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곤 취재팀장

allen@chosun.com

최고경영자들의 팀워크

조직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은 ‘팀워크’를 말합니다. 직원 상호간의 긴밀한 유대관계와 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효율적인 팀워크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동의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공동의 목표가 아니라 나의 목표만 있기 때문입니다. 옆자리가 하나 없어졌을 때 비로소 내 자리는 더 굳건해진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열매를 따먹을 때에는 같은 팀입니다. 그러나 채찍이 가해질 때는 어떻습니까. 왜 불이익을 받아야 하느냐는 억울한 생각이 절로 듭니다.

동업은 실패한다는 게 우리의 통념입니다. 우리 기업들의 역사에서도 이것은 증명되고 있습니다. 설사 성공했다 하더라도 한 울타리에서 지속적으로 동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형제간에도 회사를 쪼개고 남남처럼 물고 뜯지 않습니까.

팀워크는 직원 상호간에서만 강조되는 덕목이 아닙니다. 오히려 팀워크에 둔감한, 어쩌면 팀워크라는 개념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최고경영자들에게 더 강조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골드만삭스의 인재양성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팀워크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은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개인주의적이고 독선적인 엘리트 집단이라는 미국의 월스트리트에서 팀워크를 가능하게 한 힘은 역시 최고경영자들에게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자연스럽게 맑을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박인상 기자

edream@chosun.com

FTA 구경꾼, 국회

요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혹자는 마치 120년 전 구한말 시절 ‘개항파’ 대 ‘척사파’를 보는 것 같다고 합니다.

우리 시대 오피니언 리더라 불리는 대학교수들은 대략 십중팔구는 찬성파에 속한 듯합니다. 그러나 찬성하는 그들 역시도 ‘준비가 덜 됐다’고 정부를 질타하는 분위기입니다.

요는 통상교섭 절차의 문제로 압축됩니다. 기업과 국민 등 이해 당사자들의 협의체제가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행정부의 독주체제입니다. 외교통상부 산하 통상교섭본부의 ‘비밀주의’에 국민들은 그저 ‘눈 뜬 봉사’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죽했으면 청와대 경제 비서관을 지낸 사람이 ‘위헌’이라며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겠습니까.

사회 교과서를 보지 않더라도 행정부를 견제, 감독할 의무는 당연히 입법부(국회)에 있습니다. 5.·31 지방선거가 끝나서일까요. 국회는 말 그대로 수수방관입니다. 한·칠레 FTA 때 막바지 비준 단계에서 ‘딴죽’을 걸며 시간만 끌던 모습을 또 봐야 합니까.

협상이 진행 중인 이때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 행정부의 독주를 감시해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FTA로 인해 피해 받는 계층을 어루만지는 중재자로서 ‘의원님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7월 10일 한미 FTA 2차 협상을 앞둔 지금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오성택 기자

ost69@chosun.com

본능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기 시작한 지난 6월 첫 주말과 둘째 주말을 떠들썩함과는 거리 먼 강원도 오대산, 설악산의 오토캠핑장에서 보냈습니다. 7월호에 선보일 오토캠핑 별책부록 취재가 목적이었는데요, 얇은 천막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삭신이 쑤시더군요. 솔직히 “편한 집 두고 이런 곳에 와서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뭔 생각일까” 싶었죠. 비용이 싸다고는 하지만 요즘 하루가 다르게 뛰는 기름 값 생각하면 편한 집에서 내 맘대로 보내는 휴가가 최고가 아닌가 싶더군요.

두 번째 체험을 가는 길은 착잡하기만 했습니다. 천둥에 번개에, 국지성 폭우까지 뚫고 가야했거든요. 밤 12시가 다 돼서 도착하니 몸은 파김치였죠. “아마도 캠핑 마니아들은 고통을 인내하는 걸 즐기는 취향을 가졌나보다”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었습니다. 부록 아이템을 잘못 잡은 건 아닌가 싶더군요.

두 번의 캠핑 체험을 ‘일이니까…’하는 마음으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더란 말입니다. 몸 힘들고, 막상 가보면 심심하기만한 ‘그 짓’이 왜 또 하고 싶어졌을까 싶어 캠핑 취재에 도움 받았던 전문가에게 물었더니 “다들 그렇게 캠핑에 빠져든다”고 하더군요.

“가장 자연과 가까운 여행이자 여가잖아요. 사람도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자연과 가장 가까이 있고 싶은 본능이 있어요.”

본능에 충실 하라는 리마리오의 충고를, 혹시 이번 여름에 따라 해보고 싶은 분은 저와 동료들이 만든 오토캠핑 가이드북을 일독하시길 권합니다. 남우세스럽지만 제 얼굴도 나와 있으니 잘 찾아보시길….

장시형 기자

zang@chosun.com

이번엔 믿어볼까요

지난 5월말 지방선거에 참여하셨습니까. 투표를 하셨다면 뭘 보고 선택을 하셨습니까. 혹시 후보자가 낸 공약을 들여다보시진 않았습니까. 그러다 혹시 임기 동안 저걸 다 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해보신적은 없으신가요.

이번 7월호에 새롭게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경영을 맡은 도지사와 시장의 지방경제 활성화에 대한 계획과 비전을 들어봤습니다. 다들 엄청나더군요.

몇 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국내외 기업을 유치하고, 도시재개발사업을 하고. 다들 자기만이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 이전 도지사나 시장도 그 정도의 공약을 내걸었을 텐데. 매일같이 들렸던 ‘지방경제 어렵다’는 소리는 어떻게 된 걸까요.

연평균 7% 성장과 매년 일자리 50만 개 창출한다는 것도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공약이었죠. 하지만 성장률은 3.1%에서 4.6%, 그리고 4.0% 밑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아직도 일자릴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부지기수죠.

이처럼 경제공약은 다른 부문의 공약보다도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변수가 너무 많죠. 국내 정치·경제 상황뿐만 아니라 유가, 환율, 다른 지역에서의 전쟁과 테러까지도 우리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오히려 지역경제 활성화를 한답시고 무분별한 난개발로 막대한 혈세를 까먹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아마 이번 선거에서도 표를 잡기 위한 선심성 헛공약이 많았을지 모릅니다. 지역경제 살리기를 최대 과제로 삼은 민선 4기, 이번 경제공약만큼은 서민들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길 기대합니다. 이번엔 믿어볼까요.

임상연 기자

sylim@chosun.com

모피아의 그림자

모피아(MOFIA)라는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모피아란 경제 곳곳에서 관가의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재정경제부(MOFE: 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 재경부)를 마피아(MAFIA)에 비유한 말입니다. 미국의 밤은 마피아가 지배한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 경제는 재경부가 지배한다는 의미죠.

금융권이나 재계에서는 모피아란 단어가 종종 쓰이지만 재경부 내에서는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되는 ‘금지어’입니다. 누워서 침 뱉을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동안 재경부는 나름대로 모피아란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으려 애써왔습니다. 재경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격식을 파괴한다’, ‘조직 및 인사시스템을 개편한다’ 등 갖가지 이벤트(?)가 펼쳐진 것도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한 것이었죠.

하지만 최근 재경부에는 또 다시 모피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구속되고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이 검찰의 계좌추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죠.

이로 인해 재경부에 대한 시장의 인식은 더욱 싸늘해졌습니다. ‘X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식이죠. 심지어 ‘정부가 더러운데 시장이 깨끗하겠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습니다. 재경부가 진정 동북아 경제 컨트롤 타워로 거듭나기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스로 과거를 청산하는 일이 아닐까요?

이홍표 기자

hawlling@chosun.com

빌게이츠의 은퇴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이자 회장인 빌 게이츠가 2008년에 은퇴한다고 합니다. 재산이 500억달러에 가까운 전 세계 최대 부호이자 컴퓨터소프트 왕국의 황제인 그가 직위를 내놓겠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그는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난 2000년 스티브 발머에게 넘겼으며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해 어느 정도 은퇴에 대비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에 그가 말한 내용은 “전 재산을 재단에 기부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쓰겠다”는 것입니다. 그의 나이 쉰하나. 아직 한창 때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가 벌어들인 세계 최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은 칭송받아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그의 은퇴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이 있습니다. 경영학의 관점에서 지배구조, 경영권 행사 면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던 그가 왜 조기은퇴를 했으며,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이냐는 점도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종종 전문분야의 절대자는 획기적인 성공의 금자탑을 쌓기도 하지만, 최대의 방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작 뉴턴이 아인슈타인을, 아인슈타인이 스티븐 호킹을 막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MS도 근래 검색 분야에서 구글에 패하면서 ‘빌게이츠는 최대의 장애물’이란 지적도 제기돼 왔습니다.

그가 어떤 이유에서 물러나건 간에 세계를 움직이던 ‘컴퓨터 황제’에 대한 연구 작업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