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본시장에 유례없는 무한 경쟁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금융기관은 물론, 시장의 조정자라고 할 수 있는 감독기구와 감독 방식 및 시장운영 기관에 이르기까지 효율적인 금융 서비스 제공을 위한 경쟁의 압박이 거세다.

보다 효율화된 시스템과 감독 방식을 도입하고자 하는 노력은 새로운 감독법규의 제·개정 및 국가 간의 다양한 협력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자본시장의 중요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증권거래소는 전통적인 회원제 형태를 벗어나 주식회사로 전환함은 물론 공개된 주식을 상장·유통시키고 있다.

스웨덴 증권거래소를 시작으로 지난 10여 년간 진행된 증권거래소의 운영체제 변화엔 예외가 없다. 증권거래소의 주식회사 전환 및 기업공개 움직임에 가장 비판적이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오던 뉴욕 증권거래소의 경우 전자증권거래 시스템으로 출발했던 아키펠라고와 합병을 완료한 이후 자사 주식을 뉴욕 증시에 상장시켰다.

뉴욕 증시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전 유럽의 증권거래소 규모를 능가하는 뉴욕 증권거래소는 2006년 6월 유럽의 유로넥스트거래소와 합병,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스크린 단말기 시스템으로 출발했던 나스닥시장은 뉴욕 증권거래소보다 앞서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또한, 경쟁 증권거래 시스템인 인스티넷과 합병을 완료한 이래, 가장 오래된 증권거래소인 런던 증권거래소의 지분을 25%가량 취득한 상태다.

유럽 자본시장의 중심축인 독일 증권거래소의 반격도 만만찮다. 비록 런던 증권거래소와의 합병 시도는 무위로 끝났지만, 유럽에 대한 애착이 강한 독일로서는 지속적으로 유로넥스트거래소와의 합병 시도를 추진하고 있다. 초기에는 이태리 증권거래소를 포함해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포르투갈 증권거래소로 구성된 유로넥스트거래소를 합병함으로써 범 유럽 증권거래소를 만든다는 것이 독일의 당찬 꿈이었지만, 유럽의 반독점규제금지법 문제로 주춤하고 있는 실정이다. 

흥미 있는 것은 변화하는 시장과 기구에 대한 각국 감독 당국들의 반응이다. 세계적인 감독기구 통합 움직임에도 분화된 권역별 감독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증권관리위원회는 최근 파생상품 감독기구와의 통합을 의회에 공개적으로 건의했다. 감독의 효율성 제고를 더 이상 미뤄 둘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또한, 유로넥스트거래소를 향한 뉴욕 증권거래소와 독일 증권거래소의 러브콜 움직임 속에서, 유로넥스트거래소 감독 당국을 방문해 양국 간 증권거래소 통합 움직임에 대비한 협력 사항을 토의했다. 미국 증권관리위원회는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사베인-옥스리법’ 적용을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엔론·월드콤 회사의 회계 분식 사건 이후 제정된 회계개혁법이 회계의 투명성과 기업지배구조를 더한층 개선시킨 반면, 과도한 규제로 인하여 미국 내 증권거래소 상장 기피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는 미국 증권거래소와 기업들의 고민을 전향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2006년 한국 자본시장의 화두는 단연 자본시장통합법이다. 새해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기업공개 움직임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공통점은 금융 소비자의 편익과 금융자본시장 발전에 미치는 효과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의 자본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감독기구 및 시장운영기관 연계와 통합의 최종 목표는 고객에 대한 최상의 금융 서비스 제공이다. 민간의 창의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효율적인 자본시장의 초석으로서 자본시장통합법과 효율화한 시장구조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