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OV(국제신품종보호협약)가 2006부터 부분적으로 발효되기 시작하며 국내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품종에 따라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씨앗전쟁’이란 표현까지 쓴다. 상위 종묘회사 중 유일하게 토종 회사인 농우바이오의 거대 외국 자본과의 승부를 취재했다.

 계 관상수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미스김 라일락’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1947년 미국인이 북한산에서 털개회나무 씨앗을 받아가 육성한 품종이다. 미국 라일락시장의 30%를 점유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품종으로, 지금은 미국에서 전세계로 수출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1970년대에 수입됐다. 우리나라 유전 자원이 해외에서 개량되고 품종 등록이 되어 국내로 역수입된 사례다. 한마디로 우리 씨앗으로 만든 나무가 전세계 꽃나무시장을 석권했지만, 그 나무가 벌어들이는 돈은 우리와 무관하다는 얘기다. 

 종자 전쟁·씨앗 전쟁은 그러나 관상수에 한정되지 않는다. 외환위기 전후 국내의 대표적인 종자회사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갔다. 여기에 종자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보장해 주는 UPOV(Plus 용어 해설 참조) 품목 선정이 2006년부터 시작되면서 일부 품종에 대해선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상위사들 외국자본에 인수되며 토종 유전자 권리도 넘어가

 현재 한국에는 100여개의 종자회사가 있다. 이 중 세미니스코리아, 농우바이오, 신젠타종묘, 동부한농, 코레곤종묘 등 상위 5개사가 국내 종자시장의 70%를 차지하고 나머지 회사들이 3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정도다. 문제는 상위 5개사 가운데 2위 업체인 농우바이오만이 순수 국내 자본이고 나머지 회사들은 외국계 자본이란 것.

 다국적 종자 개발 회사들이 우리나라에도 진출, 종자시장을 점령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부터다. 국내 종묘회사에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일본계 사카다종묘로 1997년 3월 청원종묘를 인수했다. 10월에는 서울종묘와 농진종묘가 스위스계 노바티스(현 신젠타)에 인수됐다. 1998년 6월에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던 흥농종묘와 업계 4위 중앙종묘가 멕시코계 세미니스로 넘어갔다.

 외국 자본의 국내 업체 인수에 대해 업계에선 “연간 1200억원에 불과한 국내 시장만을 노린 것은 아니다. 중국과 일본을 포함, 중동과 호주에 이르는 범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포석이다”라고 분석한다. 그래도 국내 업체가 인수되며 토종 유전자가 유출되고, 그에 따른 부가가치 또한 사라지게 됐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세미니스코리아가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인수할 당시 농우바이오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27%였다. 그러나 2004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격차는 5%(세미니스코리아 29%, 농우바이오 24%)로 좁혀졌다. 2005년엔 1% 차이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종자 전쟁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농우바이오의 선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현대증권 김태형 애널리스트는 “지속적인 R&D 투자와 토종 브랜드라는 게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풍부한 연구인력과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 바탕

 업계 1위 탈환 자신

 농우바이오는 1981년에 농우종묘사란 종자유통업으로 시작, 채소 종자를 육종해 교배 종자를 생산 및 판매하는 종자회사로 발전했다. 2002년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농업생명공학 부문에 본격적인 R&D 투자를 시작해 현재 국내 2곳(여주 5만8천평, 밀양 4만평), 해외 3곳(중국, 인도네시아, 미국)에 연구소를 갖고 있다.

 2001년부터 매년 매출액의 20%(약 50억원)를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농우바이오는 향후 20년간 품종 독점 실사권을 가질 수 있는 품종 보호 등록 건수를 2005년 3월 기준으로 29개를 확보, 국내 최다 확보 업체가 됐다. 세미니스코리아는 23개다.

 농우바이오의 서성진 과장은 “종자산업의 경우 신품종 개발 기간이 과거에는 5~10년 정도 걸렸지만, 생명공학 발전으로 2~5년 정도로 개발 기간이 단축되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엔 독특한 품종 개발에 성공하면 5~10년간 라이프사이클을 보장받았지만, 최근에는 그 기간이 2~5년 정도로 단축되면서 다품종 소량 판매 위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종자회사에 있어 R&D 능력에 따른 회사간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대현 농우바이오 사장이 2007년 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자신 있게 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3월 조사장은 여의도 증권업협회빌딩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2007년에는 현재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세미니스를 제치고 업계 1위를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밝히면서 풍부한 연구 인력과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를 바탕으로 업계 1위 탈환을 자신했다. 그는 “2001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25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고, 직원의 41%가 연구 인력으로 국내 업계에서 가장 많다”고 말했다.

 조사장은 또 “올해는 지난해보다 6.7% 증가한 61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할 방침”이며 “2004년 수박(스피드 꿀수박), 무(청대봄무)의 신품종 출시로 매출이 증가한 만큼 올해도 우수한 신품종 출시를 바탕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체 또는 축소 단계인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 공략에 주력키 위해 해외 법인 인프라 확대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농우바이오는 현재 미국과 일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채소 소비량이 많은 5개국에 중점적으로 고추, 무, 배추 종자를 공급해 2004년에 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수출 목표는 25.7% 증가한 40억원이다. 

 농우바이오는 또한 식물지적재산권 강화에 따른 국내 최대 수혜 기업이다. UPOV 국제 협약 발효에 따라 이머징 마켓인 아시아 시장에서 품종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수출 물량 증가를 가져올 것이란 게 농우바이오측의 설명이다.



 Plus  용·어·해·설



UPOV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54개 회원국)이 지난 1961년 체결한 식물의 신품종 보호에 관한 국제 협약이다. 회원국이 개발한 신품종을 보호하고 우수한 품종 개발을 촉진하는 게 목적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 가입했으며, 오는 2009년까지 100여개 국산 작물을 보호 대상 작물로 지정할 계획이다. 가입 10년째인 2012년에는 UPOV에 등록된 모든 작물에 대해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