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구 회장님께서는 회사 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계십니다. 이 부분은 법원이 판결할 문제이니 앞으로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겠습니다.

제가 글을 올리는 것은 불투명한 현대자동차의 미래에 대한 준비가 어느 때보다 시급함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최근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최대 자동차업체인 미국 GM에 르노·닛산그룹이 지분 20%를 출자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셨을 겁니다. 3자 연합이 마무리되면, 생산대수 1500만 대로 세계 시장점유율이 25%에 이르는 거대 자동차그룹이 탄생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는 2008년까지 500만 대 생산체제를 갖춰 ‘글로벌 톱 5’에 들겠다는 현대자동차의 목표를 무색하게 만들겁니다.

정 회장님. 앞서 언급한 재판의 죗값은 치르면 그만이지만 현대자동차의 시동을 완전히 꺼지게 만들면 그 죄는 회장님 스스로 씻을 수 없는 천추의 한으로 남게 될 겁니다. 현대자동차를 사랑하고, 즐겨 타는 고객의 한 사람이자 자동차산업을 남보다 자세히 지켜봐온 기자로서 감히 몇 가지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합리적인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십시오. 그동안 수시인사라는 미명아래 행해진 예측 불가능의 인사는 오히려 이를 틈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일부 세력들에 의해 탈색돼 핵심 인재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위화감만 조성해왔습니다. 이번 사건이 터진 것도 따지고 보면 인사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보복’심리를 자극해서 벌어진 것이 아니겠습니까.

둘째, 품질경영에 보다 매진하십시오. 정 회장님께서는 기아차 인수 후 시중에서 구하기도 힘든 백묵을 쥐고 자동차 이곳저곳을 체크해가며 품질의 중요성을 역설하셨던 분이 아닙니까. 그것이 계기가 돼 세계 3위의 자동차 품질 메이커로 올랐다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세계 자동차시장을 제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셋째, 전략적인 제휴를 최대한 활용하십시오. 공급과잉 시대로 접어든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연합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주셨으면 합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