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공헌의 차이



 “수백억짜리 대학건물 하나 지어주고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하는 게 우리나라 대기업입니다.”

 지난 2월26일 환경재단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강사로 참석한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의 말입니다. 다보스포럼을 다녀온 유 사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참석자의 질문에 우리나라 대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사고를 적나라하게 비판했습니다. 사회공헌이라는 명분 아래 행하고 있는 각종 활동은 ‘돈’으로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문 사장이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차별적으로 구별한 것은 사회적 책임이었습니다. “한국의 대기업은 사회적 기부는 하지만 참여는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기부를 사회공헌활동이라고 착각한다는 뜻입니다.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많은 대기업들이 장애인 관련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모두 기부에 의한 지원 사업들입니다.

 또 지원 후에는 대단한 미담처럼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임직원으로 받아들이는 고용률은 정부가 권장하고 있는 의 무고용률에도 한참 미달합니다.

 이 또한 대기업들은 부담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제 할 일을 다 했다고 합니다.

 ‘그들만의 나라’와 ‘함께 하는 사회’는 분명 다르겠지요. 사회적 참여를 동반한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박인상 기자 edream@chosun.com



메기론 VS 역(逆) 메기론



 미꾸라지 양식업자들은 싱싱한 미꾸라지를 얻기 위해 양식장에 메기 몇 마리를 풀어놓는다고 합니다. 미꾸라지들이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열심히 움직여 살이 통통하게 오른 1등품들이 많이 나온다는 거죠. 천적의 ‘보약’ 효과라고 할까요. 이게 바로 ‘메기 효과’입니다.

 이 ‘메기 효과’가 요즘 재계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발단은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KT&G 공격입니다. 이때를 맞춰 재벌의 나팔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역(逆) 메기효과’를 들고 나와 공세가 한창입니다. 미꾸라지 수조에 메기를 잘못 풀었다 쓸 만한 미꾸라지는 죄다 잡혀먹고 메기만 우글거리게 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입니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재정경제부 수장인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확고한 ‘메기론자’인 듯 보입니다.

 3월9일 정례브리핑에서도 그는 “해외 자본의 긍정적 효과도 있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국내 상장기업은 거래소와 코스닥을 합쳐 1600곳이 넘습니다. 외국자본에 빗장이 풀린 IMF 이후 9년이 흘렀고요. 9년간 이렇다 할 외국자본의 공격사례는 1999년 미국 타이거펀드의 SK텔레콤, 2003년 소버린의 SK, 2004년 헤르메스의 삼성물산, 그리고 칼아이칸의 KT&G 공격 정도이지요.

 이 정도를 두고 ‘메기’가 너무 많다고 하는 건 아닐까요. 요는 외국자본을 선악의 이분법적 논리로 재단하는 대신,

 한국 경제에 ‘보약’이 되는 ‘메기’로 활용하는 혜안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오성택 기자 ost69@chosun.com



 간접적으로 경험한 차이나 리스크



 중국 현지에서 비즈니스에 나선 한국 기업들이 당국의 텃세에 고전하다 사업을 철수하는 비율이 적잖게 늘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요. 얼마 전, 한국 업체들이 중국에서 겪는 고초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일이 있었습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중국인을 만나 취재를 하기로 했습니다. 오후에 만나기로 해서 오전에 확인 전화를 했더니 대뜸 “약속이 취소됐다”고 하는 겁니다. 일주일 전에, 그것도 시간과 장소를 정한 것도 그쪽이다 보니 어안이 벙벙하더군요.

 -아니, 사전에 취소된다고 연락을 주셨나요?

 “그건 아니고, 별 다른 말씀이 없으셔서…”

 -일정을 잡은 건 그쪽이 아닌가요?

 “확답을 들은 게 아니라서…”

 -상황이 그렇다면 전날이라도 연락을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 경위는 제가 잘 모르겠고…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한바탕 소동을 벌인 뒤 끝에 든 생각은 ‘한국에 와 있는 중국인이 이럴 진대 중국 현지에 있는 한국 기업들이 겪는 경우는 오죽하랴’하는 점이었습니다. 중국 경제가 매년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상이 한국의 중소기업인 경우엔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일이 다반사라는 이야기가 실감이 나더군요. 모쪼록 굴복하지 말고, 승리하시길 어금니 꽉 물고 응원합니다.



 박정원 기자 pjw@chosun.com



 해결책이 안 보이는 자동차보험



 자동차보험료가 곧 오른다고 합니다. 언제는 이런저런 핑계로 앞 다투어 보험료를 내리던 손해보험사(이하 손보사)들 이제는 손해율이 너무 높아서 안 되겠답니다. 그러면서 더 저렴한 온라인자동차보험(이하 온라인자보)도 팔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자동차가 이제는 필수품이 되어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제품입니다만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정책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한동안 잘나가던 온라인자보사들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가격만 내리면 승산이 있다’라며 출발한 온라인자보사들 결국 낮은 보험료 때문에 발목이 잡히게 생겼습니다.

 보험료는 낮은데 사고는 늘고 손해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다른 손보사들도 온라인 보험을 팔겠다고 앞 다투어 덤벼듭니다. 결국 또 보험료를 내려야 하는 악순환이 예상됩니다.

 무조건 가격만 따지는 계약자도 문제지만 가격만 가지고 승부하는 손보사들이 스스로 함정을 판 것입니다. 외국처럼 계약자도 본인의 보험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지고 보험사도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차별화하며 조화를 이루어 가야 합니다. 지금처럼 무조건 가격만 낮추면 경쟁에서 이긴다는 생각으로 자동차보험 정책을 유지해 가면 머지않아 온라인사나 중소 손보사들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장시형 기자 zang@chosun.com



 게임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요즘 중고등학교에서는 스타크래프트는 물론이고 카트라이더와 같은 온라인게임을 모르면 왕따 당한다고 합니다. 사실 왕따를 당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 얘기에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이 바른 표현일 겁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게 유행입니다. 어떤 회사는 업무 시간 중에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대신 점심시간이나, 업무가 끝난 후에는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따로 마련해 주기도 합니다. 서울 방배동에 가면 게임개발업체들이 많이 몰린 골목이 있습니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게임 개발업체들일 정도입니다.

 엔씨소프트와 같은 업체들과 비교해 보면 겨우 직원들 월급 줄 정도로 영세한 업체들이 대부분입니다.

 지하 골방에서부터 시작한 이들의 꿈은 큽니다. 여기서 성공해 테헤란로로,

 그리고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입니다. 모두 엔씨소프트가 되기 위해 꿈을 키우는 업체들이죠. 하지만 스타 개발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게임PD는 5000명이 넘습니다.

 게임 개발자뿐만 아니라 게이머의 세계도 마찬가집니다. 억대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게이머도 수두룩하죠. 하지만 게임이 그렇게 좋은가 봅니다. 굶어도 게임만

 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며 게임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을 보입니다.

 이러한 열정 덕분에 우리나라의 게임과 게이머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됐을 겁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처럼 세계적인 게임은 아직 없지만 조만간 세계적인 게임이 나올 거라고 믿습니다.

 바로 게임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임상연 기자 sylim@chosun.com



 남의 집 불구경



 “M&A요? 우리는 상관없어요.”

 “소수로 분산된 외국인들이 뭉치기가 쉽겠어요?”

 “직접 만나거나 이야기 한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도 우호세력이라고 봅니다.”

 적대적 M&A 노출과 경영권 방어 대책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기업 재무 및 홍보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최근 재계에서는 KT&G에 대한 칼 아이칸의 적대적 M&A 시도로 인해 경영권 방어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지만 정작 많은 기업들은 아직도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방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기자의 지나친 노파심일까요? 곤경에 빠진 KT&G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대적 M&A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KT&G는 지난 2000년부터 장기투자를 해온 최대주주 프랭클린 뮤추얼펀드가 절대적인 우호세력이라고 봤습니다.

 오랫동안 투자자와 투자회사로 관계를 유지해오면서 그렇게 믿었던 것이죠.

 하지만 프랭클린 뮤추얼펀드는 KT&G의 바램을 깨고 칼 아이칸 편에 섰습니다. 궁지에 몰린 KT&G는 이를 두고 ‘예상된 일’이라며 신경 쓰지 않는다고 스스로 위안했지만, 프랭클린 뮤추얼펀드의 변심에 당혹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이익을 위해 떠도는 자본(돈)에는 국적도 색깔도 없다고 합니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는 것이 자본이라는 것이죠. 아직도 ‘설마’하며 방관하고 있는 기업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전에 KT&G를 반면교사 삼아야 하지 않을까요.



윤현정 기자 yoonhj1213@chosun.com



 수석입학생과 청소년 CEO의 차이



 <이코노미플러스>와 <이코노미주니어> 등 이달부터 두 권의 잡지가 발행됩니다. 독자의 대상을 달리한 잡지로, 우스갯소리로 우리 팀에서는 ‘시니어(Senior) 대 주니어(Junior)’라고 부릅니다.

 주니어에 실릴 인물 두 명을 만났습니다. 과학고 수석입학생과 20살의 CEO가 그 주인공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조군과 사업을 잘하는 서군. 물론 각자의 끼와 능력이 다른 친구들이지만 저는 사업가를 꿈꾸는 서군에게 한 표를 던집니다. 공부(?) 물론 중요하지요. 끊임없는 노력과 24시간을 쉴 틈 없이 공부했기에 수석입학이라는 영광까지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처음 만난 조군은 또래보다 작았습니다. 공부를 많이 한 탓일까요. 말수도 적었고, 의사표현하기를 주저하는 친구였습니다. 보다 못한 부모님이 가끔 ‘통역’을 해주십니다. 좋게 보면 순수함을 간직한(?), 다르게 보면 조금은 소심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에 반해,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창업을 해온 서군은 겸손하지만 포부가 깊고 설득력이 대단한 친구였습니다. 작은 규모와 적은 소득이지만, 세 번째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철없는 짓이라고 꾸짖는 어른들도 있지만, 스스로 CEO가 되기 위해 두 발로 열심히 뛰는 적극적인 친구였습니다.

 두 친구의 차이를 느끼셨습니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어떤 것보다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줄 아는 적극성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표현하지 못한다면 세상은 그것을 알아주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홍표 기자 hawlling@chosun.com



 ‘경제’가 어렵나요?



 어른들은 ‘경제’가 어렵다고 말하지만, 학생들은 ‘경제’과목이 어렵다고 합니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경제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10%수준. 수능에서 경제과목으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은 재수생까지 합쳐 15%에 불과합니다.

 한국은행이 ‘청소년경제캠프’에 참가할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 같은 사실은 드러납니다. 학생들 중 절반 정도(48.8%)가 경제 현상이나 경제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편이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선생님들의 대답도 비슷합니다. 3월15일 한국은행이 ‘사회(경제)과 교사 직무연수’에 참가한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0.8%가 학생들의 경제현상 이해도가 낮은 수준이라고 답했습니다.

 학생들은 그 이유에 대해 다양한 경제교육을 접할 기회가 적은 점(42.4%), 자신들의 관심 부족(23.7%), 교과내용이 어렵고 지루한 점(11.9%), 교과내용이 부족한 점(11.9%)을 꼽았습니다.

 이번 <이코노미플러스>는 별책부록으로 <이코노미주니어>를 마련했습니다. <이코노미주니어>가 어렵고 지루한 교과내용을 보완할 수 있고 경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