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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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국내 최대 정치 이벤트인 대선도 끝났고, 시장의 이목은 이제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차기 정부의 구성과 정책 방향에 집중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예측하기 어렵고, 대내적으로는 코로나19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등 우리 경제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대선 전후 나타나는 정치적 경기순환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치적 경기순환이란, 집권 정부가 선거에 임박해 경제 정책을 통한 인위적 경기 부양을 시도함으로써 경기 변동이 정치 이벤트인 선거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현상이다. 통상 선거 직전 인위적인 팽창 정책과 선거 후 긴축 정책이 반복되면서 경기 변동이 발생하게 된다. 즉, 대선 전에는 집권 정부와 여당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확장적인 재정 정책과 팽창적인 통화 정책을 지지하지만, 선거 후에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의 부작용 예방을 위해 긴축적인 재정과 통화 정책으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선거 전에는 경기가 개선 또는 상승 압력이 강해지지만, 선거 후에는 이와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데 국내 경제도 대체로 이런 흐름을 따른다. 역대 대선 전후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대선 직후 경기 지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경제 성장률도 하락하는 등 성장력이 약화했다. 이는 대선 전후의 정치· 사회적 혼란으로 위축된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의 심리가 소비와 투자 부진을 불러온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매번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뿐더러 단순히 몇 개 지표만을 가지고 설명하기에도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 제14대 대선 직전 해인 1991년에는 걸프전 발발로 인한 고유가 충격이 상당 기간 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았었고, 제15대 대선이 있었던 1997년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았다. 제16대 대선이 있었던 2002년은 2001년 9·11테러와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세계 경제가 침체됐다. 제17대 대선(2007년 12월) 직후인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고, 제18대 대선이 있었던 2012년에도 유럽 재정 위기 여파가 지속하는 등 불확실성이 컸다. 제19대 대선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정치적 사건을 배경으로 치러졌다. 즉, 공교롭게도 그만큼 거시경제 지표가 정치적 경기순환보다는 타 요인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도 코로나19를 포함한 많은 리스크를 배경으로 치러진 만큼 당장 올해 정치적 경기 사이클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염려는 크지 않다. 재정 정책 측면에서는 2021년보다 약 50조원 증가한 607조원 이상의 예산이 편성됐고, 통화 정책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시기와 정도가 국내 거시경제 안정성을 기준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까지는 경기 친화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정책 효과가 기대보다 약할 수 있고, 대내외 리스크 해소 기미가 보이면 언제라도 팽창에서 긴축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이는 자칫 빠르게 훼손되고 있는 국내 잠재 성장력을 더 악화시키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 아무쪼록 차기 정부는 정책 의사결정을 그르쳐 스스로 정치적 경기 사이클을 유발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고, 이를 위해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에 따라 합리적이고 도전적인 과제를 실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