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른 회사와 공동사업을 하면서 상대방 회사의 비용관리부서와 사업부서 사이의 견해차이로 원하는 만큼 일이 잘 진척이 되지 않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견해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사업부서는 “그 동안 활용되지 않았던 유휴자산을 활용해서 거의 추가 비용이 들지 않고 개발한 서비스인 만큼 매출이 늘기 때문에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가관리부서는 “서비스 한 건당 비용이 10만원을 넘기 때문에 그 서비스를 몇 천원에 제공하는 것은 안 된다”고 반박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는 이유는 어찌 보면 간단합니다. 사업부서는 그 동안 쓰지 않던 자산을 활용해 돈을 벌기 때문에 비용이 조금 늘더라도 전체적으로 회사의 이익이 증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원가관리부서는 통상 회사의 업무를 분류하고 여기에 원가를 부여합니다. 그런데 원가에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직접적인 비용도 부과되지만 광고비, 인력관리비 등 공통의 비용도 배분이 됩니다. 특히 조직이 큰 대기업의 경우 공통의 비용이 차지하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보다는 비용이 더 큰 것으로 계산이 되기 쉽습니다. 결국 해당 서비스의 원가로 보면 적자가 나오기 때문에 사업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대체로 이럴 때 나오는 결론은 회사 내부의 파워게임에 의해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가관리 부서가 강하면 사업을 하지 않는 쪽으로, 사업부서가 강하면 사업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습니다.

여러 개의 잡지를 운영하는 출판 조직의 경우 ‘미운 오리새끼’가 되는 잡지가 대체로 하나는 있게 됩니다. 미운 오리새끼는 실적이 가장 좋지 않은 잡지일 경우가 많습니다. 잡지별로 독립채산을 하게 되는데 각 잡지마다 공통의 비용이 배분됩니다. 직접적인 비용인 종이 등의 비용을 제외하고 사무실 임대료, 전기료, 인사-회계 등 지원부서의 비용도 각 잡지 별로 배분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원가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잡지가 나오게 되고 그 잡지는 비난을 받게 됩니다. 비난에 비난을 거듭 받던 잡지는 결국 폐간이 됩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으면 또다시 미운 오리새끼가 나옵니다. 첫 번째 미운 오리새끼가 흡수를 해줬던 공통비가 다른 잡지에 전가되다 보니 잡지별 원가가 전체적으로 조금씩 올라갑니다. 그렇게 되면 첫 번째 미운오리새끼가 감당해 주었던 공통비의 일부를 떠맡게 된 두 번째 미운오리새끼의 원가도 상승, 결국 또다시 원가보다 매출이 적은 잡지로 찍혀 비난을 받게 됩니다. 물론 잡지를 없앨 때 마다 해당 부분만큼의 구조조정을 통해 공통의 비용을 줄이면 되지만 잡지 하나를 없앤다고 해서 인사, 회계, 마케팅 등의 인원을 줄이는 것은 물론 사무실 크기를 일시에 줄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미운 오리새끼는 계속 생기게 되고 미운 오리새끼가 생길 때마다 계속 죽이다 보면 오리는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됩니다.

이 같은 원가회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소설로 대표적인 것이 바로 <더 골(The Goal)>입니다. 미국에서 엄청나게 많이 팔렸다는 이 소설의 저자인 엘리 골드렛과 제프 콕스는 이른바 제약조건이론(TOC, Theory of Constraints)의 제창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가 주장하는 이론 가운데 하나가 ‘원가분석 같은 것은 집어 치우고 회사의 총이익이 늘어나면 무조건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설은 공장장인 로고가 기존의 경영방식에 대해 보다 깊이 성찰을 하면서 공장을 제대로 발전시킨다는 것인데 로고가 부딪혔던 문제 가운데 원가회계를 둘러싼 사내의 갈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영학에서 제기되는 원가문제와 비슷한 케이스가 경제학에서는 한계수익(Marginal Revenue)과 한계비용(Marginal Cost), 평균수익(Average Revenue)과 평균비용(Average Cost)입니다. 원가회계에서 추구하는 점은 평균수익과 평균비용이 가장 큰 지점을 찾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평균수익과 평균비용의 격차가 가장 크면 부분적인 효율성이 최대인 지점이 됩니다. 그러나 효율성이 최대인 지점이 기업의 존립 효과(순이익의 최대화), 즉 효과성을 극대화하는 지점은 아닙니다. 최근에 국내에 번역된 <판단력 강의 101(저자 데이비드 핸더슨, 찰스 후퍼)>이라는 책에 이런 사항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종업원이 서른 명 정도 되는 세탁소를 생각해 보자. 총 인건비가 60만달러이고 총매출이 80만달러면 이익은 20만달러다. 직원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매출은 2만6667달러인 반면 2만달러의 임금을 가져가 직원 1인당 순이익은 6667달러이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직원 한사람을 추가로 고용할 때 매출은 2만5000달러 정도만 늘어 매출이 82만5000달러라면 총인건비는 62만달러가 된다. 이 경우 직원들의 이익은 평균 6613달러로 줄어든다. 일인당 효율성은 낮아졌지만 회사 전체적으로는 순이익이 20만5000달러로 5000달러가 늘어났다. (기업의)소유주에 들어오는 것은 평균이익이 아니라 총이익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의사결정을 할 때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소설 <더 골>에서도 각 부분이 최적화한 상태가 전체의 최적화는 아니라는 것을 거듭 강조합니다. 결국 기업이든 조직이든 각 부분이 최적화했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고 만족하지 말고 전체가 최적화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오히려 부분이 최적화하지 않은 어떤 상태가 전체가 최적화하는 점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판단해야 합니다. 앞의 세탁소 사례에서 보듯 새로 입사한 직원은 효율을 떨어뜨린 사람으로 미운 오리새끼로 찍힐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사람을 감싸고 이 사람이 효율성 높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사람의 효율성이 다른 사람과 비슷해지면 또 다른 미운 오리새끼를 데려오고 다시 이 사람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렇게 계속해서 부분효율을 전체효율로 바꾸고 이렇게 생긴 부분효율을 다시 전체효율로 바꿔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