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자율주행 차량 ‘웨이모’가 승객을 태우고 있다. 사진 AP연합
구글의 자율주행 차량 ‘웨이모’가 승객을 태우고 있다. 사진 AP연합
선우진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한양대 일반대학원 교육공학 석사
선우진 IGM세계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한양대 일반대학원 교육공학 석사

미국의 IT(정보기술) 버블이 붕괴되던 2003년, 벤처 투자가였던 로저 맥너미(Roger McNamee)가 처음 사용한 이래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뉴노멀(New Normal)’이 일상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포스트(post) 코로나가 아닌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다가왔다. 국가와 기업을 넘어 범지구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경영과 리더십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난세와도 같은 지금, 기업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리더십은 무엇일까.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이 험난한 시대를 이겨내고 새로운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예측 불허의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카멜레온처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영자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7가지 리더십을 소개한다.


첫 번째: 퓨처리스트(Futurist)

Futurist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기반으로 미래 사업의 비전과 목표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과감한 시도와 장기적 관점의 혁신을 통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미래 창조자’ 역할을 의미한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수장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비밀 연구소인 ‘X 컴퍼니(X company)’를 설립했다. X 컴퍼니는 달 탐사 프로젝트 ‘문샷(Moonshot)’부터 이제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웨이모(Waymo)’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미래를 예측하고 상상을 현실로 바꾸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두 번째: 디지털리스트(Digitalist)

Digitalist는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를 창조하고, 디지털 생산성과 사업 성과를 만들어내는 혁신가’ 역할을 의미한다. 1983년 창업 이후 세계 최대의 농기계 생산 업체로 성장한 디어 앤드 컴퍼니 사례가 대표적이다. 디어 앤드 컴퍼니는 데이터 기반의 운영 모델을 수립해 일차 산업인 농업을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기반의 첨단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며 농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


세 번째: 인베스터(Investor)

Investor는 ‘창업자와 같은 오너십을 기반으로 단기 성과보다는 미래 기업 가치를 위해 사업을 운영하고, 새로운 기회에 대한 효과적인 투자를 통해 유기적·비유기적 성장을 이루는 전략적 투자가’ 역할을 의미한다. 소프트뱅크 창업자인 손정의 회장은 인수합병(M&A)과 투자를 통해 소프트뱅크를 성장시켰다. 이후 손 회장은 1000억달러(약 120조원) 이상을 운용하는 비전펀드를 만들어 첨단 미래 기술과 유망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등 미래 기업 가치 창출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네 번째: 스트래티지스트(Strategist)

Strategist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예상되는 문제점과 새로운 기회를 파악해 대안을 마련하며, 위기는 슬기롭게 극복하고 기회는 성공으로 연계하는 빠른 판단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전략가’ 역할을 의미한다. 미국 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017년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전환을 선언한 후 페이스북 직원 수와 맞먹는 약 9000여 명의 IT 인력을 확충해 디지털 서비스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또 오픈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Open API) 플랫폼 공개 전략을 통해 핵심 사업인 주식·외환·채권 등의 트레이딩을 알고리즘으로 디지털화했다. 골드만삭스는 이후 7년간 연평균 25%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는 회사로 변모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 사진 AP연합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 사진 AP연합

다섯 번째: 디자이너(Designer)

Designer는 ‘시장과 고객에 대한 탁월한 인사이트와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기획하고 고객 가치를 혁신하는 설계자이자 개발자’ 역할을 의미한다. ‘의류 업계의 테슬라’라는 별명을 가진 ‘볼레백’은 미래에서 온 옷을 지향하는 독특한 회사다. 볼레백은 2018년 ‘태양 충전 재킷(Solar Charged Jacket)’과 2020년 ‘풀 메탈 재킷(Full Metal Jacket)’ 등 ‘타임’ 선정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는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면서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볼레백은 2016년 창업한 이래 매년 10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여섯 번째: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

Communicator는 ‘고객·주주·직원·파트너 등 이해 관계자와 항시 연결돼 있고, 비전·가치·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공유하며, 문제 해결과 성과 극대화를 위해 이해 관계자의 적극적 지원과 자발적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소통가’ 역할을 의미한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은 매년 주주들에게 연례 서한을 보내 아마존을 이끄는 경영 원칙과 철학을 공유한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여러 이해 관계자로부터 효과적인 지원을 끌어냈다.


일곱 번째: 휴머니테리안(Humanitarian)

Humanitarian은 ‘인류가 공존하고 바람직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업이 가져야 할 책임과 사회적 가치를 명확히 이해하고, 사람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직원과 파트너를 대하고, 인재를 육성하며 행복하고 경쟁력 있는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리더’ 역할을 의미한다. 1973년 창업 후 미국의 3대 아웃도어 의류 기업으로 성장한 파타고니아는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해 고객들이 새로운 옷을 구매하기보다는 낡은 옷을 수선해 입기를 요구한다. 심지어 파타고니아는 ‘우리 옷을 사지 말라’는 신문 광고까지 내면서 친환경의 중요성을 소신 있게 전파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파타고니아가 연평균 14% 이상의 성장세를 10년간 지속하는 데 도움을 줬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위기가 녹록지 않지만, 더 큰 위기는 언제든지 또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7가지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누군가에게는 그 위기가 엄청난 기회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