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국으로 접어들면 성장보다는 분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다고 합니다. 성장곡선이 둔화되고, 삶의 질이 좋아지면서 상대적 빈곤에 대한 해소의 목소리들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르기 마련입니다. 이를 간파한 듯 선진국의 기업들은 199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CSR이 사업에 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도출해냈습니다. 이는 ‘CSR이 주주를 위해 최대한의 이윤을 만드는 것’이라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입니다. 이에 따라 선진국 기업들은 아예 ‘사회적 책임을 위한 비즈니스(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 BSR)’를 발족시키기까지 했습니다.(www.bsr.org)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데 이견이 없는 듯합니다. 정부가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염원하고 있는데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최근 CSR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삼성그룹이 8000억원이라는 거액을 사회공헌을 위해 헌납키로 하면서 다른 그룹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기업이 무슨 자선단체냐’, ‘분배주의 정책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새로운 비용발생을 차단하는데 애써왔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때문에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그런 것 (즉, 사회공헌기금 조성)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을는지 모릅니다.

이런 점에서 삼성이 대대적으로 펼치는 사회공헌사업은 정부는 물론 경제학자, 기업 등 모두의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CSR이 단지 비용에 불과할 것인지, 이득을 창출하는 투자일지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