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華商)들의 충고



 10월9일부터 12일까지 세계 화상들의 경제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화상대회(8차)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습니다. 36개국 3098명 참가자 규모의 이번 대회는 화교자본의 무풍지대라 할 수 있는 한국에서 열린 대회치곤 2001년 제6차 중국 남경대회를 빼면 최대 규모였죠. 

 그러나 3박4일간 주요 화상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그들에게 한국은 아직은 ‘먼나라’였다는 점입니다. 변변한 차이나타운이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지적도 나왔지요. 태국, 싱가포르, 홍콩 등 각국 중화총상회장들은 그 나라 경제를 움직이는 그룹 총수인 반면, 원국동 한국 중화총상회장은 한의사 출신이란 점만 봐도 변변한 화교기업 하나 없는 한국은 화교자본의 변방임에 틀림없으니까요. 한 참석자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면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만, 중국이 투자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 같다”고 말했을 땐 뒷목이 간지럽더군요. 

 한국정부의 각별한 배려에 ‘셰셰’(감사)를 연발했지만, 이는 ‘립 서비스’에 가까웠습니다. 1대1 인터뷰 때 화상들은 점잖은 어투였지만, 알고 보면 내용은 “한국이 화교에 대해 차별해 왔다”는 따끔한 지적이었죠. 덩룽 미국 화상회장은 “한국이 (화교를 포함한) 이민족을 존중하는 법안을 만든다면, 훨씬 글로벌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제안하기도 했지요.

 12일 폐막식이 끝나가던 오후 8시께 한 화교 경제인이 던진 한마디는 잘 잊혀지지 않더군요. “화상대회 한번 개최했다고 바뀌는 건 별로 없죠. 신용과 관계를 중시하는 화상 특성상 한국은 아마도 이런 대회 열 번은 열어야 화상들 마음이 열릴 겁니다.”



 나이 제한에 두 번 우는 노인들



 지난 9월, 서울의 코엑스와 일산의 킨텍스에서는 각각 실버취업박람회와 실버생활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전자는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을 위한 행사였고, 후자는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 전시였습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모여든 노인들은 이틀간 3만명에 달했고, 노인층을 겨냥한 제품과 서비스 전시장은 한산하기까지 했습니다.

 두 행사장의 상반된 표정이 시사하는 점은 ‘급증하는 노인, 그러나 구매력은 낮다’는 점입니다. 보험회사를 중심으로 실버세대를 겨냥한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지만, 이는 현재 30~50세대인 ‘미래 노인’들을 겨냥한 것일 뿐, 현재의 노인들은 ‘매력적인 구매층’이 아닙니다.

 현재의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어떤 이들입니까. 해방을 전후해 태어나 두 차례의 극심한 전쟁과 가난, 독재와 산업화를 온몸으로 겪어 낸 세대들입니다. 오늘의 세계 속 한국이 있기까지 그들의 수고와 노고는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혹시라도 자녀들이 알까 싶어, 누가 될까 싶어 쉬쉬하며 일자리를 찾아 다녔습니다. 김치와 밥이 전부인 도시락에, 행사장 구석에 놓인 정수기에서 떠온 물로 국물을 대신하는 모습이 한둘 아니었습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가 늘어가고 있다는 건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실제 모집과정을 살펴보니 공공부문을 제외하곤 65세 이상을 채용하는 곳은 채 10%도 되지 않았습니다. 실버취업박람회에서 정작 ‘실버’가 갈 곳이 없었던 것입니다. 공경과 효도의 대상이기보다 일을 통해 떳떳이 살고 싶다는 노인들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기억해야



 외환위기(IMF) 이후 국내 금융사들은 차례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습니다.

 은행은 보유예금 대량인출 사태를, 보험사들은 급작스런 계약해지를 경험했으며, 카드업계도 지난 2003년 이후 부침을 거듭하다가 최근에서야 안정을 되찾고 있습니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외환위기 후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체계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환경적 문제도 있겠지만, 미래를 바라보는 시야가 너무 좁았기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특히 보험사와 카드사들은 장기적인 시장 환경 예측에 실패하면서 구조조정의 격류에 휘말리게 됐습니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머리가 나빠서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성공에 도취하다 보면 초라했을 때 자신의 모습은 눈에 보이지도, 기억하지 못하게 마련입니다.

 보험사들은 손실이 예상되는 변액보험 판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또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카드 모집인의 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이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오늘의 변액보험 계약자들과 먼 훗날 법정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카드업계 역시 무분별한 발급 확대를 재현하면, 현재의 모집인을 나중에 채권 추심원으로 다시 고용해야 할 것입니다.

 비록 환경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금융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중소기업의 비애



 경기도 일산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김모 사장은 최근 ‘중소기업’의 비애를 한껏 느꼈다고 합니다. 얼마 전 김사장은 일산 한국국제전시장 킨텍스(KINTEX)에서 인력박람회가 열린다며 참여요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특히 서울보다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사람구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김 사장은 좋은 기회다 싶어 일찌감치 신청하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참여할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이유를 알게 된 김 사장은 더욱 기가 막혔습니다. 대기업들의 참여가 많아 부스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말로는 중소기업 지원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제대로 된 지원은 받아보질 못하는 중소기업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중소기업이 느끼는 비애는 이뿐만이 아닐 겁니다. 정부규제, 소비자와 금융권의 외면 등 기업경영 현장에서 실감하는 비애는 분노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이번에 ‘중소제조기업 업종별 BEST 10’를 선정한 것은, 이런 우리의 무관심을 반성하고 이들 중소기업을 새롭게 조명해 보자는 취지입니다. 우리 경제의 뿌리를 이루는 중소기업들을 제대로 알아보자는 겁니다.

 역시 우리 중소기업들의 파워는 대단했습니다.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어렵다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이 제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작지만 강한 기업들입니다. 많은 대기업, 중소기업이 벼랑 끝에 몰리며 경영난과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모두들 단단한 기술력과 서비스, 품질 등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