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인 S사의 K사장은 홍보 예산이 올라올 때마다 짜증이 난다. 광고비용은 마케팅 본부장을 지냈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를 금방 알 수 있겠는데 홍보비용은 도대체 적정 예산이 얼마면 되는지 그리고 또 무작정 줄이면 어떤 불이익이 예상되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홍보실장이 명쾌하게 비용 대비 효과를 객관적으로 제시하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고 언론 관계를 위해 기업 광고를 이만큼은 해야 된다느니, 사회단체나 특수 공중에 대한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이번 행사는 꼭 해야 한다느니, 동종 업계 또는 대기업과 비교하여 이 정도는 집행해야겠다느니 하고 조르기 때문이다.

CEO라면 누구나 홍보(커뮤니케이션+PR)비용에 대하여 도대체 기업 경영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그 가치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광고는 마케팅 효과로서 즉시 나타난다. 그 효과 측정 방법도 매체 도달률이라든가 제품 선호도나 고객 만족도 분석, 제품별 매출액 증감 등을 통해 객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 비용은 안심하고 결재할 수 있는데 홍보비용은 Cost 개념으로 자꾸 줄이려 하는 것이다.

이때 기업 커뮤니케이션 책임자(CCO)나 홍보실장이 자신 있게 홍보의 가치를 객관화 된 수치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필요성이나 중요성은 강조하면서 실제 경영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객관화 된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CEO의 이러한 고민을 풀어줄 방법은 없을까.

기업 커뮤니케이션 측정 방법은 그 발달 순서에 따라 1970년대의 기업 이미지 조사(선호도), 1990년대 후반부터 2002년까지의 기업 평판 지수 평가(RQ), 2002년 이후의 기업 투명성 지수(TI)와 평판 지수의 상호관계에 의한 복합 평가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기업 이미지 조사(선호도)에 따른 평가 방법

1950년대 이래 공중들이 기업을 인식하는 방법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개념이 기업 이미지 평가였다. 이는 1990년대까지 기업 평가의 핵심적 요인이었다. 기업 이미지는 기업의 철학이나 이념, 기업 문화 등 기업의 정체성(Identity)의 표현이라고 보고 기업에 대한 좋고 나쁨의 선호도로 평가하였다. 한국에서도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대체로 기업 선호도 조사가 주류를 이루었다.

정체성은 조직의 동화나 차별화의 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것으로 어떤 조직이 무엇을 지향하는가 하는 점에 대해 내부의 이해 관계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즉 정체성이란 회사 내부의 문제이며 회사 내에서 소통되는 메시지다.

이에 비해 이미지는 조직에서 외부의 이해 관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설명할 수 있으며, 기업의 의도적인 커뮤니케이션 행위로 1970~1980년대는 ‘이미지 경영’이라고 불렸다. 한때 기업 이미지 광고, 기업 PR, 기업 홍보 등의 분야가 각광을 받았고, 대기업 중심으로 이미지 조사가 유행을 하였고, 이미지 리서치 회사들이 태동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미지 조사는 사람들(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의 마음속에 ‘좋고-나쁨’, ‘기쁨-슬픔’, ‘신뢰-불신’과 같은 감성적 개념을 통해 대상의 현실성을 단순화하고 기업 이미지의 서열화를 통해 자기 만족적 수단은 되겠지만 객관화 된 평가 지표가 될 수 없었다. 이미지는 개인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대상(기업이나 제품·서비스)과 직면했을 때 경험하는 인상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미지란 사람들이 묘사하고 기억하고 연관시키는 것을 통해서 지각된 대상에 의한 의미 집합으로 이것은 대상에 대한 인간의 신념, 이상, 느낌, 인상의 상호작용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단순하게 의미의 집합이나 감성적 평가, 그리고 경쟁 회사 간의 이미지 순위를 조사하는 것으로는 경영 평가 지표를 객관화할 수 없는 것이다.

1995년 S그룹의 이미지 조사 항목을 보면 당시의 이미지 평가 지표들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기업 평판 지수 (Corporate Reputation Quotient)에 의한 평가방법

정체성과 이미지와는 달리 기업 평판은 이해 관계자가 회사에게 주는 메시지로 다양한 이해 관계자 그룹들이 특정 기업에게 가지는 기대를 평가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이해 관계자들(Stakeholder)의 기대란 개인적 가치(정체성)나 집단적 규범 안에서 나타난다.

기업 이미지란 개념이 실상을 과장하거나 왜곡 또는 조작할 수 있는데 반하여 기업 평판은 기업의 책임 있는 이해 관계자들이 기업에게 내리는 평가이므로 실체적 가치의 평가라 할 수 있다.

1990년대에 와서 기업의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기업 평가 지표도 자연스럽게 기업 이미지 평가에서 기업의 신뢰도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 평판 평가로 전환되었다.

결론적으로 기업 평판은 이해 관계자들이 시간을 갖고 형성한 어떤 기업에 대해 내린 전적인 평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평가는 이해 관계자들이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과 기업의 행위에 대한 정보, 그리고 앞서가는 다른 경쟁사들의 행위를 비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형태와 기호 체계에 근거하여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평판을 단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회사의 정적인 요소로만 인식하여 인상적인 로고나 잘 계획되고 다듬어진(인위적인) 형식적 커뮤니케이션 행위들을 통해 만들어지고 관리 될 수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기업이 자신의 이해 관계자들에게 갖고 있는 기업 평판은 반드시 역동적인 구축(Dynamic Construction)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기업은 정치나 경제, 사회, 기술 그리고 많은 경쟁사들로 이루어진 외부 환경 하에서 기업 활동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러한 외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이미지, 즉 기업 행위에 의한 기업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기반을 둔 이미지와의 상호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기업 평판인 것이다.

기업 평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단 하나의 차원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에 의해 평판이 수립되고 지속, 유지되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 잡지 <포츈>은 기업 평판에 대한 8가지의 측정 요소들을 갖고 있으며 평판연구소(The Reputation Institute)의 평판 지수(R.Q.)는 6개 차원의 20개 속성을 개발하여 국제적인 평가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즉 제품 및 서비스, 재무성, 비전과 리더십, 사회적 책임, 근무 환경, 감성적 소구에 대한 평가를 5점 리커드 척도로 측정하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폼브런의 6개 요인 지수를 근거로 한국의 30대 그룹 중 상위 5개 기업과 하위 5개 기업을 선정하여 10개 기업에 대한 평판 지수를 조사한 바 있다. 기업 평판 지수는 우선 6개의 평판 요인 지수를 산출한 후 여기에 각 평판 요인당 할당된 항목의 평가치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후 이 환산치에 항목별 중요도를 가중하여 요인 지수를 산출하였다. 이때 가중치의 합은 역시 1이 되도록 하였다.

S그룹의 이미지 조사 항목 (1995년 조사)

① 전문 경영인 체제 ② 국제 경쟁력 ③ 인재 육성 ④ 장래성 ⑤ 노사 화합

⑥ 친근감 ⑦ 사원복지 ⑧ 중소기업 지원 ⑨ 연구 개발력 ⑩ 사회 공헌도

⑪ 소유와 경영 분리 ⑫ 최고경영자의 자질 ⑬ 깨끗한 이미지

고객들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평판과 투명성을 높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투명성이 낮게 평가되었다는 사실은 현재 가지고 있는 좋은 평판마저 하락할 수 있은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명한 경영 철학의 메시지를 담은 광고와 PR을 지속하고 높은 평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NGO와 언론인들에게 투명성 및 평판 지표를 주기적으로 공개하여 고객 집단에게까지 자사의 투명성을 확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면 신세계와 같이 투명성은 높은데 평판이 낮은 기업은 높은 투명성을 부각시켜서 좋은 평판을 이끌어 내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 평판과 투명성 간의 관계에서 제품 및 서비스 투명성이 평판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경영 투명성뿐만 아니라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높은 투명성을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높은 투명성을 더욱 높이고 기업 평판을 긍정적으로 제고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CJ, 현대, 롯데, 동부, 대림과 같이 투명성과 평판이 모두 낮은 기업이다. 이들은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 대하여 세부적이고 차별화 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고 투명성과 평판을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삼성 이순동 CCO의 국민훈장 수상 의미

2006년 12월은 한국 PR사에 있어서 매우 특별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바로 PR인의 날에 삼성그룹 CCO 이순동 기획홍보팀장(부사장)에게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국민훈장을 수여한 첫해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는 70년대 발아기, 80년대 1세대 홍보실장 임원이 주축이던 성장기, 90년대 2세대 기업 커뮤니케이션 최고책임자(CCO)가 주축이 된 발전기, 2000년대 3세대 CCO들이 주축이 된 확장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광고 산업은 이미 기업 마케팅과 함께 60년대부터 발전하기 시작하여 50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기업 홍보는 80년대에 와서야 처음으로 임원이 책임자가 되어 홍보실이라는 본부조직을 갖게 됐다.

이번에 훈장을 받게 된 삼성의 이순동 부사장은 바로 1990년대에 임원이 되어 한국 기업 홍보를 발전시킨 2세대 PR인의 대표 주자이다. 1세대 홍보 임원들이 기업 PR 부문에서 홍보실장까지 개척했다면 이 부사장은 2세대 홍보인들이 부사장, 사장까지 진출해 CCO가 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 시기에 비로소 홍보실장이라는 PR 분야 책임자에서 기업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총괄하는 CCO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기업 내에서 뿐 아니라 전경련 경제홍보위원회, 광고주협회 운영위원회, PR협회 등의 책임자로 일하면서 명실 공히 우리나라 기업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한 차원 높게 성장 발전시킨 개척자라 할 수 있다.

이제 이 부사장과 같은 2세대 PR인들이 뿌려 놓은 토양 위에서 3세대 PR인들은 더욱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을 통해 CCO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전통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