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이 편안해야 국민소득 2만불 달성”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보나미텍스그룹 박영신 회장이 최근 방한해

‘네덜란드 개성상인이 보는 한국 경제’란 주제의 강연을 했다.

강연 후 박 회장을 만나 ‘2만달러로 가는 길’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업 활동과 관련된 한국 정부의 점수는 0점이다. 기업 활동을 도와주어야 할 정부가 기업의 발을 잡고 있다. 현 정부에서 말하는 ‘네덜란드식 노사정위원회’도 왜곡된 시각이다. 실제로 네덜란드 노사정에서 기업이 힘들다 말하면 노조가 모든 것을 다 포기한다. 자기 잣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

 <나는 네덜란드 개성상인>이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박영신 보나미텍스그룹 회장(54)이 한국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눈길을 끈다. 지난 11월11일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에서 주최한 조찬모임에서 ‘네덜란드 개성상인이 보는 한국 경제와 2만달러로 가는 길’이란 주제로 강연을 한 박 회장은, “국민소득 2만달러로 가기 위해서는 기업인들이 편안하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게 경제 주체들이 도와주어야 하는데 현재 한국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식 노사정 회의는 기업 활동 위한 조직

 1976년 (주)선경 네덜란드 지사 주재원으로 네덜란드 생활을 시작한 박 회장은 1980년 보나미텍스(주)를 설립하며 ‘빈치스타’라는 브랜드를 개발해 유럽의 의류업계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한국에는 <나는 네덜란드 개성상인> <네덜란드 개성상인의 국제경영 이야기> 등의 저서를 펴낸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하다.

강연을 마친 박영신 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 자리에서도 공격적인 논조를 계속 펼쳤다. 특히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갈등 구조와 관련해 “국민소득 2만달러 이야기를 하는데, 노사정이 똘똘 뭉쳐야 2만달러로 갈 수 있다. ‘Unity makes power(뭉쳐야 힘이 생긴다)’다. 그때까지는 기업을 위해 뭉쳐야 한다. 분배는 2만달러가 되면 자연스럽게 된다. 유럽의 역사가 그걸 증명하지 않는가”라고 말하며 정부의 역할은 외풍을 막아주는 것으로 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 정부는 0점”이라는 게 박 회장의 평가였다.

 정부가 경제 발전의 마스터플랜을 설계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박 회장에겐 비판의 대상이었다. 2만달러 이후에는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도 되지만 그 이전에는 정부의 리딩이 필요하다는 게 박 회장의 주장이었다.

 “국민소득 2만달러로 가기 위해서는 한국이 동북아의 허브로 확고하게 자리 매김해야 합니다. 실제적이며 실용적인 즉 이익을 내는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가져야 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해야 합니다.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 잡은 중국과 최고의 R&D센터인 일본 사이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비관의 목소리가 높은데, 역으로 보면 세계 최고의 공장과 연구소를 우리가 이용하면 되는 겁니다. 중국을 하청공장으로, 일본을 연구소로 활용해 만들어진 제품을 우리가 세계에 파는 거예요. 이를 위해 저는 컨테이너, 유조선, 바지선, 유람선 등을 1만 척을 구비할 것을 제안합니다. 세계의 바다를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겁니다. 트럭 10만 대를 확보해 유라시아 대륙을 누비고 항공기 1000대로 하늘을 점령하면 허브는 자연스럽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비용이요? 돈 안 들이고 배를 마련하는 방법은 많습니다. 그런 걸 활용해야죠.”



2만달러로 가는 기반, 동북아 허브

 기업에 대해서도 박 회장은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은 쉬운 일만 하려 한다는 게 그 요지였다.

 “도전을 안 합니다. 쉬운 거만 하려고 해요. 나이키는 신발을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나이키는 마케팅 회사에요. 공장을 차리는 건 쉬워요. 하지만 마케팅은 어렵습니다. 세계와 싸워야 하고 특히 유대 상인과 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자신이 없으니까 공장주인으로 만족하는 거죠. 자기 브랜드 없이 하청공장으로 전락하는 건 쉬운 길이지만 수익도 적고 미래도 없습니다. 힘들더라도 공장에 오더를 주고 자신은 마케팅을 하는 구조로 가야 합니다.”

 자신 같은 ‘개성상인’이 되란 이야기인데, 박 회장은 이를 위해 한국의 교육 과정을 철저한 실무 위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청년 실업’ 문제도 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단다. 무역 실무와 이를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교육을 받아 당장 수익을 내는 ‘청년’이라면 기업체가 왜 고용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유럽도 90년대 초반에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EC(유럽공동체)에서 1993년 심포지엄을 열었고 그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이 전통적인 방식의 ‘도제 프로그램’으로 교과 과정을 개편하자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박 회장의 경우도 사내에 ‘빈치스타 도제훈련’ ‘빈치스타 MBA 코스’를 개설해 전문적인 ‘국제 상인’을 양성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 박 회장의 비전을 물었다. 그의 꿈은 ‘아시아 중앙은행’ 설립이었다. 경제적이며 정치적인 답변이었다. 부시 대통령 재집권으로 북한 핵이 국제사회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회장은 “세계의 돈이 모일 때 전쟁은 없다”란 멘트로 경제와 정치를 묶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파산된 경제에 필요한 것은 물자가 아니에요. 자신들이 사고자 하는 품목들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외국의 돈입니다. 백령도와 비무장지대를 국제적인 채널 아일랜드와 협정을 맺어 아시아의 채널 아일랜드가 되도록 해주는 겁니다. 이를 통해 국제 머니가 들어오도록 유도하면 되는 거죠. 이런 일은 원화가 아시아의 주통화로 자리 잡는 데도 큰 몫을 할 겁니다. 북미에는 달러, 유럽에는 유로화가 있듯이 아시아에도 아시아 통화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니셔티브를 한국이 쥐어야죠. 우리의 지리적인 여건 즉, 중국의 노동력, 일본의 기술과 경제력에 우리의 ‘개성상인’ 기질만 제대로 활용하면 원화가 아시아 커런시가 되고 국제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연을 위해 전날 밤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한 박영신 회장은 오후에 잡혀 있는 중국 공장 방문을 위해 빠른 걸음으로 인터뷰 장소를 빠져나갔다.

최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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