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 ‘여성의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여성 열풍은 이제 보편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사법시험을 비롯한 매년 국가고시에서 여성이 수석을 차지하는 건 이제 더 이상 색다른 뉴스거리가 아니며, 경제계에서도 수많은 여성 최고 경영자들이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두각을 나타내며 국내 산업의 중심에 우뚝 서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인 지위 뿐 아니라 가정에서의 여성의 위상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집안을 한번 둘러보자. 집안을 가득 채운 수많은 물건들을 구매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이 누구인가? 아마도 가장 큰 의사 결정권을 행사한 사람은 바로 아내, 즉 여성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목돈이 드는 집을 구매하는 데도 집안의 가장인 남편의 출퇴근 편의성 보다는 아이들의 교육이나 쇼핑, 문화 환경 등이 우선시되고 있으며, 몇몇 전자 제품들을 제외하고는 집안에 있는 물건 대부분이 여성들의 의견에 따라 구매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여성 CEO들의 성공 비결을 살펴보면 새로운 가치 혁신을 통한 고객창출, 즉 블루오션 개척과 함께 여성성을 강조한 감성 경영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감성 경영은 기존에 수직적이고 조직적인 사고에 익숙해져 있는 많은 남성들이 별반 대수롭지 않게 생각 했던 부분이었으나, 여성 CEO들은 특유의 유연하고 감성적인 마인드를 적절히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으며 소비자들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감으로써 그들을 감동시키고, 차별화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공은 근본적으로 여성들의 소비 심리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의 소비에 있어 가장 큰 특징은 제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 상품의 품질이나 기능이라는 이성적인 측면보다 그들의 감성적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를 더욱 중요시 여긴다는 것이다. 점심 식사는 떡볶이나 김밥으로 간단히 먹더라도, 후식으로 식사보다 더 값비싼 스타벅스 커피 한잔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것은 그것이 충족시켜 주는 감성적인 만족 때문이다.

 여성과 남성은 태어날 때부터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사회적인 학습을 통해서 더욱 커진다고 한다. 여성은 감성적인 측면이 크게 발달하는 반면, 남성은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측면이 더 발달하게 되고, 이러한 차이가 일상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게 된다. 자동판매기 커피 한잔으로 충분히 카페인에 대한 욕구 충족이 가능한 남성들로서는 비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구매 패턴이 사치나 겉멋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여성들이 소비의 주체가 된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들의 감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겉모습만 화려하게 치장하여 현혹할 것이 아니라 세심한 배려를 통해 그들의 감성을 이해하고 감동시킬 수 있는 활동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아내의 기념일에 장미꽃 100송이를 배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매우 낭만적인 것 같지만 아내는 선물 받을 당시만 기뻐할 뿐 이내 100송이의 가격이 얼마이며, 다음엔 차라리 현금으로 달라고 핀잔을 줄지도 모른다. 기념일에 배달되는 100송이의 장미는 별로 의외성이 없으며, 기대보다 너무 과도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스러운 선물이 된다. 하지만 남편이 퇴근하면서 산 한 송이의 장미꽃 선물은 전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내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