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글로벌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3월 23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코로나19가 올해 전 세계에 경기침체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WB) 그룹 총재 역시 같은 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대상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분석한 책 ‘이번엔 다르다’의 공동 저자인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는 이번 칼럼에서 코로나19발(發) 경제위기에 대해 “이번엔 진짜 다르다”라고 경고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이번에는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타격을 입어 실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탓에 흔들리는 중소기업과 신흥국의 부실 징후를 짚어냈다.
카르멘 라인하트(Carmen M. Reinhart)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피터슨연구소 선임연구원, 베어스턴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카르멘 라인하트(Carmen M. Reinhart)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피터슨연구소 선임연구원, 베어스턴스 수석이코노미스트

팬데믹은 흔한 일이 아니며, 강력한 감염병이 확산하는 경우는 더욱더 드물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로 퍼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이해하는 데 참고할 만한 과거 사례를 본 적이 없다. 이번에는 진짜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를 규정하는 주요 특징은 정책적 대응이다. 각국 정부는 중국처럼 한 지역을 완전히 봉쇄하거나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처럼 국가 전체를 폐쇄하면서 감염병 확산을 막고 생명을 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가 해외여행을 전면 금지하고, 대중이 모이는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이러한 정책적 조치는 현대에 들어 가장 심각했던 팬데믹 사례인 1918~1919년 ① 스페인 독감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67만5000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50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은 제1차 세계대전 중에 퍼져나갔다. 이 점 때문에 코로나19가 미국이나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스페인 독감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스페인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고치를 찍었던 1918년 미국에서 도산한 기업 수는 전쟁 이전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1919년에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시(戰時) 생산이 확대되면서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918년 9%의 증가율을 보였고, 스페인 독감이 기승을 부렸던 1919년에는 1% 늘었다.

반면, 코로나19의 경우 감염병 확산 가능성과 관련해 엄청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과 감염병과 싸우는 동안 경제적 답보 상태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앞으로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그러나 총수요를 떨어뜨리고 공급을 방해하는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의 규모와 범위를 고려하면, 초기 단계에서 실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위기는 금융위기 형태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금융 시스템의 위험 요소로 변질될 수 있다. 경제 활동 감소로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미국의 가계 대차대조표는 금융위기 이전처럼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은행은 2008년보다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대차대조표는 부실해 보인다. 수년간 지켜본 결과, 최근 활발하게 발행된 ②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른 그 악명 높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의 수익 추구가 CLO 등 저품질의 대출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 당연하게도 최근 주가 급락은 레버리지 비율(자기 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과 부도 위험을 높였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충분하지 않기라도 한 듯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석유 전쟁을 벌여 석유 가격이 반 토막 났고, 미국 에너지 산업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제조업은 상당 부분 공급망 붕괴로 타격을 입었고, 서비스업은 거의 마비됐다. 재정 및 통화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채무 불이행과 부도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20년 코로나19 위기가 확산되면서 ③ 하이일드(high-yield·고수익) 채권④ 신흥국의 소버린(sovereign·외화 표시) 채권의 공통점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1980년대 금융 및 부채위기는 신흥국에 영향을 미쳤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는 선진국에 해당됐다. 2003~2013년 중국의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를 넘어서며 전 세계 상품 가격을 높이고 전 세계 경제를 끌어올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은 V 자형 경기 회복세를 보였다.


신흥국에서 빠져나가는 자본

그러나 지난 5년간 신흥국의 대차대조표는 공공과 민간 부문 모두 악화했고, 성장세도 눈에 띄게 둔화했다. 다른 조건이 유지된다면,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금리 인하 등 조치는 신흥국의 재정 여건을 완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조건은 유지되지 않는다.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돈이 몰리고 변동성지수(VIX)가 크게 뛰었는데, 이는 투자자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신흥국에서 자본이 빠져나간 데 따른 금융 흐름의 급격한 반전과 함께 나타난다.

게다가 석유와 원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많은 신흥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했고, 이는 신흥국의 달러화 확보에 영향을 미친다. 에콰도르를 예로 들면, 이러한 리스크는 40%포인트에 가까운 소버린 스프레드(미국 국채와 수익률 차이)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가파른 경제 성장세는 중국이 지난 10년간 100개 이상의 저소득 개발도상국에 대출을 내준 원동력이었다. 2020년 초 중국 관련 부실한 경제 지표가 급격히 늘면서 대외 대출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1930년대 이후 세계 무역의 붕괴와 상품 가격의 하락, 동시다발적 경기침체 등의 복합적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 사실 오늘날 충격의 원인은 정책적 대응과 마찬가지로 다양하다. 하지만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격리나 사회적 거리 두기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 따른다. 보건 비상사태는 재정적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 기존 틀에서 벗어난 대규모의 재정 및 통화 정책이 필요한 순간인 점은 분명하다.


Tip

1918년에 처음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 50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독감. 14세기 중기 페스트가 유럽 전역을 휩쓸었을 때보다도 훨씬 많은 사망자가 발생해 인류 역사상 최대의 재앙으로 불린다.

은행들이 대출 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일종의 자산담보부증권(ABS). 주거래 은행이 기존 거래 기업 가운데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을 하나로 묶은 뒤, 이들a 기업에 대한 대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이다. 최근 미국은 경기 호황으로 CLO 발행이 급증했다. JP모건에 따르면 글로벌 CLO 시장 규모는 2018년 7000억달러(약 868조원)로 2016년보다 25% 증가했다.

신용등급이 BBB+ 미만인 채권. 고금리를 제공하는 반면 투자 위험 역시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더구나 주요 선진국 경기 상황은 장기 침체 가능성이 언급되는 등 예측이 어렵다. 하이일드 채권은 통상 경기침체 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가 차입 주체가 돼 국제 자본시장에서 발행하는 채권으로, 통상 미국 달러화로 표시된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미국 국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가산금리(또는 스프레드)가 적용돼 거래된다. 가산금리가 1000bp(10%포인트) 이상 벌어진 채권을 부실로 분류한다.

카르멘 라인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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