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 기준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인생의 고수(高手)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고수는 자기 분야에 열심히 몰두한 사람을 말한다. 몰두하다 보면 재미가 있고, 전문가도 되고, 자기가 즐거우니까 남도 즐겁게 해주고, 염불하다보면 잿밥이 들어오듯이 빵 문제도 해결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인생이면 성공한 인생이다.

컴퓨터 사주 전문가 김상숙 교사. 고등학교 컴퓨터 교사로 있으면서 25년 동안이나 사주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하였다. 팔자가 무엇인지를 규명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교감, 교장 진급도 못했지만, 컴퓨터를 사용하여 그 사람의 사주팔자를 감정할 수 있는 세계 최강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었다. 김 교사는 정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자기가 개발한 사주 프로그램을 USB에 저장하여 들고 다니면 어디를 가나 돈 들어오고 밥 들어오게 되어 있다.

오디오 마에스트로 일명 스님. 이 스님은 30년 동안 오디오 스피커 개발에 몰두하였다. 좋은 소리를 들으면 사람이 번뇌가 없어지면서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청년기에는 번뇌가 적지만 중년에 들어갈수록 걱정과 근심, 각종 번뇌가 택시 할증요금 붙듯이 늘어만 간다. 이걸 어떻게 처치해야 하는가. 방법 중의 하나는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듣기 좋은 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소리에 집중하면 근심걱정을 잊어버린다는 것이 일명 스님의 철학이었다.

기공 한의사 이의원. 서울공대 나와서 회사 취직은 제쳐놓고 서울 비원 앞에서 침쟁이 노릇을 하였다. 대학 다니면서 사이드로 익힌 침이 효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결국 브라질로 흘러들어가 산투스 의과대학을 다니면서 공학과 한의학 그리고 서양의학을 퓨전 시킨 치료기계를 발명해냈다. 그게 바로 ‘생명장치료기(生命場治療機)’다. 天(시간), 地(공간) 人(사람)을 종합한 기계다. 환자가 동서남북 중에 어느 방향으로 앉아 있느냐, 하루 24시간 중에서 어떤 시간에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는 독특한 기계다. 이거 발명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소설이 따로 없다.

묵방산 산지기 이우원. 연세대를 나와 젊은 날에는 한강 다리 밑에서 요트타고 놀던 오렌지족이었다. 그러다가 깡통 찼고, 최후의 각오를 하고 변산반도의 묵방산으로 들어가 산지기가 되었다. ‘굶어죽을 팔자라면 굶어죽자’는 게 그의 인생철학이다. 맨땅에 헤딩하는 초식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굶어죽지 않았고, 혈색만 좋다. 이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진리를 확인하게 해준다.

태권도 대부 이준구. 태권도를 통해서 미국의 주류사회에 진입한 인물이다. 태권도 고수인 그가 60년대 후반 20대 중반의 쿵푸전문가 이소룡을 만나 대련했던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소룡은 물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물은 하늘에서 내려와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겸손하다. 흘러가는 도중에 많은 생명들을 먹여 살린다. 공덕을 쌓는다. 마지막에는 수증기로 화해서 하늘로 승천한다. 물처럼 살고 싶다는 게 그의 태권도 철학이기도 하다. 이 세상 구경거리 중에 사람구경이 제일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삶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