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의 <파우스트>를 보면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는 글이 있다. 아무리 멋진 은퇴를 꿈꾼다 해도 정작 경제 활동기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그 계획은 한낱 일장춘몽일 것이다.

미국 사람들이 은퇴를 위해 기본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은퇴 상품으로는 401K라고 불리는 기업연금과 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s, 개인퇴직계좌)를 꼽을 수 있다. 연간 자기 임금의 6%까지 넣을 수 있는 401K와 연 2000달러까지 납입할 수 있는 IRA는 두 가지 모두 소득공제 혜택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납입금액에 제한이 있다.

이 때문에 은퇴 후의 생활비를 적어도 현재의 70% 수준이기를 희망하는 미국인들은 401K나 IRA 외에 별도로 투자형 보험 상품이나 뮤추얼펀드, 그리고 연금보험(Annuity)에 많이 가입한다. 은퇴 설계인 만큼 적어도 10년 이상 장기로 운용되는 상품을 선호한다. 저금리 환경 때문에 금리가 확정된 일반적금 같은 안정성에 치중한 상품보다 운용성과에 따라 추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펀드 상품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특히 미국의 연금보험(Annuity)은 가입기간 동안에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고 원금에 다시 보태 계속 투자된다는 점에서 뮤추얼펀드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 이런 혜택을 과세이연(Tax Deferral)이라 하는데, 어차피 나중에 세금을 내면 똑같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소득세율이 높은 경제 활동기에 세금을 내지 않고 은퇴 후 소득이 적고 세율이 낮을 때 세금을 내게 되면 그만큼 절세 효과가 클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은퇴 상품은 국민연금, 개인연금, 그리고 퇴직연금이다. 이런 상품은 기본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정서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세제혜택상 투자할 수 있는 한도가 미국처럼 제한되어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기본적 연금 상품만으로는 은퇴 자금을 충분하게 마련하지 못한다고 생각될 때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 변액연금보험, 변액유니버셜보험, 그리고 적립식펀드이다. 2001년에 도입된 변액연금보험과 2003년에 도입된 변액유니버셜보험은 오늘날 대부분의 생명보험회사에서 주력으로 판매할 만큼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이런 상품들은 기본적으로 은퇴 설계에 적합한 중장기 금융 상품이지만 가입할 때는 물론 가입 후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시장 환경에 맞게 적절히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훌륭한 금융기관의 재무 설계사 가운데는 윤리성을 바탕으로 선진적인 재무 설계 기법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은퇴 설계를 하고 적합한 상품을 고를 때는 반드시 실력 있고 믿을 수 있는 금융기관의 재무 설계사를 선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보통 개인들이 직접 필요한 예상 자금을 산출하고 상품을 분석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과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퇴 설계는 당사자는 물론 금융기관의 재무 설계, 그리고 우리 사회가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계속 조사 연구하고 대비해 가야 할 매우 어렵고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이다. 고령사회(Aged Society)에 접어든 한국에서도 은퇴 설계는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지금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안 될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