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가장 밑바탕에서 시작해 대한민국 최고의 비즈니스맨으로 성공한 정주영의 성공 비결은 그의 유머에서 묻어나오는 긍정성, 해학성이다.
 풍소식이 들리는 걸 보면 닭의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연초만 해도 우린 두 손 모아 빌었다.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을 알리는 닭처럼 자신의 사명을 다하는 리더들의 분발과 헌신을…. 허나 1년 동안의 신문기사를 훑어보니 한국에서 방귀깨나 뀐다는 분들 언동에서 대충 다음과 같은 것들이 발견된다.

 ‘소연정, 대연정, 중연정, 이런 연정 저런 연정, 연정하자! - 연정 싫다!’

 ‘맥아더는 철천지원수다. 동상 헐어 버려! 통일을 왜 방해한 거야?’

 ‘가신이란 사람이 남북교류 명분으로 회삿돈, 나랏돈 착복해서 금강산이다 꿀꺽, 개성이다 냠냠.’

 ‘국정감사 기간에 의원님과 피감기관 나릿님들이 진탕 술먹고 걸쭉하게 욕하고 삿대질하며 상대 탓하고.’

 새벽을 알리기는커녕 닭대가리 굴리며 닭짓이나 하고 있었다는 게 여지없이 밝혀졌다. 정치인들이야 맨날 그러니 ‘뭐 그까이꺼 대충’ 넘기자고 할 수도 있으나,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크므로 따끔하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나마 환골탈퇴해서 연말까진 국민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리더로 거듭나길 바란다. 정신없는 리더들 중에서도 간간이 국민들에게 비전과 기쁨을 주는 리더의 낭보도 있었으니 대략 아래와 같은 것이다.

 ‘황우석 박사팀 스누피 탄생으로 줄기세포 연구에 개가’

 ‘박지성, 이영표 등 한국축구 대표선수들 영국 프리미어리그 진출 맹활약’

‘삼성반도체 또 황의 법칙 달성’

 ‘주가 사상 최고 1200 돌파 고공행진’

 ‘수표교, 관수교… 버들치에 백로, 청계천 물이 흐르다’

 어려운 도전이 닥칠 때마다 우리 민족은 응전의 힘을 발휘했다.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 한일합방과 독립군, 보릿고개와 경제개발, 고유가와 중동건설, IMF와 금 모으기…. 한국은 희망과 긍정적 사고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민족이다. 세계적 석학들이 한국의 정신을 분석한 적이 있는데, 한국인들 특유의 해학성이 그 정신적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의 주인공이자 실존했던 거상 임상옥은 재치와 여유, 그리고 따뜻함까지 유머의 세 요소를 두루 갖춘 유머리스트였다. 그는 젊은 시절 당시 실력자(지금의 서울시장 겸 수방사령관)의 해학을 잘 이해하여 성공의 발판을 얻는다. 노회한 대감이 묻는다.

 “여보게 젊은이들, 내가 숭례문(남대문) 관리를 맡고 있는데, 도대체 몇 사람이나 지나가는지 몰라요. 이를 아는 사람 있다면 내가 밀어 주겠네.”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하는데, 임상옥이 분연히 말한다.

 “두 사람이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며 수군수군한다. 아니 하루에 최하 수백, 수천명이 지나다니는 걸 두 사람이라니, 모두 어이없어 하는 눈치다.

 “어째서 그러한고?”

 “대감, 그 둘은 이씨와 해씨입니다. 이씨란 대감께 이익이 되는 사람이요, 해씨란 해가 되는 사람이옵니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사람이 통과하더라도 결국은 두 사람이 아니겠사옵니까?”

 “어허, 내 마음을 단번에 알아챈 사람은 자네가 처음이로세.”

 이 사건을 통해 임상옥은 청나라와의 인삼 무역 독점권을 얻게 되고, 마침내는 조선 최고 갑부가 된다. 뛰어난 유머감각이 그를 성공의 길로 이끈 것이다.

 개그맨이나 코미디언이 아닌 사람 가운데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명성을 얻은 사회인사로 황수관 박사와 윤은기 소장을 꼽는데, 황 박사의 표정 연기와 윤 소장의 부드러운 미소는 한때 주가를 올렸다. 대학교수 중엔 “이게 뭡니까?”의 김동길 교수, ‘흔들리는 자녀’의 이성호 교수는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의료계에서는 이시형 박사가 유머감각이 탁월한 걸로 손꼽힌다. 곽선희 목사, 김삼환 목사는 세련된 유머감각으로 ‘설교=수면제’라는 교인들의 선입관을 완전히 무너뜨리면서 초대형 교회 목회자로 성공했다. 이문열씨과 조정래씨는 독특한 상상력과 표현력으로 우리나라 작가 중 가장 성공한 축에 속한다.

 생산직 사원에서 출발해 임원의 반열에 오른 윤생진 금호그룹 이사는 가방끈은 그리 길지 않지만, 생산현장에서 만개 이상의 제안을 낸 대한민국 제안왕이다. 반디볼펜으로 유명한 김동환 사장도 창의력을 이용해 세계시장에서 이름을 날린다. 이 두 사람은 아이디어왕인 한편, 유머의 대가로 통한다.

 기업의 리더들이 직원교육을 할 때, 골프장에서 친교할 때, 바이어와 상담할 때 하는 한마디 유머가 대인관계를 향상시키는 촉매제,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한다.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인들도 유권자를 방문해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스스로 혹은 참모들의 도움을 받아 조크를 준비해 선사하기도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예들은 우리 사회에 유머가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학자들은 국민소득이 1만달러일 때를 유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기준으로 본다.

 유머를 보면 시대를 알 수 있다. 이미 세상이 월급제에서 연봉제로, 고정직제에서 팀제로, 연공 서열제에서 능력 위주의 시대로 변했다. 지연, 혈연, 학연만 믿고 안심하다가 쪽박차기 딱 좋다. 성공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삶의 가장 밑바탕에서 시작해 대한민국 최고의 비즈니스맨으로 성공한 정주영의 성공 비결은 그의 유머에서 묻어나오는 긍정성, 해학성이다.

 어렸을 때 나루터에 도착한 그는 빈털터리임을 알고 한참을 망설이다 배에 오른다. 뱃삯이 없어 뺨을 맞고 욕을 듣는다.

 “네 이놈, 어떠냐, 후회하지?”

 “네, 아저씨.”

 “후회할 짓을 왜 해, 이놈아. 조그만 놈이 공짜로 배를 타다니….”

 “뺨 맞은 걸 후회하는 게 아니라 뺨 한 번이면 배를 그냥 탈 수 있는데 탈까말까 허비한 시간 때문에 후회하고 있어요.”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는 이렇다 하게 부모로부터 받은 유산도, 여차하면 낙하산 인사를 해줄 든든한 배경도 없었다. 배워야 산다고 우골탑을 세워 주는 게 우리네 부모였건만, 그는 부모로부터 그런 학벌도 보장받지 못했다. 대학은 고사하고 중학도 나오지 못했다. 그런 그가 세계적인 비즈니스맨이 된 이유는 놀랍게도 그의 탁월한 유머감각에 있다. 유머 속에 있는 해학성, 긍정성이 그를 성공으로 이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