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드라마 <황진이>를 보면서 ‘저런 여인네는 기생이라도 참 할 만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말하는 지성과 미모를 다 갖춘 얄미울(?) 정도의 잘난 여인네가 아니었나 싶다. 황진이는 중종 때 진사의 서녀(庶女)로 태어나 당대 최고의 명기로 조선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스캔들의 주인공, 타고난 절색에 명창으로, 관습화되어 가던 시조에 파격적인 표현으로 활력을 불어넣은 시인으로, 과감한 일탈을 통해 제도와 인습에 대항한 신여성으로서 신화적인 힘을 부여받고 있다.

나이 열다섯에 그녀를 사모하다가 상사병으로 죽은 마을 청년의 상여가 집 앞에 멈추어 움직이지 않아 그녀의 저고리를 관 위에 덮어 주니 움직였다 하고, 생불로 추앙받던 30년 면벽(面壁)수련으로 유명한 천마산의 지족선사를 유혹해 파계시켰으며, 당대의 일류 명사들과 정을 나누고 벽계수와 깊은 애정을 나누며 난숙한 시작(詩作)을 통하여 독특한 애정관을 표현했고, 고고한 대학자 화담 서경덕 선생을 유혹하려다 실패하고 감복하여 제자가 되는 등 야사는 관능적인 명기로서 황진이를 부각시키고 있다.

한편으로는 살신성인으로 빈민구제에 나선 사회활동가로, 생을 재단하는 태생적 운명의 굴레를 벗고 허위와 가식이 득세하던 시대를 이방인으로 살며 파격적인 일탈행위로 폐쇄적인 신분제도를 조롱했던 조숙한 근대인으로서 황진이의 신화적인 색채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판서 소세양, 선전관 이사종, 재상의 아들 이생 등 학자나 문인들과 주로 교류하였으나 남사당패와도 오랫동안 가까이 지냈다.

“얼마나 좋았을까? 진이 언니가 지금 인물이라면 ‘얄미운 뇬’ 시리즈 첫째일거야. 매일 예쁘게 꽃단장하지, 매력이 철철 넘쳐 뭇 남성들이 좋아 죽으니 바람 실컷 피지, 공부도 잘 했나 봐. 시를 잘 지으니 논술도 잘할 거고, 연주도 잘하고 창도 잘하니 음악도 A플러스, 춤꾼이니 체육까지? 몸매 죽이지 밤일도 잘했을 거구만, 어쩐지 방중술까지 터득했을 것 같은 여인이니 지도교수로 청하여 한 수 배워야 할 것만 같지? 정말 부럽다.”

“조선 최고의 ‘선수’인 만큼 밀고 당기며 남자를 사로잡는 비법도 잘 알 거고 평생 잊지 못할 황홀한 잠자리 기술도 다 알거야. 황진이의 사랑학이 대학에서 정식 교과목으로 개설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그 잘난 황진이도 못 가진 것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서경덕, 누구에게나 부족함은 있는 법. 배우자에 대한 이런 저런 원망보다는 황진이가 화담을 꾀려다 실패하자 사제지간의 연을 맺어 당시를 서로 주고받으며 인생을 빛냈듯이, 남편들도 아내들도 배우자를 변화시키기 어렵다면 자신이 바뀌면 될 것이다. 여태까지 배우자 탓만 하면서 세월을 낭비하지는 않았을까 자문해 볼 일이다.

뭇 남성들에게 시선을 한 몸에 받기는커녕 남편 시선조차 끌 수가 없으니 이 노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중년여성들이 자신의 몸매 때문에 성적 욕구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토실토실 살찐 여성은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스스로 자신의 몸은 성적 매력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심리적 위축으로 성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요즘 유행하는 S라인을 만들거나 섹시한 매력을 많이 풍겨서 물 묻은 바가지에 깨 알갱이 들러붙듯 남성들의 시선을 받으면 황홀하겠으나 목석같은 남편이라도 흥분해 준다면 황진이를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길거리를 다닐 때나 목욕탕에 가서 날씬한 아가씨들 보면 나도 내 몸땡이가 싫지. 그렇게 자극을 받으면 그 당장 다이어트를 하리라 굳게 다짐을 하지만 그게 맘먹은 지 얼마 안 돼 어느새 이것저것 집어먹으니 나도 참 야속하지. 왜 그렇게 뭐든지 맛있는지 밥맛이 없어 본 적이 없으니…. 나날이 차곡차곡 비계 덩어리만 쌓여 가고 어쩌면 좋아. 남편이라도 그렇지 누가 나 같은 사람 좋아하겠어? 내가 봐도 성적 매력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으니 딱하지 뭐.”

섹스 퀸 브리짓드 바르도는 40년 동안 1만5696번의 섹스를 했다. 대략 잡아 생리기간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남자와 잠자리를 한 셈이다. 실로 놀라운 능력이다. 1956년 로제바딤이 만든 프랑스 영화 <순진한 악녀>로 단번에 섹스 퀸에 오른 브리지도 바르도의 성적 힘은 바로 50cm밖에 안 되는 허리에 있다. 성적 매력이란 곧 동물적인 매력의 기준으로 여성의 엉덩이와 가슴은 크고 질은 좁아야 하며 다리는 길고 허리는 가늘어야 한다고 알려졌다.

인간의 성감대를 12경락과 연관시킨 동양의학에 따르면 허리 중심부인 척추 끝을 ‘미려(尾閭)’라 하여 중요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밖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 여성기를 짐작하는데 입과 귀, 발 모양 다음으로 허리를 꼽았기 때문이다. 허리가 가늘면 질구도 좁고 질 조임도 좋다고 믿었다. 특히 허리 부위의 경락은 질 조임의 괄약근을 조절하는 음부와 항문 사이의 회음과 팔 다리의 성감대로 이어지는 센터 역할을 하여, 가는 허리의 여인은 질 수축력이 뛰어나 남성을 황홀경으로 인도한다.

일본의 성의학자 가사이 간지 박사는 여성 비만을 ‘섹스의 적’이라고 했다. 여성의 몸에 허리를 비롯해 지방층이 두껍게 쌓여 있으면 우선 클리토리스의 감도가 나쁠 뿐 아니라 전신의 성감대도 나빠진다. 간지 박사는 질의 조임을 좋게 하는 방법으로 우선 불필요한 지방을 빼고 운동을 통해 몸을 단련하기를 권한다. 각선미 여인으로 다시 태어나 남편과 화려한 섹스를 하려면 허리 군살부터 빼야 한다.

‘황진이’가 기생수업을 받는 것을 보니 <왕의 남자>에 나오는 외줄타기도 하고, 방바닥에 꿀인지 기름인지를 쏟아 부어 놓고 버선발로 춤 연습도 하고, 물속에 들어가 숨 참는 연습도 하는 등 극기에 가까운 피나는 노력을 한다. 아내들도 황진이 비슷하게라도 닮고 싶고 그만한 사랑을 받고 싶다면 매일 누워서 방바닥만 긁어 대며 먹어 댈 게 아니다. 입고 꿰맨 것 같이 몸에 착 붙어 주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출렁거리는 뱃살과 함께 걷고 달리고 뛴다. 몰라보게 섹시한 아내에게 남편이 코를 벌렁거리며 달려드는 그 날까지 달리고 달린다. 사랑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ggaem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