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7월 5일 올해 첫 대서양 허리케인 엘사가 카리브해 동부 지역을 휩쓸면서 인근 섬나라에 타격을 줬다. 바베이도스에선 엘사가 몰고 온 강풍과 폭우로 전기가 끊어지고 일부 주택의 지붕이 날아가거나 나무가 쓰러졌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세인트루시아 등에선 인명 피해가 이어졌고, 쿠바 전역의 해안과 저지대에선 10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이들 국가는 기후 변화 탓에 급증하는 허리케인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타격으로 고통받고 있다. 필자들은 이들 군소 섬나라들이 받는 피해는 선진국이 야기한 기후 변화 때문임을 강조하며, 이들의 발전과 회복을 위해 선진국이 자국 화석 연료 관련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열대성 폭풍 ‘엘사’가 쿠바 서부 지역 상공을 지나고 있다. 사진 AP연합
열대성 폭풍 ‘엘사’가 쿠바 서부 지역 상공을 지나고 있다. 사진 AP연합

7월 대서양에 평소보다 이른 시기에 등장한 첫 허리케인 ‘엘사(Elsa)’로 인해, ① 군소 도서 개발도상국(SIDS·Small Island Develo‑ ping States)들이 긴장했다. 이들 국가는 이미 엄청난 기후 변화의 영향을 겪고 있으며,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 큰 비용을 써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유한 국가들과 화석 연료 회사들은 기후 온난화의 주된 원인이 되므로 SIDS가 치솟는 기후 비용을 감당하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전 세계 58개의 SIDS 국가 중 UN(국제연합)에 속한 38개 국가는 ② 1992년부터 UN 내에서도 특별한 관리 대상에 속한다. 이들 국가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토대로, 현재 SIDS가 직면하고 있는 세 가지의 중요한 구조적 취약성을 분석했다.

첫째, 대부분의 SIDS 국가는 100만 명 이하의 적은 인구 때문에 한정된 수출 산업에 크게 의존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광 산업에 의존하는 SIDS 국가들은 선진국보다 큰 타격을 받았다. 2020년 바베이도스, 피지, 몰디브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각각 17.6%, 19%, 3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GDP가 불과 3.5%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또한, 이들 섬나라의 주요 경기 부양 수단인 국제 송금액이 급감하기도 했다.

둘째, SIDS 국가는 경제 규모가 큰 국가에 비해 작은 규모로 물건을 구매하는 데다 세계 주요 운송 경로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높은 운송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태평양에 있는 섬 국가들이 주요 운송 경로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인도양에 위치한 몰디브와 세이셸도 선박 항로와 주요 시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셋째, SIDS 국가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환경 변화에 더 취약하며, 식량안보 문제에 직면해 있다. 큰 나라의 경우 허리케인, 가뭄과 같은 재해는 특정 하나의 지역에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작은 나라는 대부분 지역이나 전 지역에 영향을 줘 비상 대응과 경제 회복 비용 부담이 크다. 더욱이 식량 수입 의존도가 뚜렷하게 높은 SIDS는 당뇨와 비만 등에도 취약하다. 이는 세계 식품 산업 시스템의 폐단이다.


엘사는 시작에 불과…기후 변화가 야기할 다양한 문제들

허리케인 엘사를 딱 한 번 발생한 하나의 이벤트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된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는 이미 해수면 상승, 더욱 강력한 허리케인, 홍수, 가뭄, 산불, 폭염 및 농작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여러 태평양 섬 국가의 국토 면적은 이미 줄어들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국민은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담수가 부족한 몰디브는 해수면 상승과 강우 패턴 변화로 지하수 공급원이 지속해서 위협받고 있다. 카리브해에서는 2017년 강타한 3차례의 고강도 허리케인이 다수의 사망자 발생과 인프라 파괴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복구 비용과 부채를 피해 국가에 안겨주었다. 이들 국가는 인프라 강화로 복원력을 가질 수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③ 지속 가능 개발 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소규모 개발도상국(SDS·Small Developing States)이 직면할 추가 비용을 산정한 결과, 25개 연구 대상 국가 중 2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SIDS 그룹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IMF는 이들 국가의 지속 발전을 뒷받침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을 강조하면서 25개의 SDS 국가가 스스로 SDGs를 달성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SDGs를 이루는 데)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 한다”는 국제 사회의 다짐은 SIDS에 추가 개발 자금을 지원해야만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급격히 빠르게 증가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많은 SIDS 국가는 여러 산업은행과 새로 조성된 특별 기후 기금으로부터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받을 자격이 없다. 이들 국가는 환경 파괴와 감염병으로 인해 경제와 국민의 상태가 악화하고 있는 와중에도 ‘충분히 부유하다’는 이유로 대출이 거부되고 있다.


국제기구⋅선진국 협력으로 문제 해결해야

부유한 국가들이 이들 국가에 야기한 피해를 상쇄하기 위해선 크게 세 가지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첫째, 미주개발은행, 카리브해 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이들 국제금융기구가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1달러의 납입 자본을 굴려 긴급 상황에 처한 국가에 5달러 이상의 신규 대출을 일으킬 수 있다.

둘째, 부유한 국가들은 화석 연료 생산으로 인해 증가하는 글로벌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자국의 화석 연료 관련 산업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50년 안에 탄화수소 중심으로 사회가 변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석유와 가스 산업은 시장 가치가 상당하다. 이들 기업은 자사의 주주에게 막대한 배당금을 지급할 것이 아니라, 그들로 인해 고통받는 SIDS 등 취약 국가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복구할 수 있도록 ‘세금’을 내야 한다.

셋째, 부유한 국가들은 억만장자 계층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 그들의 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으로 축적됐다. 전 세계 2755명의 억만장자 재산은 현재 13조1000억달러(약 1경5196조원)로, 팬데믹(pande‑ 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약 5조달러(약 5800조원)가 증가했다. 최근에 유출된 납세신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세금을 적게 내거나 심지어 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우주여행을 다녀올 것이 아니라, 공정한 몫의 세금을 내야 한다. 추가 수익은 SIDS 국가를 포함해, 지속 발전과 관련 긴급한 개발 수요가 있는 곳에 쓰여야 한다.

전 세계는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 부유한 국가들은 모든 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가난한 국가는 더 가난해지고 있다. 우리의 운명, 감염병과 지구 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글로벌 금융 전략이 필요하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군소 도서 개발도상국(SIDS·Small Island Developing States)은 불리한 지리적 여건, 미흡한 사회 인프라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경제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각지의 작은 섬나라들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1%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국가는 해수면 상승, 가뭄, 식수 부족 등 기후 변화로 인해 악영향을 받고 있다. 바베이도스, 아이티 등 카리브해 국가, 피지와 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 국가, 몰디브와 싱가포르 등 아프리카 및 인도양, 지중해, 남중국해 국가 52개국이 여기에 속한다. 

SIDS의 개념은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정립되었다. 유엔은 유엔 최빈국, 군소 도서국 고위 대표실을 통해 SIDS를 대표하고 있다.

지속가능 개발 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된 밀레니엄개발목표(MDGs) 종료 후,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새로 시행되는 UN과 국제사회의 공동 목표다. 빈곤, 질병, 교육, 성 평등, 난민, 분쟁 등 인류의 보편적 문제와 기후 변화, 에너지, 생물 다양성, 물 부족 등 지구 환경 문제, 고용과 주거는 물론 사회 구조와 법 등 경제·사회 문제를 2030년까지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제프리 삭스, 이사벨라 마사 / 정리 : 이소연 기자, 김경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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