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서울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매물을 보는 시민들. 사진 연합뉴스
5월 24일 서울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매물을 보는 시민들. 사진 연합뉴스
안명숙 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석사,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안명숙
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 석사, 서울시 주택정책 자문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됐던 주식시장이 V 자 반등에 성공,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나들면서 경기 회복 및 재조정에 대한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주택 시장은 혼돈으로 빠져들면서 정부도 유례없이 풀어놓은 유동성이 행여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할까 두려워 주택 시장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놓치지 않고 있다.

5월 11일 국토교통부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및 성장관리권역과 지방 광역시 도시 지역의 민간택지에서 건설·공급되는 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로 강화하는 분양권 전매 강화 대책이다. 이르면 8월 시행 예정인 분양권 전매제한 대책은 수도권과 광역시의 비규제지역에서 발생하는 ‘풍선효과’의 원인을 ‘단타’ 투자 수요로 보고 이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실상 분양권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능한 부동산 투자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시장이라 이미 분양가가 높고 전매가 불가한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비해 비규제 지역 또는 지방 광역시가 인기 투자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번 규제로 사실상 분양권 단타 투자가 불가능하게 됐다.

이러한 흐름의 변화는 아파트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3년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온 서울 아파트값은 12·16 대책으로 대출 규제 및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보유세 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으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금액을 기준으로 규제 적용 여부 및 강도가 차별화함에 따라 시중의 투자 자금은 규제가 약한 곳 또는 상대적으로 투자 부담이 덜한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부동산114의 자료로 분석한 서울 아파트 구별 2019년 말 대비 2020년 4월 말 기준 매매가를 보면, 노원구가 가장 많이 오른 6.2%를 기록했고 강북구 5.4%, 성북구 5.4%, 동대문구 4.5%, 구로구 4.2%, 관악구 4.1% 순으로 나타나 3.3㎥당 매매가가 2000만원대 초반 이하의 저렴한 곳이 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의 경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아 갭투자, 즉 보증금 승계 매입 시 전용 85㎡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아직 1억~2억원대로 매입 가능한 서울이라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해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아졌다. 또한 동북선 건설, GTX 개발, 재개발 사업 활성화로 새 아파트 건설이 활기를 띠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축 아파트에 대한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아졌던 것도 매수세를 끌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그동안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서울 자치구는 강남 3구와 그 주변이었다. 2015년 말 기준 2020년 4월 말 현재 서울 아파트 구별 3.3㎡당 가격 상승률을 비교하면 성동·강동·송파구가 80% 이상 올라 상위 3위를 기록했고 서대문·영등포·마포·강남·서초·동작구가 서울 평균을 넘는 70% 이상 상승했다.

상승 초기 강남권을 필두로 상승 폭이 컸던 서울 아파트 시장은 강남권에 인접한 지역 또는 도심 인프라가 우수하고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새 아파트 건설이 빠르게 진행됐던 곳으로 이번 상승기의 시간적, 공간적 영역을 넓혀갔다.

서울에서도 중간값 이상의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면서 중위 가격은 9억원을 넘어섰고, 상대적으로 중하위권 간 격차가 더욱 확대되었다. 중위 가격은 서울의 모든 아파트 가격을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아파트의 가격을 말한다. 3.3㎡당 가격이 2015년 말 강남구의 33% 수준이었던 도봉구는 2019년 말 가격이 27%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6일 고가 아파트의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초강수 규제 대책을 발표했다. 또한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수요 심리가 위축하면서 주택 시장은 이전과 다른 흐름을 보이게 됐다. 통계에도 잘 반영됐듯 노원·강북·성북구 등의 외곽 지역은 그동안 상승세를 주도했던 곳이 아니었다. 대출 및 세부담 증가라는 강수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이곳으로 자금줄을 이동시켰다.

이러한 움직임은 2000년대 중반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 상승에 대한 규제로 6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 및 세부담 증가로 주택 시장은 6억원의 딜레마에 빠졌다. 집값 상승세가 거셌던 2004~2006년 2년간 상승률을 보면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이라고 명명됐던 양천·서초·강남·송파·용산·강서구가 평균 35~59% 상승해 서울 평균(34%)을 크게 웃돌았으나 노원·도봉·중랑구 등 강북 외곽 지역은 같은 기간 5~7% 내외 상승에 그쳤다.

그런데 2007년부터 주택 시장은 정부가 쳐놓은 6억원 규제망에 걸려 다른 흐름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강남권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2년간 4% 이하의 약보합세에 머물렀던 반면 노원·도봉·강북·중랑구 등은 37~73% 올라 극명하게 대조되는 흐름을 보였다.

다소 짧은 주기이긴 하지만 12·16 대책 이후 달라지고 있는 지금의 주택 시장과 역시 큰 정부가 주도했던 2008년의 주택 시장이 데자뷔가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시 주택 시장은 약세로 접어들면서 상승 분위기가 반전됐고 지금은 코로나19가 주택 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 및 주택 시장의 위협이 되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위기의 크기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아직 주택 시장은 코로나19의 영향은 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지금이 위기이고 시장의 질서가 달라지는 변화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적어도 지금은 단타를 노리고 주택 시장을 쫓아다니기보다 큰 흐름을 보면서 방향을 잡고 자산을 정리해야 할 시기일지 모른다. 어쩌면 아직 하락하지 않은 지금이 정리할 기회일지 모른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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