보 우리 곧 세 식구가 되요.”

그 말을 듣고 남편이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응? 그게 정말이야? 언제부터지, 언제부터야?”

“다음 달이에요.”

“정말?”

“그럼요, 다음 달부터 우리 친정어머니가 아주 서울에 올라 와 사시겠대요.”

이 스토리가 계속 이어진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잘 됐다. 그동안 효도도 못 했는데.”

반대의 경우도 예상된다.

“야! 나하고 말도 안 하고 결정하기야, 허락 못해!”

가정의 결정권자는 누구?

여자의 의견을 따르는 남자와 남편의 권위를 허무는 걸 용서하지 못하는 남자. 당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당신 가정의 결정자(key person)는 누구인가? 여성을 이해하고 말을 들어주는 자상한 남성이 될 수는 없을까? 남성의 권위를 인정해주는 지혜로운 여성이 될 순 없을까?

시대 변화를 보니 여성들의 발언권이 세지고 있다. 요즘 왕성한 경제 활동을 통해 능력 있는 여성, 남편의 배 이상 되는 고소득을 올리는 여성이 많아진다는 것은 가정경제 향상이나 개인 능력 개발이란 측면에서, 또한 21세기가 여성의 시대란 점에서도 바람직한 일임엔 틀림이 없다.

허나 신나게 경제 활동하는 데 걸림돌인 남편도 있다.

“누가 돈 벌라고 했어. 밥 안 굶길 테니까 집안일이나 잘해.”

이런 식의 구시대형 남편,

“야, 직장 나간다고 갑자기 화장을 하고 난리야.”

이런 식의 의처증 남편도 문제다.

그러나 남자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무시하고 서로 대화를 단절한다면 앞길은 더욱 깜깜할 뿐이다. 직장에 다니느라 피곤하겠지만 남편에게 좀 더 상냥해진다면 어떨까?

“자기, 나 직장에서 많은 남자를 대하지만 자기만한 사람은 없더라.”

남자가 닭살 돋는다고? 천만에.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고 하지만 남자 역시 오십 보 백 보다. 나이 먹을수록 심신이 허해진다. 건강 나빠지지, 이어서 체력 딸리지, 밤이 무서워진다. 약해지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남편이 잠자다가 목이 말라 일어났다, 그런데 부스럭 소리에 깬 아내 하는 말

-지금 할라꼬?

힐끗 쳐다보곤 아무 말 없이 불을 켰더니, 요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아내 하는 말

-불 키고 할라꼬?

머리맡에 둔 안경을 찾아 썼더니, 갸웃거리며 아내 하는 말

-안경 쓰고 할라꼬?

인상 쓰며 문을 열고 나갔더니, 눈을 반짝거리며 아내 하는 말

-밖에 나가 소파에서 할라꼬?

못들은 척 그냥 나가 냉장고 열고 물을 꺼내 마시고 있자니, 침을 꼴깍 삼키며 아내 하는 말

-물 먹고 할라꼬? 내도 좀 다고~목 타네~?

한 컵 가득 주고 도로 들어와 잠을 청하려 하니, 실망한 눈으로 쳐다보며 아내 하는 말

-낼 할라꼬?

이 어찌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내용인가? 웃음 끝에 중년남자들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중년이 되면 칭찬이 반갑다. 부하에겐 능력 칭찬을 받고 싶고, 그녀에겐 체력 칭찬을 받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뻔한 아첨을 해도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서로 칭찬을 하자. 가능하면 좀 오버하면서 닭살이 돋을 때까지 상대를 띄워주자. 선의의 거짓말까지 동원해서 말이다.

“언니, 형부 요새 너무 배가 나왔더라.”

이런 말을 들었다면 이렇게 각색해보라.

“동생이 글쎄 당신보고 듬직한 느낌이 든데.”

상대의 기분을 살려주는 말 한마디의 아량과 지혜가 당신의 가정을 천국으로 만든다. 매주 월요일 저녁을 가족 칭찬의 날로 정해보자. 화요일도 괜찮다. 딸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유행가를 불러보자. 음악으로 고양된 분위기를 살려 곧 바로 칭찬타임이다. 가족 수대로 쪽지를 준비해 이름을 적는다. 아버지가 뽑은 쪽지는 딸, 딸에게 칭찬 한마디.

“우리 딸 요즘 부쩍 예뻐지는데.”

딸이 뽑은 쪽지는 엄마, 엄마에게 칭찬.

“엄마, 항상 챙겨주셔서 고마워요.”

노래와 칭찬은 웃음을 낳고, 웃음은 화목을 가져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