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제한은 적정한 것인가? 은행 지분 제한 규정은 규제를 풀지 않는 정부와 허용을 바라는 재계 사이에 낀 ‘뜨거운 감자’다. 재벌이 은행까지 소유해선 안 된다는 ‘견제론’이 그동안 주류를 이뤘다면, 은행들이 속속 해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외국 자본들이 거액을 챙기자 ‘대항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렇다면 정작 현업에 있는 은행 경영진의 의견은 어떨까? 10개 은행 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코노미플러스>는 국내 10개 은행 경영진(이사급 이상)을 대상으로 ‘국내자본의 은행 소유 지분 제한, 의결권 제한’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외국자본이 헐값에 국내 은행을 사들여 비싸게 파는 것에 비해, 국내 산업자본은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해 당사자인 은행의 주요 경영진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설문 조사에는 은행 임원 50명이 응답했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에 대한 현 주요 시중 은행 경영진의 생각은 과거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부의 ‘산업자본 은행 지분 소유 제한’에 대해 찬성, 반대를 묻는 질문에 찬성(27명, 54%)과 반대(23명, 46%)가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는 감히 입 밖에 꺼낼 수도 없는 분위기였다”는 모 은행 고위 관계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산업자본과 은행은 별개라는 인식은 당연한 것에 비출 때 절반 가까운 47%의 반대는 이해 당사자인 은행권 주요 인사들의 의식에도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규제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임원들은 ‘자본시장의 형평성’(13명, 51.8%), ‘외국자본의 대항마’(6명, 26.4%), ‘외국자본에 의한 금융시장 왜곡’(4명, 17.36%)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외국자본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국내 현실에 대해 은행 임원들도 상당히 우려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절반 이상의 은행 임원들은 여전히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은행의 재벌기업 사금고화’를 압도적으로 우려(19명, 70.4%)하고 있고, ‘은행 고객의 이익 침해’(4명, 14.8%),‘ 경쟁력 집중으로 인한 은행 간 불균형 발생’(4명, 14.8%)도 찬성의 이유로 꼽혔다.

 찬성하는 이들 중 절반의 응답자는 현 정부의 산업자본 진출 제한 수준이 적절하다(14명, 51.8%)고 답했다. 나머지 절반은 ‘한도 축소’(7명, 25.9%), ‘한도 대폭 축소’(6명, 22.2%)를 해야 한다고 답해 전체 응답자의 4분의 1가량은 현재의 지분 소유도 많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반 양측 ‘경영권만큼은…’

 한편, 현재의 제한 규정을 반대하는 임원들 대부분은 소유 지분 한도 완화(16명, 69.44%)를 주장했다. 소유 한도 규정 자체를 완전 폐지해야 한다(5명, 21.7%)와 소유 한도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2명, 8.68%)이 그 뒤를 이었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면 적정한 한도는 어디인가’를 묻는 질문(전체 응답자의 95%인 45명 응답)에 응답자의 3분의 2는 ‘경영권 인수를 하지 못하는 정도가 적정하다’고 응답(32명)했고, ‘경영권 인수가 가능한 지분까지’(7명), ‘한도 규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6명)가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소유 제한 규제에 찬성하는 이들의 ‘규제가 완화된다 하더라도 재벌의 은행 소유만큼은 안 된다’는 생각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거꾸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이들의 상당수도 산업자본의 경영권 획득만큼은 우려함을 알 수 있다.

 소유 제한 규제가 풀려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규제가 적당하냐는 질문(100%, 50명 응답)에는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28명)와 현 감독 체제 수준(22명)을 제시했다. 이는 응답자 모두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더라도 은행을 산업자본의 사금고화하는 단계는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소유했을 경우(또는 은행을 소유했을 경우)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에 대해서는 지금의 제한 규정을 그대로 유지(20명)하거나 보다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24명)는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재보다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6명에 불과했다.

 결론적으로, 주요 시중 은행의 임원들도 과거와는 달리 산업자본의 은행 진출에 대해 ‘완전 반대’에서 ‘소극적 반대’, 또는 ‘조건부 찬성’으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에 대한 은행 경영진의 이 같은 인식 변화는 외국자본이 국내 은행을 헐값에 사들여 비싼 값에 외국계 은행에 되파는 과정에서 막대한 차익을 남겼음에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기막힌 현실과, 5조 원가량의 공적자금은 결국 회수도 하지 못한 채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 것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설문 조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에 대해 여전히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정부와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재계의 인식 중간에 이해 당사자인 은행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불과 수년 사이에 발생한 이 같은 변화의 폭은 향후 정부의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비현실적임을 웅변하고 있는 셈이다.

오성택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