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회복하는 과정에서 급격히 증가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공급 병목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0월 22일(이하 현지시각) 국제결제은행(BIS)이 주최한 화상 콘퍼런스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며 “공급 부족과 인플레이션은 과거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갈 것이며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임금(상승)에 대한 압력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소셜미디어 트위터의 잭 도시 최고경영자(CEO)도 10월 23일 “초(hyper)인플레이션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며 이는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곧 미국과 전 세계에서 그럴 것이다”라고 전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10월 24일 CNN에 출연해 초인플레이션 전망과 금융 당국의 물가 통제력 상실 가능성 우려와 관련, 내년 하반기에는 물가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우려가 이어진다. 필자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쇼크가 우리 경제에 경각심을 일으킨다”며 “이제는 공급과 효율성 두 가지가 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0월 22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 압력과 관련해 예상보다 크고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파월 의장이 7월 1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모습. 사진 AP연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0월 22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 압력과 관련해 예상보다 크고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파월 의장이 7월 1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모습. 사진 AP연합
존 코크란(John H. Cochrane)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존 코크란(John H. Cochrane)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이후 공급망 병목과 노동력 부족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경제가 공급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것이다.

물론 수요 측면에서 사람들이 제품 구매를 절반만 줄여도 글로벌 공급망 쇼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재무부가 수조달러를 찍어내고, 거의 모든 국민에게 이를 지급한 것을 생각해보라. 한마디로 인플레이션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지만, 그럼에도 연준은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 상승에 크게 놀랐다. 연준은 공급망 쇼크가 코로나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에 따른 일시적인 펜트업(pent-up·억눌린) 수요로 발생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연준이 시장의 공급을 가늠해 수요를 조절해야 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금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돈을 찍어서 갚으면 되므로 재정 적자든 나라빚이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① 현대통화이론(MMT·Modern Monetary Theory) 추종자들의 말을 정부가 더 이상 듣지 않길 바란다. MMT 옹호론자는 인플레이션이 뒤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MMT 전문가로 손꼽히는 스테파니 켈튼 미국 스토니브룩대학 경제 및 공공정책 교수는 저서 ‘적자의 본질(The De-ficit Myth)’에서 재정 적자를 가계 적자와 동일하게 바라보는 잘못된 재정 적자 공포증에서 벗어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거꾸로 흘러가는 경제 정책

올해 3분기 (물가 상승률이 적용된) 미국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겨우 넘어섰고, 고용은 여전히 정점 때보다 500만 명 적다. 미국 경제의 공급 능력이 이토록 낮은 이유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결론은 경제 정책이 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탓이다. 정책이 공급망 비효율성을 줄여야 하는데, 거꾸로 펼쳐지고 있다는 얘기다.

오늘날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동시에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구직 단념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내 일자리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300만 개 늘어난 1000만 개 이상으로 집계된다. 반면 구직자는 600만 명에 불과하다. 결국 일을 하거나 구직 중인 미국인이 300만 명 감소하면서, 이들이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3%에서 61.6%로 줄었다.

구직자는 왜 줄었을까. 기본적으로 인간은 돈이 많으면 일을 적게 한다. 복권 당첨자가 일을 그만두는 것만 봐도 그렇다. 또 인간은 일에 대한 대가가 클수록 일을 더 하려 한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현 경제 정책은 돈을 더 주지만 일을 하면 이를 빼앗아간다. 올해 여름, 우리는 일을 해서 버는 돈보다 실직 상태일 때 더 많은 혜택(돈)을 받는 사람을 목격했고, 이들이 노동 시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경험했다. 이러한 문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몇 년 전 제기된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트럭 운전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기억하는가. 당시 트럭 운전자들에게 기본소득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돈을 줘도 일할 트럭 운전자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현재 모든 정책이 사실상 사람들의 의욕을 꺾고 공급 제약을 키우고 있다. 수많은 사례 중 보육 정책을 들여다보자. ②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법안은 “양육 지원을 희망한 모든 가족은 비용 규모에 상관 없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며 무제한의 새로운 재정 지원 혜택을 제안했다. 결국 해당 법안은 비용과 인센티브 급증으로 이어졌다. 법안은 돌봄 서비스 노동자가 현재의 평균 임금(2만5510달러·약 3050만원)이 아닌, 최소 초등학교 교사 임금 수준(6만3930달러·약 7658만원)의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물론 돌봄 서비스 제공자들은 필수 자격을 갖춰야 하고, 가족은 가구 전체 수입 중 일정 비율만큼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가족 수입이 늘수록 혜택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부부가 결혼하면 합산소득이 기준이 되면서 이들은 더 높은 비율로 비용을 내야 한다.

기후 정책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 정책은 대체 가능 자원이 충분히 준비되기도 전에 화석연료 공급을 중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너무 당연한 퀴즈를 하나 내면 ‘공급량을 줄이면 가격이 오를까, 아니면 내릴까?’ 최근 치솟는 에너지 가격을 경험한 유럽은 얼마 전 퀴즈의 답을 알아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에 원유 공급량을 늘려달라고 매달리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 기후 공약이 1300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EA는 이 숫자는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 시나리오에서 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우리가 노동력 부족 상황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1300만 명의 신규 노동자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설사 찾는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이전에 하던 일을 누가 할 것인가. 더 이상 (세계 대공황으로 실업률이 절정에 달했던) 1933년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같은 양의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비용이지 이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급망 제약 풀어야 할 때

정부가 공급망 제약을 풀어야 할 때다. 특히 노동법은 오히려 노동력과 여러 기회를 축소시키고 있다. 가령 법은 우버 운전자를 독립 계약자가 아닌 직원으로 분류하도록 요구한다. 인프라 구축에 문제 되는 것은 단지 돈이 아니라 법과 규제다.

지하철 건설에 1마일당 10억달러(약 1조1980억원) 이상이 들 정도로 인프라 비용은 말도 안 되게 높다. 노동계약법과 노조 임금 지불을 위한 각종 의무 사항, 바이 아메리칸(the Buy American Act·미국산 우선 구매법) 정책 등이 일을 줄이고 공급을 막는다. 우리는 구인난을 호소하지만 수천 명의 미국 이민 희망자에게 미국 내 근로, 세금 납부, 경제 활성화 참여 기회는 절실하다.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쇼크는 우리 경제에 경각심을 일으킨다. 이제는 공급과 효율성 두 가지가 우리 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통화량은 돈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류 경제학과 달리 정부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독자적인 화폐를 가진 나라의 정부는 무한정 돈을 찍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재정 적자가 커져도 국가 부도는커녕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정부가 무작정 돈을 풀면 결국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며 오히려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는 전통 경제학 논리에 반한다.

조 바이든이 미국 제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할 때 내건 경제 슬로건. 바이든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웹사이트 주소도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으로 만들고 최우선 과제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 경기 부양,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을 포함한 기후 변화 대응, 인종 평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더 나은 재건을 위한 법안이 나오고 있다.

/ 정리 : 안상희 기자, 김혜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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