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당신이 오늘 은퇴한다면 재정적으로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이겠는가?” 이 질문은 메트라이프의 ‘은퇴수입 IQ 테스트’가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이다. 만약 ‘인플레이션’이나 ‘투자에 따른 손실 위험’, 또는 ‘낮은 이자율로 인한 이자수입 감소’라고 답한다면 틀렸다. 놀랍게도 정답은 ‘오래 산다’는 것이다. 누구나 오래 살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서 재정적 뒷받침이 없이 오래 산다는 것은 복이 아니라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 최근 메트라이프가 미국에서 실시한 직원 복리후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6%가 은퇴할 때 가장 두려운 것이 ‘가진 돈보다 더 오래 살게 되는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65세를 맞는 사람이 85세까지 살 확률이 50%가 넘는다. 만약 이들이 부부라면 둘 다 또는 둘 중 한 사람이라도 92세를 넘게 살 확률도 50% 이상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평균수명으로 인해 은퇴 후, 20년, 30년, 혹은 40년이란 긴 여생을 감당해야 할 재정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당면한 또 다른 과제는 지금부터 앞으로 20여 년간 본격적으로 전개될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다. 오늘날 미국 인구 중 12%인 3500만 명이  65세 이상의 은퇴 인구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함에 따라 2025년이 되면 미국의 65세 이상 은퇴 인구가 6500만 명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열 명 중 두 명 이상이 65세가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되는 것이다. 대공황 이후 미국인 중 대부분은 은퇴하고 난 뒤에 국가에서 주는 연금이나 혹은 몸담았던 기업에서 주는 연금에 의지해 왔다.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앞으로는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 중 대부분이 더 이상 국가와 사회가 그들을 뒷받침해 줄 수 없는 환경에서 은퇴를 맞이하게 된다. 실제로 GM, IBM, Motorola, Sears, Verizon 등과 같은 유수 기업들까지 퇴직자에 대한 연금 혜택을 동결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것이 요즘 미국의 현실이다. 이들이 만약 벌어놓은 은퇴자금보다 더 오래 살게 될 경우, 이는 개인의 은퇴 관리 차원을 떠나 미국사회 전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한국도 이미 2000년에 총인구 중 7%가 65세 이상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프랑스에서 114년에 걸쳐 진행된 고령화가 한국에선 불과 18년밖에 안 걸린 것이다. 이미 3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에 이르는 베이비 붐 세대가 1500만 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은퇴할 2026년에는 한국도 총인구 중 20%가 65세 이상의 은퇴 인구인 초고령 사회를 맞게 된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바로 코앞에 은퇴가 닥칠 때까지도 은퇴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것은 먼 훗날 남의 얘기가 아니다. 만약 여러분이 은퇴를 20년, 또는 30년 앞둔 베이비 붐 세대에 해당된다면, 지금 당장 은퇴를 구체적으로 설계해서 대비해 가야 한다. 늦어도 40대 중반까지는 장기적으로 은퇴에 대비한 재정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래를 대비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 노후에 겪게 될 재정적 어려움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지 않아도 된다. 더 일찍, 더 정교하게 은퇴계획을 세울수록 은퇴는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기다려지는 새로운 인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