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몸단장을 새롭게 하고 무한 발전의 비전을 향해 글로벌 시장으로의 항해에 나섰다. 창립 55주년을 맞아 임직원의 의식 개혁에서부터 실질적인 경영 혁신에 이르는 대변혁을 선포한 것이다. 신뢰(Trust), 존경(Respect), 혁신(Innovation)으로 대표되는 ‘한화 트라이서클(Hanwha TRIcircle)’은 이번 대변혁의 출발을 이끄는 깃발이다.

“강력한 기업 브랜드가 기업의 경쟁력과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다. 고객과 주주, 일반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일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자.”

1년 전인 지난 2006년 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새로운 CI 개발을 통해 의식 개혁과 경영 체질 개선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을 주문했다. 그동안 정적이고 보수적이며 안정 추구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서 동적이고 진취적인 기업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브랜드의 세계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그로부터 1년 뒤 김 회장은 세 개의 원으로 한화의 정신과 비전을 상징하는 ‘한화 트라이서클’이라는 새로운 CI를 선포했다. 그러나 단순히 시대의 트렌트를 좇아 겉모습만 바꾸는 것을 경계했다. 오히려 새로운 CI를 모멘텀으로 한화인들의 의식 개혁부터 실질적인 경영 혁신에 이르기까지 전사적인 대변혁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세 가지 실천 목표를 내놓았다. 그룹의 핵심 정신인 신용과 의지를 바탕으로 “첫째 최고의 고객 감동을 전하는 초일류 글로벌 기업의 미래상을 구현하고, 둘째 인류 행복 추구를 최상의 가치로 삼아 존경받는 기업으로서 거듭나야 하며, 셋째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세계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회장이 그룹 경영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 2005년부터로 알려지고 있다. 2002년 대한생명 인수를 전후로 다소 어수선했던 그룹 분위기가 안정을 되찾았던 때다.

당시 김 회장은 삼성·LG·SK그룹 등이 곧잘 입에 올렸던 ‘일류 직원, 일류 기업, 일류 문화 지향’을 창립기념사에서 화두로 던졌다. 돌이켜보건대 그간 한화그룹이 단 한 번도 세계 최고, 세계 최초를 목표로 하는 일류 기업을 지향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내부에 팽배해 있는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기업문화 분위기 또한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룹의 중심축인 금융사업 부문의 통합된 미래 청사진을 심도 있게 구체화시켜야 한다면서 전략적인 그룹 내 시너지 경영 추진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 회장이 강조한 ‘일류’는 기존 그룹들의 그것과는 달랐다. 김 회장의 일류는 ‘스피드’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책상에서 탁상공론만을 논하느라, 어렵게 찾아온 시장 선점의 기회를 놓친다면 디지털 경영환경에서의 승리는 요원합니다.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시대입니다.”

김 회장의 경영철학으로 일컬어지는 일명 ‘스피드 경영’이다. 과거에는 규모에 의한 경영이 성공했다면 이제는 규모가 아니라 속도가 경영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2006년 창립기념사에서 이를 한층 구체화시켰다. 어떻게 스피드 경영을 구현할 수 있느냐에 대한 화두를 제시한 것이다. 임직원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스피드 경영이 김 회장의 그것과 괴리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각 사별로 해당 업종의 성격과 보유 자원, 외부 시장환경 등을 고려해 해외 사업 진출 여부를 검토 중이지만, 변화의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글로벌 시대에는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는,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 본능을 배워야 합니다. 내일의 오아시스를 선점하기 위해, 오늘 당장 사하라 사막에라도 뛰어든다는 헝그리 정신이 절실합니다.”

스피드 경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철새의 생존 본능과 오아시스를 갈구하는 헝그리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남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차세대를 넘어 차차세대 동력까지 발굴해 나가는 형국에 한화는 기존 사업에만 만족하고 있는 게 아닌지, 미래 생존 차원에서 기존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면밀히 재분석하고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이처럼 두 번의 창립기념사를 통한 김 회장의 의지는 창립 55주년을 맞이한 올해 ‘뉴(New) CI’ 선포식으로 이어졌고, 이어 ‘뉴(New) 한화 플랜’으로 보다 명확하게 정립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화그룹의 미래 비전이 담겨질 뉴 한화 플랜은 아직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전담팀이 구성돼 내부적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늦어도 올 10월 창립기념일에는 전문이 발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1월3일 뉴 CI 선포식 기념사에서 “지난날의 역사가 그룹의 발전과 성장을 도모하며 미래의 초석을 다지는 반세기였다면, 오늘 이후 앞으로 이어갈 50년은 우리 한화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통해 한 차원 높은 미래를 열어가는 도전과 개척의 역사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어제까지의 한화가 기업의 생존을 위한 성장에 머물렀다면, 내일의 한화는 인류의 상생과 번영에 기여하는 한 단계 더 승화된 초일류 기업으로서의 진화를 추구하게 될 것”이라며 뉴 한화 플랜의 큰 틀을 예고했다. 어제의 한화를 뛰어 넘어 끊임없이 진화하며 무한 성장하는 뉴 한화의 모습을 예상할 수 있다.

이같은 한화그룹의 가치와 미래 비전 그리고 변화에 대한 의지를 함축적으로 상징하고 있는 뉴 CI는 ‘한화 트라이서클’이다.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한화의 새로운 미래를 구현하고자 하는 한화인의 의지를 담고 있다.

“한화 트라이서클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우주 속으로 무한 진화, 팽창, 성장해 나가는 세 개의 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각각의 세 원은 서로 창조적인 만남을 통해 한화의 핵심정신, 그룹 비전, 비즈니스 측면의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한편, 고객, 사회, 인류의 조화로운 발전에 이바지하며 세계 수준의 기업으로 무한 발전하는 그룹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서체도 기존 특정 산업 부문의 경직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소비자 지향적이고, 첨단·진보적인 이미지와 금융 부문 이미지 확장의 필요성에 따라 세련되고 고급스러우며 글로벌하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서체로 바뀌었다. 친근하고 부드러우며 그룹의 핵심 사업인 금융업 및 제조·건설, 서비스·레저 등을 포함하고 그룹의 핵심 철학인 신용과 의리의 이미지에 부합하며 대기업의 위상에 걸맞은 규모감 및 대표성까지 표현하고 있다.

한화 트라이서클의 세 원은 각각 신뢰, 존경, 혁신을 뜻한다. 이 세 가지 키워드는 한화인들이 반드시 지켜 나가야 할 그룹의 핵심 정신이다. 신뢰는 ‘고객을 향한 한화그룹의 경영철학’이다. 한화그룹의 정신인 신용과 의리를 핵심 정신으로, 고객이 감동할 수 있는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무한한 신뢰를 받는 초일류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확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존경은 ‘인류와 사회를 향한 한화그룹의 경영철학’이다. 국가 사회에 대한 신용과 의리를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그룹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혁신은 ‘한화그룹의 임직원들을 향한 경영철학’이다. 신용과 의리를 바탕으로 초일류 글로벌 그룹으로 도약을 위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의 기업문화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한화 트라이서클의 세 원은 고객, 사회, 인류의 발전과 삶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초일류 한화 브랜드를 의미한다. 한화의 신용과 의리를 바탕으로 고객에 대한 신의, 사회에 대한 책임, 인류에 대한 기여와 존경을 표현하고 있다. 금융, 제조·건설, 서비스·레저 등 세 가지 사업 부문이 서로 시너지를 이루어 끊임없이 글로벌하게 변화 성장하는 모습을 상징하기도 한다.

한화그룹의 CI 변경은 이번이 네 번째다. 한화그룹 CI 변천사는 그룹 성장사와도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1952년 10월 김종희 선대회장에 의해 설립된 한화그룹의 첫 CI는 설립 이듬해인 1953년 모기업인 한국화약(주) 심벌마크다. 화약산업을 중심으로 한 기초 산업 분야 이미지를 지극히 사실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심벌마크가 직접적으로 업종이나 회사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원형을 톱니바퀴로 표현함으로써 기간산업을 토대로 한 기업경영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하단의 구(球)는 지구를 뜻하며 구 위의 불꽃은 횃불이다. 평화와 미래의 길잡이로서 온 세계로 밝게 뻗어가는 한국화약의 의지를 상징하고 있다. 양 옆의 망치는 장인정신을 가지고 근면, 성실한 자세로 일하고 있는 근로자를 의미한다. 구에 새겨진 KEC는 한국화약㈜의 영문약자다. 최초의 심벌마크는 1964년까지 11년 동안 한화그룹을 상징했다. 당시의 한화그룹은 실제 한국화약㈜ 하나의 법인만을 갖고 있었고 인천공장에서만 생산을 했기 때문에 그룹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 규모가 커지고 업종이 다각화하면서 새로운 CI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돼 한국화약 창립 12주년을 맞아 두 번째 CI를 도입했다.

이때의 심벌마크는 마름모형의 입체적인 다이아몬드 중앙에 영문 이니셜 ‘K’가 새겨져 있다. 입체적으로 구성된 다이아몬드는 상향으로 경사져 상승 기세를 반영하고 있으며, 마름모의 4면과 모서리는 세계 어디라도 진출한다는 적극적인 기상을 나타내고 있다. 중앙의 ‘K’는 한국화약㈜와 한국화약그룹을 통합하는 의미다.

이 기간은 한화그룹이 말 그대로 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해 한국의 10대 그룹으로 성장한 변화의 시기다. 석유화학과 정유, 기계 등 기간산업을 위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한국화약㈜ 하나만 있을 때는 필요가 없었던 ‘그룹’이라는 표현도 CI에 반영됐다.

또한 창업주 김종희 회장에서 2대 김승연 회장으로 경영권이 이전된 시기이기도 하다. 2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승연 회장은 선대 회장이 고집했던 기간산업 위주의 사업 확장을 계승했다. 한양화학(현 한화석유화학)을 인수하고 경인에너지의 지분을 인수해 내국화한 것이 그것이다. 김 회장은 기간산업이 아닌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과 명성(현 한화리조트) 등을 인수하며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세간의 걱정을 일거에 불식시켰다. 이 CI는 1994년까지 만 30년 동안 사용됐다.

1981년 김승연 회장 취임 이래 꾸준히 추진한 한화그룹의 업종 다각화와 규모 확대로 그룹 내에서 화약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저히 낮아졌다. 반면 석유화학, 에너지, 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이 확대됐다. 특히 1980년대의 사업 확장과 1990년대의 세계화 추세가 주류를 이루면서 그룹 명칭과 사업 내용의 불일치, 다양한 계열사의 명칭이 주는 혼란스러움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사명 통일로 시너지를 높여 시장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화는 1992년 10월9일 그룹 명칭을 한국화약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변경했다. 이어 2년 뒤인 1994년 10월9일 새로운 CI를 발표하고, 계열사 명칭을 한화로 통일했다.

한화의 세 번째 CI는 역동적 형태로 각인됨으로써 도전 의지를 표현했고, 석유화학, 정보통신 등 당시의 주력 사업을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맞게 되고 한화그룹 역시 그 회오리 밖에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한화는 다른 기업보다 한 발 앞선 구조조정을 통해 그 위기를 극복했고, 몸집을 가볍게 하는 대신 수익성이 높은 사업구조를 갖추게 됐다.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함에 따라 다시 10대 그룹의 위상을 되찾았고, 기존 사업과는 다른 새로운 사업구조도 갖추게 되었다.

따라서 12년 만에 새로운 CI를 선포하고 세계 수준의 글로벌 기업으로 무한 발전한다는 그룹의 비전을 담았다.

이처럼 한화는 단순한 시각 이미지 개선이 아닌 그룹의 사업구조, 임직원의 의식, 경영철학, 비전까지 새롭게 구축한다는 의미에서 사업구조가 바뀌거나 새로운 경영철학이 반영되어야 하는 등 주요한 전기마다 CI를 변경했다. 기업이 발전할 때마다 CI를 바꾸기도 했으며, CI가 바뀔 때마다 기업이 발전하기도 한 것이다.

특히 이번 CI 교체와 함께 한화그룹은 기업의 비전과 업종의 성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일부 계열사의 사명도 변경했다. 각 계열사 이미지 통합이라는 원칙 하에 ‘변화와 혁신’, ‘글로벌 경영’이라는 그룹의 새로운 경영 방침과 업종 성격 및 규모감 등을 회사명에 적절히 담아냄으로써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를 높여 가업 가치를 높이고자 한 것이다.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은 독창적인 CI

고객 친화적·가치 지향적·CI 네이밍 등

21세기 트렌드도 반영


한화그룹 뉴 CI의 개발자는 카림 라시드(Karim Rashid, 47세)로 현재 뉴욕에서 활동 중인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다. 라시드의 작품은 제품, 인테리어, 의류, 가구, 조명, 설치 작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며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선두 주자다. 현재 전 세계 14개 미술관에서 약 70여 작품이 영구 전시 중에 있으며 주요 디자인으로는 프라다, 다비도프, 에스띠로더 패키지, 현대 블랙카드 등이 있다.

라시드는 이번 한화그룹 CI 제의를 받고 조금은 놀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CI는 세계적인 전문 브랜드 마케팅 회사에게 의뢰하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이다. 사실 라시드는 제품, 인테리어, 패키지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관한 디자이너다. 물론 그래픽 포트폴리오도 있지만 전문 그래픽 디자이너는 아니다고 스스로 말했다. 그는 제의를 받고 이 같은 뜻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화그룹이 자신에 대해 관심을 보인 이유를 에이전트를 통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급변하는 큰 사업 축에서 기존의 대형 제조업(화약 중심)에 중점을 둔 사업구조였을 때 디자인한 CI보다는 소비자 친화적인, 소비자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는 21세기형 CI가 필요했다고 이해했다. 특히 기존 몇 년간에 걸쳐 세계적인 CI 전문 업체로부터 시안을 받았지만 대부분이 기존의 안정적인 틀을 기본으로 한 너무나 단조로운 디자인뿐이었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때문에 기본과 차별화되며 미래지향적인 그러면서도 고급스러운 일종의 high-end casual 디자이너로 알려진 자신이 물망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에 라시드는 기존의 프로젝트와는 성격이 다른 CI 작업에 매력을 느끼게 됐고, 적극적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제조, 서비스, 건설이라는 한화의 큰 사업군, 어떻게 보면 상호 독립적일 것 같지만 유기적으로 엮여져 있는 사업군을 전체적으로 하나로 표현하는 과제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

1차로 부드러운 원형의 조직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상호 유기적인 수백 개의 시안이 한화그룹에 전달됐다. 그 가운데 최종 10개 정도가 압축, 선정됐다. 2차 디자인 작업 후 라시드는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한화를 방문했다.

라시드가 제출한 수백 개의 시안은 CI 업계에서 제안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시안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일형 홍보팀 부사장은 “CI는 이래야 된다는 틀에 얽매이지 않았기 때문에 독창적인 CI 선택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10개의 시안 가운데 창의성, 애플리케이션 적용 등의 이유로 탈락한 시안 외에 최종 2개가 선정됐고, 3개의 큰 사업 군을 끊이지 않는 원으로 표현한 최종 안, 즉 한화트라이서클이 낙점을 받았다. 라시드는 이 3개의 원이 지속성, 소비자 친화, 미래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CI 디자이너로 라시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국내외 많은 브랜드 디자인 업계와 접촉한 후 라시드가 추구하는 작품세계가 미래지향적이고 새로운 실험이란 걸 확인했다”며 “그런 점에서 한화그룹은 창의성에 많은 비중을 두면서 새로운 각도에서의 CI 개발에 접근했기 때문에 홍보팀에서 라시드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CI 디자인 작업은 크게 3가지 형태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기업은 CI에 대한 전문적인 개발 및 관리 부서를 기업 내에 두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CI 전문 업체와 그룹 담당부서와의 협력의 형태로 개발되는 경우가 하나다. 그리고 국내외 브랜드 개발의 노하우를 축적한 국내 CI 전문 업체가 개발하는 경우와 보다 명확한 글로벌 스탠더드의 획득을 위해 국내 업체와 해외 CI 전문 업체가 조인해 국내 및 해외의 현지 사정에 적합한 최적의 CI를 공동 개발하는 사례도 많다.

국내 CI 제작사들과 공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CI 업체로는 L&M, 랜도(Landor), 인터브랜드 등이 있다. 미국의 CI 전문 업체인 L&M은 1993년 삼성그룹의 CI 교체 작업을 진행했고, 최근 SK그룹의 행복 날개를 개발했다. 국내 기업과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미국의 CI 전문 업체인 랜도는 LG그룹과 GS그룹, 국민은행(KB bank) 등의 CI를 개발했다. 또한 국제 브랜드 마케팅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회사 중의 하나인 영국 CI 전문 업체 인터브랜드는 FIFA와 함께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의 엠블럼과 마스코트를 디자인했다.

그러나 CI 전문 회사 외에 세계적인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기업 CI를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는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분야의 대부로 불리는 이반 셔마이예프(IVan Chermayeff)가 1999년 신세계백화점과 2001년 조선호텔의 CI 작업을 진행했고, 독창적인 활자체의 개발로 관습적인 타이포그래피를 개혁한 스타 디자이너 네빌 브로디(Neville Brody)가 2004년 한국타이어의 CI를 혁신적인 스타일로 개발했다.

그러나 이들 CI 개발업체와 디자이너 그리고 의뢰 기업들이 추구하는 21세기 기업 CI 트렌드의 핵심은 ‘고객 친화적’이고 ‘가치 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CI는 기업명을 나타내 타사와 구별을 하거나 창업주가 선호하는 상징들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CI는 한화, SK, 금호아시아나, GS 사례에서 보듯 과거의 권위와 무게감에서 탈피해 고객에게 친근하고 부드럽게 다가가 고객과 감성적 연결고리를 형성하고자 한다. 또한 기업이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기업의 가치와 철학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고객이 경험한 기업 이미지가 쌓여 시장을 움직이는 강력한 기업의 자산이 된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최근 CI 디자인에서 고객들에게 기업의 가치나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컬러나 형태의 사용, 친근한 느낌을 전달하는 소문자 표현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다른 하나는 한화의 트라이서클, SK의 행복날개, 금호아시아나의 Wing, LIG 손해보험의 희망구름 등 CI에 붙는 이름이다. 과거에는 기업의 CI에 별도의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CI에 이름을 붙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CI에 이름을 붙이게 되면 CI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외부 고객뿐만 아니라 내부 임직원들에게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제 기업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기업을 식별하거나 지칭하기 위한 요소가 아닌, 고객들에게 자사가 지향하는 가치와 이미지를 설명해주는 커뮤니케이션 키(Key)로서 C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은 CI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네이밍을 통해서도 고객에게 자사의 가치와 감성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