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오늘도 눈부신 아침햇살을 맞이하기가 두렵다. 이제 겨우 50대 중반을 갓 넘겼을 뿐인데 5년째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과 열정, 그리고 대기업에서 25년간 쌓은 전문지식으로 무장되어 있어 마음 같아서는 20~30대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는데도 도무지 받아주는 곳이 없다. 이제 통장의 잔고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간 대학생, 고등학생 두 자녀들이 결혼할 때까지 부모 역할을 제대로 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A씨의 현실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다.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뒤면 우리 경제는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의 변화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 연금재정 고갈, 사회 각 부문의 양극화 심화, 고용 사정 악화 등의 악순환을 가져와 건전한 경제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체감하는 고령화 문제는 미래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공기업 등은 비교적 고용이 안정되어 정년이 사실상 보장되고 있다. 반면 대부분 중견·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실제 퇴직연령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할 뿐만 아니라 사교육비, 주거비의 부담 때문에 재직 중 노후대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A씨처럼 비교적 젊은 나이에 퇴직한 근로자들은 생활 유지가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여 최근 정부는 고령자들의 고용안정 대책으로 기업 정년의 단계적 연장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년 연장으로 혜택을 보는 계층은 노조의 영향력이 큰 대기업, 공기업 근로자들로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오히려 청년실업 문제를 악화시키는 등 노동시장의 왜곡을 가져와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하여 궁극적으로는 고령자의 고용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대부분 기업은 근로자의 학력, 근속, 연령 등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갖고 있다.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의 임금은 34세 이하 근로자의 3배 이상이나 생산성은 60% 정도에 불과하다. 즉 고령 근로자의 고용이 불안한 이유는 정년제도가 미비해서가 아니라 임금 수준에 걸맞은 생산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자 고용 비용이 낮아지고 생산성과 연계된 임금체계만 정착된다면 기업은 고령자 고용을 기피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최근 들어 산업현장의 급속한 고령화로 사회 전반적으로 생산성, 활력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 정년 연장보다는 산업인력의 세대교체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단순히 한 기업에서 오래 근무토록 하는 정년 연장은 고령 근로자의 장기적인 생활·고용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기업이 청년 고용을 더욱 꺼리게 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오히려 고령자 적합 직종을 널리 발굴하는 한편, 직무능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고용 비용을 감소시켜 노동시장에 오래 남아있게 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아울러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서 탈피, 생산성, 성과에 기반을 둔 고령자 친화적인 임금·인사 시스템이 정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가시화되어 A씨의 주름진 얼굴이 웃음으로 가득할 날이 조만간 찾아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