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불안하다. 지난 4월25일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이 998.9를 기록함으로써 97년 11월14일 이래 약 7년5개월만에 원·달러 환율 세자릿수에 재진입하게 됐다. 3월에도 장중 한 때 989까지 하락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외환 당국의 개입 등으로 종가 기준으로는 1000을 지킨 바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달러화 약세와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외환 당국도 2004년 10월 외평기금 파생 거래 문제로 운신 폭이 좁아져 이번에는 심리적으로 매우 의미가 있는 종가 기준 1000을 지켜낼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환율 하락이 외환 딜러들이나 신경 쓸 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국가간 경제가 상호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고 기업이나 개인들이 국경을 넘어 활발히 활동하는 글로벌시스템하에선 환율 변동, 특히 환율 급락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직간접적으로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높고 외환보유고가 많아 환율 하락시 그렇지 않은 다른 나라들보다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된다. 매일 매일 외환을 거래하는 딜러와 달러화 부채나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환율이 경제 전반이나 개별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의해 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환율, 정부 시장 개입이 변수

 환율은 한 나라의 돈이 다른 나라의 돈과 어떤 비율로 교환되는가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00이란 의미는 미국돈인 1달러를 얻으려면 한국돈 1000원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환율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 고정돼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하루에도 1003원이 됐다가 980원이 되었다 변동이 심하다. 물론 중국과 같이 고정환율제를 사용하는 일부 국가의 경우 환율 움직임은 극히 제한적이지만, 이 경우에도 환율 변화 요인들이 누적되면 결국 환율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율은 어떤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일까. 주가에 미치는 요인이 수없이 많아 우리가 주가를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고 사람마다 예측이 다르듯, 환율도 수많은 변수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무엇이 환율을 결정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가장 전통적인 설명은 각국의 물가 수준이 환율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요타의 렉서스 LS 자동차가 미국에선 6만달러에 거래되고 한국에서는 7000만원에 거래된다면 환율은 6만달러=7000만원, 즉 1달러=1166.67원이 돼야 한다. 만약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이라면 미국에서 렉서스를 1대 사서 한국에 팔면 1천만원이 남기 때문에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결국 환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궁극적으로는 이 논리가 맞을 수도 있지만 관세라든가 운반비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기적 환율이 이처럼 단순한 사실에 의해 모두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다음으로는 무역수지나 자본수지가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무역수지는 한 나라의 수출과 수입의 차이를 말하며, 자본수지는 한 나라가 외국에 빌려 주거나 투자한 돈과 빌리거나 외국에서 그 나라에 투자한 돈의 차이다. 무역수지 흑자란 수출 금액이 수입 금액보다 많은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수출을 통해 번 외국돈이 수입을 위해 필요한 외국돈보다 많아져  외국돈의 공급이 늘어나며, 이에 따라 외국돈 값이 떨어짐으로써 무역수지가 균형을 이루는 선에서 환율이 결정된다.

 이러한 요인들 이외에 각국 중앙은행의 개입도 환율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과거 많은 정부들은 아주 제한된 범위내의 환율 움직임만을 허용하는 고정환율제를 시행해 왔다. 이 경우 정부에서 사전에 정해진 환율에 따라 외국 통화를 자국 통화로 교환해 주기 때문에 기업 및 투자자들은 환율 변동에 대한 리스크 없이 안심하고 해외로의 수출이나 투자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고정환율제는 자국의 수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자국 통화 과소 평가에 이용되는 경향에 따라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를 야기했다. 게다가 수출 호조로 들어온 외국돈을 계속해서 국내 돈으로 바꿔 줌에 따라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물가가 상승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이에 따라 지금은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환율을 시장 기능에 맡기는 변동환율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각국 정부는 나름대로 바람직한 환율을 정하고 이를 달성키 위해 시장 개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외환 당국의 강력한 환율 방어로 2003년 11월부터 2004년 11월까지 1년 가까이 1140에서 1200 사이를 오갔다.



 미국 약달러화 정책 지속 전망

원.달러 환율 하락은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정도가 심하긴 하나 전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추세에 따른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향후 환율 추이는 물가나 금리, 무역수지 등 여러 경제적 변수의 영향을 받겠지만 미국의 달러화 정책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경제 호조에도 대규모 무역수지 및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무역수지와 재정 적자 해결에 있어 약달러냐 강달러 정책이냐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장관 존 스노는 공식적으로는 미국의 양호한 경제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강달러 정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엄청난 무역적자 문제 때문에 내심으로는 약달러를 지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선 약달러가 불가피하지만, 이 경우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데 고민이 있다.

 대규모 무역적자를 해소키 위해선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 약달러를 통한 미국 기업의 가격경쟁력 회복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대규모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한 재무성증권을 대미 무역흑자를 많이 내고 있는 일본,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대규모로 매입해 왔는데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이들 국가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게 된다. 이는 이들 나라로 하여금 유로화와 같은 미국 재무성증권 이외의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게 될 것이고, 미국 정부는 재무성증권 발행을 통해 돈을 빌리는 것이 어렵게 돼 높은 금리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욱이 약달러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OMC)는 경제 조절 정책 수단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있으며, 이는 세계의 주요 소비처인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감소로 전세계적인 경제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미국이 약달러 정책을 사용하더라도 미국과 같은 정치적 안정성과 역동적인 경제를 가진 국가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미국 경제의 침체는 미국에 대한 수출 감소로 자국 경제의 침체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이를 초래할 행동을 자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투자다변화 방침을 밝혔던 지난 2월22일 다우지수는 무려 176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도 달러화 약세에 따른 각국 정부의 투자다변화 노력이 미국에 심각한 우려가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어 미국의 선택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미국 달러화는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로 추세적으로 약세를 보일 요인이 많기는 하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달러화 정책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환율 급락… 수출기업 비상

환율 변동은 긍정적인 영향만을 주거나 부정적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또한 각 경제 부문이나 주체별로도 환율 변동에 서로 다른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환율 변동의 영향은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며 건별로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가장 이득을 보는 것은 달러화 부채를 보유한 경제 주체들이다. 달러화로 빌린 부채를 갖고 있는 기업은 물론 자녀의 유학 자금을 송금해야 하는 부모들, 해외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 여행사에 달러화로 경비를 지급해야 하는 사람들, 외국에서 수입한 물품 대금을 갚아야 하는 수입업자들이 해당된다. 원·달러 환율은 반년만에 1150원 정도에서 1000원으로 13% 가량 떨어졌다. 달러화 부채 보유자들은 달러화로는 부채 금액이 같을지라도 원화로는 원·달러 하락률인 13% 정도만큼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1년에 학비로 2만달러를 송금해야 하는 학부모의 경우 과거에는 2300만원이 필요했지만, 환율이 떨어진 지금은 2000만원만 있으면 되므로 300만원 가량 부담이 줄어든다.

 반대로 원·달러 환율 하락시 손해를 보는 것은 달러화 자산을 보유중인 경제 주체들이다. 미국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나 수출 대금을 받기로 돼 있는 수출업자, 한국에 살고 있는 미국 주재원 가족들이 좋은 예다. 미국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13% 이상의 투자수익률을 거둬야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한 손실분을 만회할 수 있게 된다.

 경제 전체에 대한 환율 하락의 영향은 다소 불분명하다. 수출 감소로 수출업체의 일감이 줄어들고 이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가 있으나, 한편으로는 수입 물가 하락으로 인한 소비 진작 효과도 있다. 그럼에도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 특성상 수출 감소로 무역수지가 줄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원·달러 환율도 중요하나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중국의 달러화 대비 환율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특히 일본의 경우 우리와 수출 주도 업종이 매우 유사해 전세계에서 경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엔 환율은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의 해외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참고로 원·엔 환율은 6개월 전 100엔당 1050원 정도였는데, 현재는 950원 정도여서 10% 정도 하락했다.

 개별 기업에 대한 환율 변동의 영향은 천차만별이다. 아마 가장 불리한 기업은 수입 원자재를 거의 쓰지 않으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며, 가장 유리한 기업은 수입 원자재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내수 업종이다. 환율 하락에 따른 부담을 가격 인상을 통해 외국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기술집약적인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유리하며, 이것이 불가능한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달러화 부채를 많이 보유한 기업은 원리금 부담이 줄어들어 유리하지만 달러화 자산이 많은 기업은 불리할 전망이다. 이처럼 기업별로 영향이 서로 다르므로 투자자들은 환율 하락시 플러스 팁에서 제시한 체크포인트를 참조해 투자에 임하는 게 좋다.



 환헤지 전략 필요해

 환율이 구조적으로 하락할 경우 기업들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제시하는 일본의 과거 엔고 때 대응 전략을 참고하는 게 유리하다. 즉 단기적으로는 환헤지 등을 통한 환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가 절감 노력,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사업 구조 고도화, 생산기지의 글로벌 재배치 전략, 내수 시장 공략 강화 등을 통해 질적 개선을 이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개인들은 일상 생활에서 달러화를 받는 것은 가급적 서두르고 달러화를 지불하는 것은 미루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유학 자금 송금은 일시에 거금을 미리 보낼 게 아니라 가급적 필요할 때 직전에 송금하는 게 유리하다. 또 해외 주재원의 경우 달러화로 받은 월급을 가급적 빨리 국내 거주 가족에게 송금하는 게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것은 환율 하락을 예상,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환율을 결정하는 변수가 너무 많아 예측이 어려운 데다 많은 사람들이 환율 하락을 얘기하는 지금이 오히려 환율이 매우 낮은 시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앞에서 말한 것과 정반대로 행동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

 주식투자자들은 환율이 세계 경제 및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지만 업종별, 종목별로 미치는 영향이 다르므로 제시한 체크포인트를 고려해 투자 종목을 선정해야 한다. 또한 환율 하락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익을 노리고 일시적으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들어올 수 있으므로 외국인 순매수나 매도시 국제 환투기 자금은 아닌지 체크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금리가 높아 외화예금이나 외화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많다. 이 경우 환율이 크게 하락할 경우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으므로 중도 해지하거나 환헤지를 하는 게 좋다. 환헤지 때에는 대개 양국의 금리 차이만큼 프리미엄을 받거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호주 1년 정기예금 금리가 4.7%이고 우리나라 1년 정기예금 금리가 4%라면 환헤지 때 0.7%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반대로 일본의 금리는 0%에 가깝기 때문에 환헤지를 할 때 3% 정도의 프리미엄을 받게 된다. 즉 이론적으로는 환헤지 때 어느 나라에 투자하든 이자수익률은 같아진다. 따라서 일부 금융기관 직원들이 영국,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의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은 점을 강조하며 환헤지 없이 외화예금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환리스크에 노출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해외 투자펀드를 매수할 경우 외국법에 근거해 외국인을 위해 설립된 외국 펀드의 경우 한국인을 위해 별도의 환헤지를 하지 않으므로 투자자들이 선물환 등을 통해 환헤지를 해야 한다. 이때 해당 외국 펀드의 기준 통화가 무엇인지를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만일 해당 통화가 달러화라면 원·달러 선물환을 통하거나 선물거래소의 달러화 선물을 이용해 헤지할 수 있다. 선물거래소의 달러화 선물은 거래할 수 있는 기본 단위가 크고 선물의 만기가 펀드 만기와 일치하지 않아 개인이 이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은행과의 선물환 계약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한편 해외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들은 국내 펀드매니저가 펀드내에서 헤지를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환헤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해외 투자시 펀드별로 환헤지를 하는 것도 환리스크를 회피하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환율 변동에 따라 개별 국가들이 받는 영향이 다르므로 환리스크 이외의 다른 리스크까지 감안한다면 국가간, 통화간의 분산 투자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약달러로 인해 미국 금리가 상승한다면 미국의 채권값은 하락하게 되므로, 미국 채권이나 이를 편입한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달러화 선물환 계약을 통해 환리스크는 제거하더라도 환율 변화에 따른 투자수익률 자체의 변동 리스크에는 노출되기 때문이다.



Plus tip



환율 하락이 개별 기업에 미치는 영향 체크포인트



 1.수출 비중이 낮은 기업인가.

 수출 비중이 낮을수록 환율 하락 영향이 작다.

 2.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기업인가.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을 경우 원가 부담이 줄어 유리하다.

 3.달러화 순부채가 많은 기업인가. 

 달러화 자산 대비 부채가 많을수록 환율 하락시 유리하다.

 4.품질경쟁력을 보유해 가격 인상이 가능한가.

  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가격 인상에 전가할 수 있다면 타격이 작다.

 5.주요 경쟁 기업이 속한 국가는 어디인가.

 주요 경쟁 기업이 속한 국가의 환율이 더 많이 하락했다면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