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전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전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서울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를 공약한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자 재건축 규제가 확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재건축은 오 시장의 권한을 넘어 법을 개정하거나 중앙정부의 뜻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내용도 많다. 오 시장도 시장이 불안해지자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규제책을 내놓았다. 어찌 보면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같다. 집값 띄우기가 아니라 ‘변동성 완화’다. 다시 말해 거래량과 가격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는 같고 어떤 수단을 선택할지를 놓고 견해가 다를 뿐이다.


꿈틀거리는 재건축 아파트

재건축은 정책 상품이라고 부른다. 재건축의 수익성은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다. 시장은 오 시장의 당선을 정책의 변경 예고로 받아들이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 바람에 강남, 목동, 여의도 등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열흘 새 최고 2억∼3억원씩 오르고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과열양상이 나타났다.

이 영향으로 서울 전체 아파트값도 상승폭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서울시장 보궐선거(4월 7일)가 치러졌던 4월 첫째 주 전주 대비 0.05% 올랐으나 둘째 주 0.07%로 상승 폭이 커졌다. 가격 상승은 재건축 단지가 있는 지역이 이끌었다. 노원구가 첫째 주 0.09%에서 둘째 주 0.17%로 상승률이 2배 가까이 뛰었다. 송파구(0.10→0.12%)와 강남·서초구(0.08→0.10%) 등 강남 3구도 오름폭을 키웠다. 개별 지역으로는 압구정동 아파트값 상승폭이 가파르다. 오 시장 당선을 전후해 ‘한강변 35층 층고 제한’ 등 규제 완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월 5일에는 압구정동 현대 7차 전용 245.2㎡가 6개월 전 67억원(9층)보다 13억원 오른 80억원(11층)에 거래되면서 올해 전국에서 팔린 아파트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오 시장도 취임 후 주택건축본부로부터 현안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이 아파트를 언급하며 우려를 표명할 정도였다.

오 시장은 “주택 공급 속도가 중요하고 앞으로 그 방향으로 가겠지만, 가격 안정화를 위한 예방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취임 후 일주일 안에 규제를 풀겠다던 그가 돌연 규제를 예고한 것이다. 급기야 서울시는 4월 27일부터 압구정동,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 등 4곳에 대해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키로 했다고 4월 21일 발표했다.


4월 9일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 인근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 사진 연합뉴스
4월 9일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 인근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 사진 연합뉴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되면 어떤 일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시장은 실거주 수요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부동산(주거용은 대지지분 18㎡, 상업용은 20㎡)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전용면적 60㎡(25평형) 이상은 대지지분이 18㎡를 넘어서 사실상 대부분 아파트가 허가제 대상이다. 주택은 구입 후 허가목적대로 2년 동안 실제 거주 의무를 지켜야 하므로 전·월세 임대가 불가능하다. 단순 투자 목적으로 세를 안고 집을 사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해 6월 국제교류복합지구(SID) 조성 주변 지역인 잠실동과 삼성동, 청담동, 대치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될 당시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큰 영향이 없었다. 거래량은 크게 줄었지만 가격은 신고가를 기록하는 단지도 나왔다.

경험적으로 볼 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효과는 지역적으로는 교외와 도심, 구입 목적으로는 투자와 실수요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수도권을 중심으로 농지, 임야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정부는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외지인 수요가 끊기면서 효과가 확 나타났다. 거래가 없다 보니 가격 오름세도 꺾이고 급매물이 속출했다. 하지만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의 도심 아파트는 거래량이 줄어도 가격 측면에서는 약발이 잘 먹히지 않는다.

이미 서울 아파트 시장은 실거주로 성격이 바뀌었다. 주로 1주택자가 갈아타기용으로 매입하거나 무주택자들이 구입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매수자 가운데 다주택자의 비중은 2019년 상반기 10.5%에서 올 1월에는 5.4%로 낮아졌다.

그렇다면 이번에 재건축, 재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 효과가 없을까? 결론적으로 잠실동과 삼성동, 청담동, 대치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을 때보다는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잠실동과 삼성동, 청담동, 대치동은 상대적으로 새 아파트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번에 지정된 압구정동이나 여의도, 목동 같은 지역은 재건축을 준비 중인 낡은 아파트가 주류를 이룬다. 재건축 아파트일수록 구입해서 당장 거주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실수요보다 투자수요 중심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성수동 전략정비구역(재개발) 역시 비슷한 성격이다. 특히 압구정동이나 여의도, 목동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지은 지 20~50년이 되어 건물값이 거의 없다. 사실상 당장 이용 가치가 없는 땅(대지 지분)에 가격이 매겨진다. 건물보다 땅을 사고파는 성격이 강한 상품일수록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요컨대 신축 아파트보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시장 위축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 위축 정도는 압구정, 여의도, 성수동이 엇비슷하고 학군 실수요가 있는 목동은 영향이 가장 작을 것이다.

그리고 재건축, 재개발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같은 규제 외에 다른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여당을 중심으로 1주택자 종부세 과세기준 상향(가령 공시가격 9억→12억원)이나 대출 규제 등 여러 규제 완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재건축, 재개발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도 당장 가격이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분간 횡보세나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35층 규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오 시장 1호 공약은 ‘스피드 주택 공급’이다. 용적률, 35층 층고 제한과 같은 규제를 완화해 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총 18만5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 가운데 35층 층고 규제는 ‘서울플랜 2030’에 규정된 사안이다. 말하자면 서울시 의회를 거쳐야 하는 조례가 아닌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명시된 것이라 오 시장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다. 시의회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만 거치면 된다. 층고 일부 완화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도 공약으로 내놓았으므로 공약을 이행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다만 조례개정 사항인 용적률 규제 완화는 시의회 동의 없이는 진행하기 어렵다. 현재 전체 시의원 109명 가운데 101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또 재건축 안전진단은 사실상 국토교통부에 최종 결정권한이 있다. 안전진단의 경우 1차 예비안전진단이 통과되더라도 2차인 정밀안전진단은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국토안전관리원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더구나 정비사업 수익성을 좌우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분양가상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려면 국회를 통해 법을 바꿔야 한다.

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재초환이다. 재초환은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 때부터 준공 때까지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10~50%를 국가에서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유자가 몇 번 바뀌더라도 부담금은 최종 입주자가 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이 내야 할 재건축 부담금을 1000만원대에서 7억원대로 예상했다. 강남권은 평균 4억~5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많은 금액을 부담하고 재건축을 추진할 단지가 어느 정도 될까?

요컨대 재건축은 겹규제로 둘러싸인 만큼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얘기다. 규제를 일부 풀면 재건축이 어느 정도 단계까지는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시어머니’인 재초환이 버티고 있어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상 진행되기 어렵다. 재건축 사업에 대한 정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단기간에 급등한 재건축을 추격 매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