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던 일은 반드시 터지고 골칫거리 손님은 외톨이가 아니라 패거리로 찾아온다. 개인 일도 그렇지만 나라의 일도 마찬가지다. 한밤중에 귀가한 이웃 술고래가 마지막 신발짝마저 벗어 던지기를 기다리다가 잠 못 들어 불안했던 우리가 드디어 북한 핵실험 실시 보도를 접했다.

금융시장의 충격은 의외로 경미했다. 외국 신용평가기관들도 외형상 덤덤했다. 이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에 반영돼 있다는 말이다. 당일 급락 증시에서 개미군단(개인 소액 투자자들)은 팔자 편에 선 반면 외국 큰손들은 사자 편에 섰다. 며칠 새 시장 반전으로 개미들의 판정패, 큰손 판전승으로 일단 게임이 끝나 보인다. 그러나 본 게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가 신속한 의견 조율을 통해 강경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무력 제재까지 고집했던 미국과 일본이 주장을 완화한 대가로 중국과 러시아도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중요한 사실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포함이다. 이에 북한이 ‘무자비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신경질을 부리고 있어서 추가 핵실험이 예상된다.

이후 전개될 상황에도 경제와 금융시장이 충격을 피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근해(近海)상에서 북한 선박 수색 사태가 벌어질 경우 한·미 간 입장 차이로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추후 사태 변화에 따라 외국자본의 시장 이탈과 국내자본의 해외 도피가 가시화할 것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편 환율 추이가 골치 아픈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미 달러 환율도 그렇지만 한때 800원(100엔 기준)을 밑돌기도 한 엔 환율 문제가 심상하지 않다. 대일본 수출에 목을 매고 사는 중소기업들이 정부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 해도 그 효과가 의심스럽다.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를 매입해도 그것은 국제금융시장이란 호수의 물을 동이로 퍼내려는 꼴이다. 통화 간 교차환율에 불균형이 생기면 아비트라지가 발생해 다시 균형을 회복시킨다. 결국 엔화의 대달러 환율이 조정되어야 풀릴 문제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일본의 고이즈미-아베 수상 간의 우호관계는 일본 환율 문제를 외면하고 중국 환율만 문제 삼도록 했다. 일본 돈 저평가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한동안 일본 금리가 낮아 일본에서 차입해 금리 높은 외국 채권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설이 유력했다. 최근에는 무역 흑자국들이 보유 외환을 일본 돈을 피해 다른 통화(달러, 유로, 파운드 등)로 돌리기 때문이라 보는 깔때기(funnel)효과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핵 문제와 같이 환율 문제 해결에도 국제 공조가 핵심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걱정거리는 중국발 인플레이션의 세계 확산 조짐이다. 미국이 한때 고성장 저물가의 경제, 이른바 골디록스(goldilocks) 경제를 누릴 수 있던 비밀의 열쇠는 중국산 수입이었다. 이제 중국의 저임금 시절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나쁜 일은 반드시 터지고 만다. 한·미 방위협력을 강화해 북핵에 대응하고, 국내 기업 생산성 제고로 환율과 물가 문제를 풀면 된다. 일본 돈이 싸면 부품 수입가 인하의 혜택이 있고, 중국 상품 가격이 오르면 경쟁력이 생긴다.

이 기회에 상호의존의 세계에서 한국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음을 터득하게 된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