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양극화라는 화두를 던진 후 여당 지도자들도 이 문제가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것처럼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이에 맞추어 청와대도 10회에 걸쳐 양극화 특별기획시리즈를 청와대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이러한 전 방위적인 양극화 띄우기가 양극화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와 대선을 겨냥한 상당히 정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나 우려된다. 그 이유는 먼저 여당 의장과 원내대표를 포함한 다수 의원들이 전국의 실업계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미성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극히 선동적인 강의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실업계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없고 가난에서 벗어 날 수 없는 것이 교육의 양극화 때문이고 교육의 양극화는 잘 사는 사람과 기득권층의 이기심 때문인 것처럼 오도하여 학생들의 분노를 자극하였다. 그리고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반드시 실업계 학생들도 좋은 학교에 가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거운동에 가까운 발언을 하였다.

 그뿐 아니라 청와대의 양극화 특별기획시리즈는 더 허구적이고 선동적이어서 과연 이런 글이 한 나라의 최고통치기구의 홈페이지에 실릴 수 있는 수준인가에 대해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그들은 양극화가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이라고 겁을 주고 그 원인이 2·30년 전의 압축 성장에 있다고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은 이러한 양극화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들은 따라서 정부가 이러한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재원을 마련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은 이러한 재원마련을 위한 논의마저 거부한다고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 결국 그러한 재원 마련은 증세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 수단의 타당성을 위해서 우리의 조세부담률과 복지지출 규모가 OECD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통계자료를 왜곡하여 인용하기도 한다.

 참여정부가 양극화 문제를 제기한 방식과 그들이 내놓은 양극화의 원인 및 해결방안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극소수의 잘 나가는 사람과 대다수의 희망 없는 사람들로 계층이 분화되는 현상과 그들 간의 격차 심화를 의미하는 양극화라는 용어는 전혀 학문적 근거 없이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적 선동 용어이다. 더욱이 경제침체를 초래해 스스로 빈곤층 문제를 심화시킨 장본인들이 반성은 하지 않은 채 적반하장으로 이 사회의 부의 창출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듯 한 태도는 결코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현재의 양극화를 2·30년 전의 압축성장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지나친 견강부회이다. 그 당시의 고도성장전략은 모든 여건이 열악한 우리로선 차선의 성장전략이었고, 오늘날 우리 경제를 세계 11대 대국으로 만들었고, 빈곤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빈곤문제에 대해 침묵한다는 것도 선동적 비판이고 우리의 조세부담률과 복지지출 규모가 우리 경제수준에 비해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빈곤층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제를 활성화해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고도 남는 빈곤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막대한 돈이 필요하기에 우리 모두는 우리 경제에 지나친 왜곡과 부담을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대다수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다양한 재원마련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