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 가장 선호하는 투자 대상은 부동산이다.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봐 온 경우가 부동산 부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부자들은 어떻게 부자가 됐을까? <이코노미플러스>는 전국의 부동산 부자들의 성공 스토리를 연재한다.

50대 후반의 김모씨(여)는 그 유명한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에 산다. 김씨의 직업은 부동산 중개업과 식당업에, 부동산 임대업까지 겸하고 있다. 필자가 김씨를 만나게 된 것은 모 은행 지점장이 김씨가 매수한 상가에 대한 잔금대출건으로 현장실사와 함께 매수자인 김씨를 소개했을 때다.

50대 초반의 모 지점장은 김씨를 자신의 최대 고객으로 생각하고 ‘누님’이라는 친숙한 호칭을 사용하면서 부동산과 사업체에 대한 금융서비스의 전담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김씨는 타워팰리스 2채와 도곡동의 식당 2개, 중개사무소 1개, 상가 2개, 수원 영통지구의 상가 1개, 영등포 및 용인의 토지 6000평 등, 약 300억원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수수한 옷차림에 약간 마른 체형의 김씨는 성격이 활발하고 시원시원했다. 상가에 대한 현장실사를 마친 다음, 김씨 소유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김씨의 ‘성공 스토리’를 듣게 됐다.

김씨는 여느 부동산 부자들과 마찬가지로 은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먼저 자신 소유의 부동산에 대해 약 70억원 정도의 대출을 안고 있었는데, 상가와 식당 등에서 나오는 현금으로 이자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작년에는 국세청의 부동산 투기사범으로 찍혀 엄청난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요즘엔 될 수 있으면 보유 부동산을 조금씩 처분하고 신규 매수는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소위 말하는 벼락부자 또는 졸부 스타일의 부자는 아니다. 그의 일상은 어지간한 사람들은 감당하기 힘든 만큼 빡빡한 스케줄로 가득했다. 새벽 4시면 기상해서 서울 강남의 양재천을 1시간 정도 산책하고 조간신문을 꼼꼼히 확인하며 식사 후에는 집 근처의 사무실과 식당 2곳에 출근해 그날의 업무를 체크하는 것으로 오전을 시작한다. 이어 은행 관련 일이나 사무적인 일들을 처리하고는 부동산 현장실사를 다닌다. 현장실사 후에 다시 사업체에 들러 그날의 매출과 비용을 점검하고 나면 밤 11시에서 12시정도 된다. 이 같은 김씨의 일과에는 휴일이 따로 있을 수 없었다.

꼼꼼한 분석 후 과감한 배팅

김씨는 막강한 현금 동원력으로 여러 루트를 통해 다양한 중개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자신이 공인중개사로 활동하면서 투자자로서 직접투자도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다양한 물건을 가지고 접촉해왔다. 그는 그렇게 접촉해 오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을 홀대하지 않고 그들이 가지고 오는 물건들을 꼼꼼히 챙겨보고 쓸 만한 것이라 판단되면 어김없이 현장실사를 하고 인근 지역을 분석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좋은 물건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과감히 매수했다. 또한 물건을 매수할 때 그는 물건을 소개해준 사람에 대해 소개비를 후하게 쳐주었다. 소개비를 아끼면 좋은 물건이 자신에게 오지 않는다는 점을 오랜 경험에서 체득한 것이다.

김씨의 투자 스타일을 보자. 김씨는 투자할 돈이 묶여있을 때는 끊임없이 돌아다니면서 부동산을 소개받고 분석하고 검토하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보유 부동산 중 일부를 매각해서 수중에 돈이 들어오면 돈 없을 때 돌아다니면서 봐둔 부동산을 매입한다. 돈이 있으면 소개 받은 부동산이 웬만하다 싶어 별다른 고민 없이 쉽게 계약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동산은 돈이 없을 때 이것저것 따져 그 부동산에 완전히 숙달되고 주변의 환경변화를 상상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확신을 가지고 투자를 할 수 있고, 그래야 실패 없는 투자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김씨는 “돈 있다고 해서 남의 말만 믿고 스스로 확신 없는 투자를 해서는 투자에 성공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그는 금융기관을 철저히 이용한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있더라도 가능한 한 금융기관을 최대한 이용해 자기자본의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에 숙달되어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은행 지점장 같은 사람과 꾸준히 친분을 유지해왔다. 그는 주변 사람이 은행대출을 한다든가 할 때는 자신과 거래하는 지점장을 추천해서 그 지점장의 실적을 높여주는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김씨에게 최근의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먼저 서울 강남 3개구의 버블에 대해 그는 “타워팰리스는 내놓기만 하면 누군가는 가져간다”며 “돈 있는 사람들은 좋은 물건에 대해서는 원가를 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동산에 대한 각종 규제가 강화되는 요즘 토지 시장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땅 투기하지 말라고 정부는 각종 규제를 가하지만 행복도시니 기업도시니 혁신도시니 하는 각종 개발호재를 발표하고 있는 것은 정부예요. 정부가 언제 땅 투기하라고 한 적이 있나요? 토지에서 중요한 것은 규제가 아니고 정부가 발표하는 개발 관련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어디를 어떻게 언제 개발하는지, 그리고 그 계획이 지속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정부의 의지를 여러 경로를 통해서 물어보고, 현장에서 확인하고, 자기 스스로 공부해서 투자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시장에 대한 전망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저 자신도 전망하려 노력하지도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