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 요즘을 ‘여풍’시대라고 하는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미리 터뜨린 샴페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여풍’이란 주로 사회참여 부문에서 여성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해사, 공사의 수석 졸업생이 여성이라거나 사법고시 합격생이나 법관 임관 비율에서 여성증가율이 높다거나 또는 대기업 신입사원 중 여성비율이 많아진다거나 하는 수치적 현상이 최근 자주 거론되는 소위 ‘여풍’의 실체다.

그러나 지금 단계의 여풍이란 간신히 시작된 미약한 징조 같은 것에 불과하다. 아무리 여성신입생들의 수치가 늘어났어도 이들은 모두 조직의 말단 신규 진입자에 불과하다. 이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약간의 힘이라도 쓸 수 있는 중견 이상의 위치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민주화, 투명화,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할 때,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점점 가속화할 것이다. 문제는 지금 봇물 터진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고 갈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신입사원인 여성인력들이 튼튼한 중간관리자로 성장하고 그중에서 최고위급 지도자도 다수 배출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우수한 여성인력의 에너지를 발전 동력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이럴 때 비로소 ‘여풍’은 거품이 아닌 내실 있는 사회발전의 원동력을 지칭하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여풍’ 논의는 적어도 10년 이상 여성인력 양성 정책으로 연결될 때 의미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여성리더 양성 교육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직급별, 입사연차 별 맞춤 프로그램을 통해서 여성들이 조직 속에서 적응하고 발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조직 적응력은 아직도 여성들에게 가장 부족한 능력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우수한  여성들이 실력에 비해서 조직 내 성장이 뒤쳐질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한 실전용 교육이 필요하다.

두 번째, 여성인재들이 가정과 일의 양립의 곤란으로 중도에 경력을 중단하거나 이직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저출산이 국가 최대의 현안인 이 시점에서도 출산과 육아는 여성의 경력을 단절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여성들의 생명생산의 체험을 더 이상 개인의 일로 방치할 때가 아니다. 유능한 인재의 손실이고 국가경쟁력의 사장이라는 면에서 볼 때 여성인력의 경력 지속 문제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최대의 지원을 제공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 

세 번째, 고위직에 여성인재를 과감히 발탁함으로써 신입 여성인력들이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대기업에서 여성임원이 배출되기 시작하자, 기껏해야 ‘과장’을 상한선으로 생각하고 있던 대졸 여직원들이 임원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다. 조직에서 중요한 포지션에 갈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을 때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21세기는 모든 경계가 사라지고, 남녀의 구분조차 큰 의미가 없는 시대이다. 남녀를 떠나서 우수한 인재를 실속 있는 국가의 자산으로 확보하는 방법이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풍’에 대한 관심은 최소한 10년을 준비하는 여성인력 정책으로 구체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