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국산 달고나 게임 세트. 사진 이베이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국산 달고나 게임 세트. 사진 이베이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고려대 법학 석사, 미국 UCLA 로스쿨, 사법연수원 제37기, 현 한국콘텐츠진 흥원 콘텐츠비즈니스 자문위원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고려대 법학 석사, 미국 UCLA 로스쿨, 사법연수원 제37기, 현 한국콘텐츠진 흥원 콘텐츠비즈니스 자문위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7일(현지시각)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전 세계 인터넷 쇼핑몰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관련 상품(굿즈·goods)의 대다수가 중국에서 제조된 것들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는 드라마 속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입고 있는 초록색 운동복이 48달러(약 5만6000원)에 판매 중인데 이 또한 상당수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판매자들은 “중국 등 아시아에서 오징어 게임 복장이 배송되는 만큼 배송 날짜와 신체 사이즈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국내 최대 쇼핑몰인 쿠팡에서 판매되는 관련 굿즈도 예외는 아니다. SCMP는 “한국 인터넷 쇼핑몰인 쿠팡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오징어 게임 관련 상품조차 중국 광저우와 선전, 안후이성 기업들이 제조한 것”이라며 “상품 문의란에는 핼러윈데이(10월 31일)까지 배송이 가능한지를 묻는 말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이는 목숨을 걸고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것을 줄거리로 하는 9부작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반영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달고나, 초록색 트레이닝복, 줄다리기 등 어린 시절 추억 속에 머물러 있던 콘텐츠들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오징어 게임의 돌풍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온라인 쇼핑몰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현재 드라마 게임 참가자의 초록색 트레이닝복, 진행 요원들의 마스크 및 유니폼, 달고나 게임 세트가 다수의 판매자에 의해 판매 중이다. 특히 얼마 남지 않은 핼러윈데이를 맞아 ‘오징어 게임 따라 하기’를 위해 진행 요원들의 마스크 및 유니폼의 인기가 높아 보인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운영하는 공식 굿즈 판매 사이트(www.netflix.shop)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은 반팔(반소매) 티셔츠와 후드 티셔츠 등 10종에 불과하다. 진행 요원들의 마스크나 유니폼은 아예 포함돼 있지 않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진행 요원들의 마스크나 유니폼은 넷플릭스와 무관한 상품들이다. 판매자들의 이러한 상품 판매 행위는 과연 적법한 것일까. 사례별로 살펴보자.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명칭 정식 등록상표

우선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라는 명칭을 상품 판매 행위에 사용하는 것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을 기준으로 넷플릭스(Netflix Incorporated)는 ‘NETFLIX’ ‘넷플릭스’ 등의 정식 등록상표를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 스튜디오(Netflix Studios LLC)는 ‘오징어 게임’이라는 정식 등록상표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등록상표들과 같거나 유사한 표장을 각 등록상표의 지정 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행위는 단순히 판매하는 상품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에서 사용하는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상표법상 상표권 침해를 구성한다. 상표권 침해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그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등도 인정될 수 있다.

나아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 또는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한 표지와 동일 내지 유사한 것을 사용해 타인의 상품 또는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는 행위를 ‘부정경쟁 행위’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치 넷플릭스의 공식 굿즈인 것처럼 오징어 게임과 관련된 상품들을 판매할 경우 그러한 행위는 부정경쟁 행위에도 해당할 수 있다. 부정경쟁 행위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역시 그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등도 인정될 수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물론 오징어 게임 역시 그 명칭들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인식됐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오징어 게임 관련 상품 판매 행위가 부정경쟁 행위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국산 오징어 게임 굿즈. 사진 알리바바
알리바바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국산 오징어 게임 굿즈. 사진 알리바바

드라마 장면 상품 판매 페이지 업로드 불법

오징어 게임의 장면들을 관련 상품 판매 페이지에 업로드한 경우도 문제가 된다. 해당 장면들의 이미지는 사진 저작물 등 저작물로 보호될 수 있으므로 이를 업로드할 경우 복제권, 공중송신권 등 저작재산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저작재산권 침해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징역형과 벌금형이 병과될 수도 있으며, 그에 따른 민사상 책임도 인정될 수 있다. 이는 오징어 게임의 로고 이미지나 포스터를 사용한 때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저작권 침해는 앞서 설명한 상표권 침해와는 별도로 성립한다.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라는 상표나 표지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성립이 인정될 수 있다.

아울러 해당 이미지에 오징어 게임 등장인물들의 초상이 포함돼 있으면 각 배우가 가지는 퍼블리시티권 침해도 인정될 수 있다. 이정재 등 배우들이 넷플릭스가 아닌 판매자들의 굿즈 판매에 자신들의 초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부정경쟁방지법은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소위 기타 성과도용행위 역시 부정경쟁 행위로 정하고 있다. 실제 최근 법원은 지면의 절반 이상을 방탄소년단(BTS) 사진으로 채운 유사 잡지의 출판 행위가 이러한 기타 성과도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0. 3. 26. 자 2019마6525 결정).

오징어 게임 캡처 화면, 로고 등을 사용해 관련 상품들을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행위는 이러한 기타 성과도용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될 수 있다. 이 경우 넷플릭스는 그러한 행위의 금지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상표 사용 안 하면 달고나 판매 등은 적법

다만, 오징어 게임과 관련된 모든 제품의 판매가 상표권 침해, 저작권 침해 혹은 부정경쟁 행위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 저작권법은 창작성을 갖춘 표현만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예전부터 존재했던 달고나를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든지, 혹은 초록색 트레이닝복이나 딱지 접기 세트를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상표 내지 표지 사용, 혹은 드라마 캡처 화면 같은 이미지 사용과 결부되지 않으면 불법이 아니다.

달고나는 오래전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앞에서도 사 먹을 수 있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달고나를 온라인으로 판매했다고 해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과 원조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초록색 트레이닝복도 그 생산 및 판매 행위 자체를 저작권 침해나 부정경쟁 행위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 핼러윈데이에는 전 세계적으로 오징어 게임 따라 하기 열풍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화 ‘기생충’ ‘미나리’에 이어 다시 한번 K 콘텐츠의 힘이 확인되는 장면이 될 것이다. 그러한 장면이 불필요한 법적 분쟁으로 얼룩지지 않도록 관련 법을 확인하고 준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