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펀드도 인터넷 시대’ 최근 은행과 증권사 등의 금융회사들이 인터넷을 통해 펀드에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번거롭게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에 찾아갈 필요가 없는 데다 창구에서 직접 펀드에 가입하는 것보다 펀드 비용도 저렴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펀드가입은 어디까지나 전문가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충분한 상담을 거친 다음에 고려해야 한다.

터넷을 통한 펀드가입은 기존 인터넷뱅킹이나 사이버트레이딩에 가입했다면 별다른 절차 없이 인터넷 통장을 만들 듯 가입할 수 있다. 따라서 매우 편리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수수료가 저렴한 장점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 펀드에 가입하게 되면 판매보수와 운용보수를 합친 총보수가 0.8~0.9%대로 지점에서 판매하는 주식펀드의 총 보수 2~3%대에 비해 1/3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인터넷뱅킹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e-태극 인덱스펀드’의 경우 수수료가 0.8%에 불과하다. 이 펀드는 코스피200지수를 따라가도록 운용하는 펀드로서 인터넷에서 자금이체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국민은행에서 판매하는 인터넷 전용 펀드인 ‘e-무궁화펀드’는 수수료가 0.9%이며 지난 4월 말까지 230억원어치가 판매됐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 3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e-오션 코스피200인덱스파생상품1’을 판매하고 있는데 총 비용이 0.8%이다. 우리은행 역시 인터넷 전용펀드인 `e-트리플V'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펀드몰(Fund mall)이

판매 시장 확 바꾼다

증권사도 이에 질세라 잇따라 각종 이벤트 행사를 벌리면서 인터넷을 통한 펀드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은 홈페이지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펀드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 상품권 및 1000만원 규모의 펀드 지원금을 증정하는 `온라인펀드 페스티벌`을 오는 7월 말까지 개최한다. 삼성증권은 수수료가 저렴한 온라인 전용상품 `삼성 e-스마트 인덱스펀드`와 적립식 `웰스플랜 펀드` 등 40여 가지 펀드를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3월 말 선보인 인터넷 전용펀드인 `e-마이스타일 펀드'로 최근 3억400만 계좌를 확보했다. 이 상품은 고객이 직접 주가 상승이 예상되면 불(Bull) 마켓 인덱스펀드에,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베어(Bear) 마켓 인덱스펀드에, 주가 예측이 어렵다면 단기상품인 MMF로 갈아 탈 수 있는 ‘엄브렐러 펀드’다. 펀드를 갈아타는 것과 상관없이 수수료는 연 0.8% 정도다.

인터넷을 통한 펀드판매를 선도했던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해 7월 선보인 인터넷 전용펀드 `Tops e주식투자신탁'의 가입자가 늘고 있다. 회사 측은 "폭발적으로 판매가 늘고 있지는 않지만 인터넷 전용펀드의 장점을 아는 고객들로부터 문의와 가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현재 맵스자산운용이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인터넷 전용 인덱스펀드인 `맵스 e-오션 KOSPI200인덱스펀드'를 개발해 신한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등을 통해 판매 중이다.

이처럼 인터넷을 통한 펀드가입이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의 경우 인터넷을 통한 펀드판매 시장 격인 ‘펀드 슈퍼마켓’의 판매비중이 전체 시장의 39%에 달할 정도로 발전해 있다. 이는 투자자 입장에서 낮은 비용으로 펀드에 가입할 수 있고 금융회사 지점 등에 나갈 필요가 없어 시간 절약 등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판매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판매비용이 절감되고 새로운 고객관리 채널이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다.

철저한 투자계획 선행돼야

그런데 인터넷을 통한 펀드가입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통할 경우 펀드 상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 스스로 이를 찾아야 한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상품소개 자료 등을 볼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한 게 현실이다. 대부분의 인터넷 가입 가능한 펀드가 운용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인덱스펀드’로 제한돼 있는 것이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해 펀드에 투자하더라도 이에 앞서 전문가를 찾아 충분한 상담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펀드는 은행 예금상품처럼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는 단순한 상품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펀드에 가입할 때도 엄연히 거쳐야 할 순서가 있다. 펀드에 투자하기에 앞서 우선 투자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상품부터 선택하려고 든다. 계획 없이 무작정 펀드부터 고르다보니 단기적인 시장상황에 따라 부화뇌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투자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우선 투자의 목적을 분석하고 결정한다. 은퇴 후 생활 자금, 자녀 교육 자금, 주택 마련 자금과 같이 투자목적을 세우면 투자기간과 최소 목표수익률, 부담 가능한 위험 수준 등이 달라진다.

다음으로 주식, 채권, 부동산과 같은 자산들에 대한 투자비중을 정한다. 이런 자산구성비율을 정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장기적인 수익률 예측이 필요하다. 은퇴 후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경우 은퇴 시점에 필요한 생활 자금에서 현재 자산을 빼면 앞으로 모아야 하는 자산의 규모를 계산할 수 있다. 품위 있는 은퇴 생활에 필요한 부족 자산을 모으기 위해서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에 대한 적절한 투자비중을 결정한다.

또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자산별로 적합한 상품 유형을 정해야 한다. 주식의 경우 가급적이면 주식투자비중이 높은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주식편입비가 낮은 혼합형이나 차익거래형과 같은 특수한 유형의 펀드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 효과적이다. 복잡한 펀드일수록 투자자에게 가려진 그늘이 많기 때문에 단순한 유형의 펀드가 좋다.

이제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투자할 펀드나 상품을 구체적으로 선택한다. 펀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가장 마지막 의사결정 단계다. 이렇게 각 단계별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실 쉽지는 않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믿을 수 있는 전문가를 만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인터넷을 통해 펀드에 가입할 경우 이 같이 복잡한 과정에 대한 도움을 받기 어렵다. 따라서 펀드 투자에 대한 전문가의 도움을 충분히 받은 다음 필요할 경우 일부 인터넷을 통해 펀드에 가입하는 식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도 인덱스펀드와 같이 비교적 구조가 단순한 펀드에 한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