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곤 취재팀장

allen@chosun.com

중국 은탄(銀彈) 외교의 교훈

지난 4월초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피지로 취재를 갔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숙소로 잡았던 쉐라톤피지 호텔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호텔 야외광장에서는 ‘제1회 중국-남태평양제도 경제발전협력포럼’ 행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피지 전·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원자바오 총리는 이 자리에서 남태평양 국가들에게 향후 3년간 30억위안(약3600억원)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치적 해석을 경계한 듯 아무런 조건이 없다는 단서도 달았습니다. 중국은 올 초 아프리카에도 대대적인 외교 공세를 폈습니다. 중국-아프리카 포럼을 추진하겠다며 오는 11월 모든 아프리카 국가 정상을 베이징으로 초청할 계획도 밝혔습니다. 지난 2002년 겨울, 기자가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부터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당시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과 투자단을 보며 이미 아프리카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가 시작됐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국은 지금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미국에 대항해 소위 제3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팽창주의적 외교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생각해 봅니다. 블루오션은 말뿐이고 남들이 개척해놓은 인도와 중국 등의 시장에서 1등이라고 자랑합니다. 중국이 먼 미래를 위해 잠재력을 가진 미개척지에 공을 들이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시장이 별 것 아니라고 무시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박인상 기자

edream@chosun.com

벤처는 ‘격려’가 그립다

요즘 테헤란밸리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벤처 경기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파란불’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벤처기업 숫자가 3년6개월 만에 1만개를 재 돌파했고 벤처의 ‘젖줄’인 벤처캐피털 투자도 4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일부 성미 급한 벤처인들이 “제2의 벤처랠리가 왔다”며 터뜨리는 샴페인 소리도 이따금씩 들려옵니다. <이코노미플러스>가 마련한 벤처좌담회에 참석한 벤처업계 ‘맏형’들도 ‘상승기조’라는 데 입을 맞추더군요. 그런데 조현정 벤처기업협회장이 한 말이 잊혀 지지 않더군요. “1999~2000년엔 벤처가 온 국민의 ‘희망’이었죠. IMF 쇼크 탈출의 주역이란 과분한 칭찬도 들었고요. 그런데 벤처거품이 꺼지자 2001~2002년엔 칭찬이 ‘야단’으로 돌변하더군요. 1년 새 천국서 지옥으로 떨어진 기분이었죠. 그러더니 2003~2004년엔 아예 ‘무관심’으로 바뀌더군요. 그게 더 무서웠습니다.” 그는 “벤처는 ‘잘한다’고 한마디만 하면 ‘알아서’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벤처업계는 어떤 ‘당근’보다도 따뜻한 말 한마디, 진정 어린 관심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듯이.

오성택 기자

ost69@chosun.com

어버이날 맞아

 ‘기분 좋게 혼나는 법’

경로우대증이 지급되는 나이가 만65세입니다. 하지만 예순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60대는 아직 한창 때’라는 인식이 일반적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최소한 70세 이상은 돼야 동네 노인 회관에 발이라도 걸칠 수 있다고 어르신들은 입을 모으곤 합니다. 굳이 통계자료를 들먹이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기만 해도 도저히 연세가 믿기지 않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머지않아 나이와 노인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해야 할 때가 올 거란 생각도 듭니다. 최근 곳곳에 세워지고 있는 실버타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괜찮은 시설과 운영시스템을 가진 시설에 대해 설명했더니 “너 같으면 부모님 모시고 갈 수 있겠느냐”고 되묻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부모님 모시고 가 본 적 있는데 무척 좋아하셔서 놀랐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비교적 고가인 고급시설 위주의 실버주택 외에도 전북 김제군이 선보여 성공리에 운영 중인 실버타운은 신선하기까지 했습니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부모님 모시고 이런 시설 한번 둘러보시면 어떨까요. 설령 겉으로는 나무라도 내심 흐뭇해하실 것 같네요.

박정원 기자

pjw@chosun.com

너무나 어려운 ‘약관’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뼈에 종양이 생겨서 수술을 받게 됐는데 보험으로 처리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담당 설계사에게 묻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알려줬지만 이미 그 설계사는 회사를 그만 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보험사에 문의를 해봤습니다. 결과는 보험사도 모르겠답니다. 봐야 안답니다. 수술특약에 가입이 되어 있어도 보상이 안 되는 것들이 있답니다. 그런데 이 용어들이 너무나 어렵습니다. 설명이 애매모호한 것들도 있어 보험담당 기자인 저도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담당자가 말하길 종양 중 ‘수족관절부 연부조직 종양’들 중 ‘결절종’, ‘전액종’ 등 몇 개 종양은 보상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또 손가락, 발가락, 뼈, 인대, 피부와 관련된 수술도 보상이 되지 않는답니다.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역시 없었습니다. 보험이나 금융 상품 약관은 너무 어렵고 모호한 일본식 표현 때문에 그동안 분쟁의 요인으로 지적돼 왔으며 소비자단체나 금융계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금감원과 학계에서도 어려운 금융 상품 약관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만 그 범위는 그리 커 보이지 않습니다. 혼란을 주는 금융 상품 약관은 반드시 쉽게 개선 돼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민원도 줄어들고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장시형 기자

zang@chosun.com

휴대폰 불법보조금 백태

지난 4월15일 토요일. 휴대폰 취재를 위해 용산 전자상가와 테크노마트를 갔습니다. 휴대폰 보조금이 합법적으로 허용된 지 20일이 지난 때였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유통 상가에서는 “보조금으로 7만원 더 얹어드려요”라며 불법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기자라고 밝히며 취재협조를 부탁하자 웃던 얼굴이 금방 싸늘해지며 다른 데서 알아보라고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았습니다. 기자임을 밝히지 않고 다른 상점들을 둘러봤습니다. 조회한 보조금이 7만원이라고 하자 14만원가량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마음에 둔 휴대폰을 고르라고 합니다. “7만원을 더 얹어 주네요?”라고 묻자 점원은 요즘 죽을 맛이라고 합니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휴대폰을 사는 사람들은 없기 때문이랍니다. 실제 보조금을 조회한 사람들은 적은 보조금에 실망하며 발길을 돌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동통신사에서 주는 리베이트라도 더 얹어주지 않으면 휴대폰 팔기가 막막하다고 합니다. 다른 가게도 둘러봤습니다.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집단상가중 몇 군데 가게를 둘러보고 대략적인 불법보조금 규모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까지 더 얹었습니다. 다들 불법 보조금을 얹어주지 않으면 손님 구경도 못한다는 말이 입에 붙었습니다. 다른 형태도 있습니다. 보조금을 주는 척 하면서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경우입니다. 모르는 순간 몇 년간 약정이 된다든가, 부가서비스에 가입된다든가 하는 일입니다. 제휴 신용카드를 내놓기도 합니다. 얹어주는 액수가 크다고, 무조건 싸다고 해서 덥석 손대면 큰일 납니다.

임상연 기자

sylim@chosun.com

“화창할 때 시작하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 많은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검찰과 감사원 조사 결과, 현재 가장 초점이 되고 있는 의혹은 바로 ‘론스타의 인수 과정에서 외환은행 경영진과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등의 커넥션이 있었는지’ 입니다. 의혹의 실타래를 푸는 것은 검찰과 감사원의 몫입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검찰과 감사원의 최종 결과는 7월이나 돼야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예정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요? 금융권에서 일명 ‘히트 앤 런(Hit and Run)’으로 불리는 론스타의 매각 작전이 성공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매각을 서두르고 있는 론스타가 5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죠. 세금 한 푼 안내고 말입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검찰과 감사원의 조사와 함께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된 국민은행의 결단입니다. 인수를 서두를 것이 아니라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권의 지적입니다.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비가 올 때 한 번에 쏟아지고 이후 화창한 날씨에 활동하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고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한 고민을 털어 논 바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화창할 때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국내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 외환은행과 관련된 의혹과 부정을 밝혀, 다시는 같은 일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윤현정 기자

yoonhj1213@chosun.com

중소기업들도 블루오션

<이코노미플러스>는 중소기업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정보화 성공사례 현장 속으로’라는 부제 아래 이번 달도 어김없이 진행됐습니다. 마감에 임박해서야 취재를 마쳐 다소 급한 마음에 기사를 써 내려갔습니다. 어렵고 난해한 용어들 때문에 이것저것 찾아가며 진행했는데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거나 틈새시장을 발굴해 내는 중소기업들의 활약이 대단하더군요. 국내 중소기업들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블루오션을 개척하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국내 중견·중소기업에게 정보화는 사각지대가 아니었습니다.

ERP시스템을 도입한 모 기업은 업무처리능률의 극대화, 정보기술 효과를 얻는 동시에 효율적인 비즈니스 라인을 구축할 수 있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하더군요.

중소기업들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차근차근 시도해 나가는 우리 경제의 기반인 중소기업들. 그들의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chosun.com

경복궁 어르신의 조언

경복궁에서 만난 방동규 어르신. 취재도중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인생의 후배를 위해 조언 한마디를 해주십시오.” 어르신은 껄껄 웃으시며 말하십니다. “인생에 무슨 조언이 필요 있어? 그냥 사는 거야. 못난 놈은 못난 짓하다가, 잘난 놈은 잘난 짓하다가. 당연히 못난 놈이 정신 차리고 잘난 짓할 수도 있고 말이야.” 우문에 현답입니다. 그는 덧붙입니다. “누가 어떻게 살라고 하면 자네는 그렇게 살겠어? ‘말’은 말 그대로 ‘말’일 뿐 인거야.” 그는 말을 잇습니다. “이런 말이 있어. ‘의사가 하는 말은 따라 해도 의사가 하는 행동은 따라하지 말라’고. 자네도 기자라니 ‘먹물’이겠구먼. 먹물들은 머리를 굴려 살아서 가끔 이상한 짓들을 해.” 얼마 전 신문을 보니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소득의 57%를 탈루했다는 기사가 나왔더군요. 연평균 6억3000만원을 벌어 겨우 2억7000만원만 신고했답니다. 이중 의사,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등 전문직 고소득자들의 탈루율은 42.8%입니다. 우리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