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dscho@snu.ac.kr

10여 년 전, <뉴스위크>는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을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로 표현하면서 이들이 앞으로 세계 경제를 지배할 것이라는 기사를 냈다. 그 후 WEF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싱가포르는 1996~1999년에 연속 1등을 했고, 홍콩은 1996~1998년에 연속 2등, 대만은 2002년에 3등을 했다. 반면, 맏형 격이었던 한국은 2005년에 17등에 오른 것이 가장 높았고, 그 외에는 20등에서 40등 사이를 맴돌고 있다. 올해에도 한국은 IMD 국가경쟁력보고서에서 38등, IPS 국가경쟁력보고서에서는 23등에 머물렀다.

이러한 결과를 보고 속상해 하지 않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이제 한국은 위 세 나라는 물론,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에도 덜미를 잡히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한국은 세계 5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저력이 있지만 아직 이를 실현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해석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 비록 경제에서 성장률이 많이 내려갔지만, 우리가 힘을 합쳐서 적절한 전략을 세우고 철저히 실천한다면 앞으로 5년 안에 세계 5등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을 세계 일류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나라로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5단계 전략을 세워보자.

1단계 :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선언을 한다. ‘우리의 최대 과제는 한국 국민이 정신적으로 행복하고 물질적으로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 선언은 4800만 국민이 동의를 해주어야 한다.

2단계 : 가칭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를 설치한다. 이 위원회는 정부, 국회, 기업, 노동계, 학계, 언론계를 대표하는 10명 내외의 국가 지도자들로 구성한다.

3단계 :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에서는 정부 각 부처가 입안하거나, 경제 단체, 노동조합 등에서 내놓는 안건을 검토하고, 만일 위원 중 과반수가 그 내용이 국가경쟁력 강화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면 해당 조직에게 이를 폐기하거나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4단계 : 3단계에서 폐기나 수정을 요구받은 조직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를 수용한다.

5단계 : 3단계에서 이루어진 결정에 대해서 불복하는 조직에서는 재심을 요청할 수 있고, 위원회는 재심 요청 내용을 위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한다.

이와 비슷한 전략을 채택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1983년 레이건 대통령이 ‘산업경쟁력을 위한 대통령위원회(President’s Commission on Industrial Com

petitiveness)’를 설치해서 주요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논의와 심사를 한 바 있다.

이 글에서 제안하는 위원회가 가동되면 노동정책, 부동산정책, 교육정책 등 여러 분야에서 해당 산업은 물론, 전 국민이 제각기 다른 견해를 가지고 갈등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 정부는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한 갈래 방향으로 정책대안을 수립하고 집행함으로써 한국은 능히 5년 안에 세계에서 5위권의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이코노미플러스>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가 세계 경제를 선도하고 있다는 환한 기사를 읽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