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38회, 사법연수원 28기, 미국 코넬대 로스쿨, 현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장, 현 노동법이론실무학회 부회장, 현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38회, 사법연수원 28기, 미국 코넬대 로스쿨, 현 법무법인 율촌 노동팀장, 현 노동법이론실무학회 부회장, 현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

기업 경영 과정에서는 인사·노무상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이는 사전에 대비하기 어렵고 기업의 원만한 경영에 지대한 위험을 일으킨다. 예컨대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용 보장과 위로금 지급 요구가 불거지고 집단적 업무 거부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안일한 대응으로 사회적인 분노를 키우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직원의 영업비밀 불법취득이나 유출, 경쟁사업자와의 담합 등 위법행위가 문제돼 압수·수색에 이은 당국 조사와 행정제재,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업장에서 직원이 사망하는 중대 재해로 작업 정지 처분과 임직원 형사처벌이 이뤄지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위기는 당장 운영상 어려움이나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평판, 업무 환경, 구성원 사기에 악영향을 준다. 기업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조속히 원만한 종결을 끌어내는 관리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위기 시에는 그 발생부터 해결 과정까지 수많은 당사자가 관여하고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것이 보통이다. 수습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할지부터 만만치 않다. 노동법 등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 역량, 정부 조사 대응 역량, 부서 간 협업 역량, 위기 근원을 파악하고 신속히 대응하는 리더십 등 다양한 역량이 총동원돼야 한다.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자세한 설명을 위해 기업 X의 사례를 가정해보자. 이 기업은 임원 다수가 장기간 직원들을 사적 심부름, 차별적 언사 등으로 괴롭힌다는 내부고발이 있었다. 내부적으로 조치를 하기 전 직원들의 당국 신고, 언론 및 인터넷상 공개가 이뤄져,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면서 불매운동에 직면했다. 이 경우 기업 X가 위기관리 과정에서 유념할 사항은 무엇일까? 네 가지 유의 사항으로 정리했다.


유의 사항 1│과한 대응이 미흡한 대응보다 낫다

기업 X는 우선 위기를 위기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은 대중이 공감하는 정도, 당국의 개입 여부, 다른 괴롭힘 사안과 유사성에 따른 화제성 등 외부 요소를 계기로 위기로 커지는 경우가 많다.

위기임을 전제로 대응하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따라서 경영진이나 인사·노무 담당자가 정보 부족, 상황 오판, 낙관적 편향에 따라 문제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지 않고 미흡한 대응을 할 위험과 유혹이 크다. 예컨대 기업 X 임원들이 사과했고, 직원들이 이를 수용했다는 이유로 추가 조사 없이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판단, 그 취지를 공표하고 시간이 흘러 문제가 자연 소멸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한 예다.

그러나 인사·노무상 위기는 전개 방향을 예상하기 어렵다. 일단 부정적으로 전개되면 그 악영향은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초기의 미흡한 대응은 후속 대응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일례로 피해 직원이나 그 가족 중 일부 등이 미흡한 대응을 공개 비판하고 다른 괴롭힘을 폭로하거나, 시민단체가 장기간 괴롭힘을 가능하게 한 기업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비난하면서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 위기가 확대 재생산되고, 기업 X는 안일한 판단과 대응을 한 이유까지 변명할 지경에 놓이게 된다.

기업은 이러한 상황이 초래될 위험에 예민해야 한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과한 대응이 미흡한 대응보다 훨씬 낫다.


유의 사항 2│적법한 절차 따라 전면 대응하라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적법한 절차와 순리에 따라, 전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업 X처럼 다수 당사자가 관여되고, 사회 관심사로 인정된 경우라면 기업은 그 상황을 우선 위기로 규정하고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철저히 적법 절차와 순리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철저한 대응 원칙은 위험 발생 및 관리와 관련된 기업 활동 전반에 적용돼야 한다. 즉 전면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가 통상 구조적인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직원·소비자·주주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은 위기에 처한 기업이 전면적 개선 활동을 통해 거듭나야 위기가 극복될 수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 X의 위기는 직장 내 괴롭힘이 대중의 공분을 사고 언론과 인터넷상에서 퍼져나가 집중 관심 대상이 되면서 위기로 발전한 경우다. 이렇게 위기로 발전한 이상, 개별 직원의 피해 복구와 징계 조치만 한다고 해서 이해관계자들은 위기가 극복됐다고 인식하기 어렵다.

따라서 통상의 인사·노무 문제에 대한 대응인 개별 괴롭힘의 확인과 인사 조처만으로는 위기를 종결할 수 없다.

대상 임원 전원을 신속히 대기발령하고 징계 등 인사 조처를 위한 조사를 시작하고, 밝혀진 피해 직원에 대한 조직 차원에서의 사과와 2차 피해 방지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 또, 다른 직원의 신고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기업문화 개선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고, 이러한 조치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기업이 내부 위기 관리에 실패하면,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면서 불매운동에 직면하기도 한다.
기업이 내부 위기 관리에 실패하면,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면서 불매운동에 직면하기도 한다.

유의 사항 3│종합적인 의사소통 능력 필수

아울러 종합적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근거해 초기 실수를 줄이고, 효과적인 대직원 선전과 교육을 실행해야 한다. 어떤 전략·전술로, 누구를 상대로 언제, 어떻게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대내외 여론을 관리하여 위기 악화를 막고 나아가 평판을 회복할 것인지는 일반적으로 위기관리에서 매우 중요하다.

기업 X 사례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상황이 위기로 규정된 근본적인 원인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급속히 악화한 여론과 기업 X의 평판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부분은 고도의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영역이다. 최신 정보를 종합하고, 법적 문제, 예상되는 부작용까지 고려한 종합적 대응이 필요한 영역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특히 언론과 인터넷 등 외부 여론 대응은 인사·노무 담당 부서, 법무 부서 등 어느 한 부서가 단독으로 행할 것이 아니다. 반드시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서, 나아가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위기 발생 즉시 임시협의체(Task Force)를 구성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사전에 명예훼손, 개인정보의 부당 공개 등 법적 부작용까지 검토한 단일한 메시지를 합의해 두는 것이 좋다. 외부 접촉 창구를 단일화해서, 정제된 커뮤니케이션이 적절한 시점과 대상에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기업은 우선 위기 발생 초기의 커뮤니케이션 실수를 줄여 위기가 악화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기업 X 사장이 언론 매체와 비공식적 대화에 응해 실제 철저한 조사가 진행 중임에도 조사가 종결됐다고 언급하는 경우, 내부 고발 직원이나 불매운동 의도를 근거 없이 비난하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경우, 악의적 피해 주장에 대해 적시에 효과적 반박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는 모두 위기를 악화시키는 실책이다.


유의 사항 4│대내 커뮤니케이션도 중요

마지막으로 직원을 상대로 한 대내적 커뮤니케이션도 대외적 커뮤니케이션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업 X 사례처럼 직장 내 괴롭힘이 잘못된 기업문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할 가능성이 큰 경우, 경영진이 얼마나 진정성 있고 과감하게 인사상 조치나 제도 개선을 함으로써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인지 직원들이 관망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 경우 경영진이 그 기대에 부응하는 조치와 제도를 마련하고 실행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개선 의지를 적시에 홍보해 조직을 안정시키고, 설명회, 워크숍, 교육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선전·교육하는 것도 필요하다.

단, 이 과정에서 피해 직원이나 가해 임원 신원이 공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기업은 유사한 비위 행위 재발 방지를 위해 가급적 상세히 비위 행위와 그에 대응한 인사 조처를 공개하려는 유인이 크다. 그러나 제한 없이 개인정보가 공개되면, 2차 피해가 초래되고, 불필요한 분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