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의 헝다그룹 선전 본부 건물. 사진 블룸버그
중국 광둥성의 헝다그룹 선전 본부 건물. 사진 블룸버그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국내 경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론이 우세한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연이은 대외 악재로 조금씩 비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금융과 실물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위기를 불러오는 이른바 ‘퍼펙트 스톰’ 가능성도 종종 제기되고 있다. 물론 단기간 내 그렇게 될 것이라는 가정은 지나친 면이 있지만, 아예 근거가 없는 이야기도 아닌 것 같아 우려된다.

당장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국제 원자재 가격만 보더라도 이런 비관론이 힘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 등 세계 3대 유종 가격은 이미 100달러를 향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비관론자들은 당분간 유가 상승을 충분히 억제할 만큼의 원유 증산은 어려워 고유가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석탄, 철광석 등 타 원자재들도 경기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는 수급 불균형과 계절적 수요 증가뿐 아니라 공급 병목 현상까지 겹쳐 가격이 급등한 상태고, 액화천연가스(LNG)는 각국의 탄소배출규제 등 환경규제 강화 영향으로 공급이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회복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하 인플레) 압력을 더 높이고 있다.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5%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는 미국을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이미 4%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기준이 되는 2% 물가 수준을 훌쩍 넘어버린 것이다. 당연히 고수준의 물가 자체가 주는 부담은 물론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방향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경기 하방 압력도 그만큼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이 정도라면 우려는 되지만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다음과 같은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우선은 주요국 통화 정책이 긴축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져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이 확산하더라도 재정 여력에 한계를 느끼는 많은 국가가 이런 리스크를 최소화할 만큼의 경기부양책을 실행하지 못할 경우다. 만약 이런 일이 현실화하면 세계는 비관론자들의 말처럼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경험할 수 있다.

최근에 또다시 급부상한 헝다(恒大)그룹발(發) 중국 리스크까지 겹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다행스럽게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관련 리스크가 전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리스크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며, 관련 부처와 지방정부가 시장화와 법치화의 원칙에 따라 적극 대응하고 있다면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성명을 발표해 시장을 안정시키고는 있다. 하지만 정책 당국의 예상과 기대와는 달리 시장이 움직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중국 리스크야말로 여전히 가장 큰 잠재적 위협으로, 우리가 정말 경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날마다 급변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고, 그 방향도 우리 기대와는 달리 부정적인 쪽으로 바뀌고 있어 적절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당장은 인플레, 나아가서는 인플레와 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예방을 위한 질서 있는 통화 정책 방향의 전환과 재정의 경기 버팀목 역할 유지가 중요한 과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내외 주요 전망기관들이 우리 경제를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고 있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