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옥상에서 보면 어쩜 이렇게 사람들이 자갈처럼 작을까, 새삼 놀랄 때가 있다. 그러면서 이 작은 사람들이 서로 사이좋게 지내지 않고 의견충돌로 화내고 떠들어대는 모습은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생각해봤다. 어떤 일이 터졌을 떄 화를 지그시 누르고 찬찬히 성숙하게 풀어가는 자세가 무척 절실한 시대란 기분이다.

 누군가 '현대사회는 분노와 증오의 시대'란 말을 했는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만큼 사람들은 인내심이 부족하다. 최근에 내가 겪은 일만 봐도 그렇다. 나도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지만 같은 사람으로서 어쩜 이렇게 다를까, 안타깝고 내 스스로 참 쓸쓸했고 서글펐다. 다행히 잘 해결되었지만 한번쯤 누구나 생각해볼 사연이라 잠시 여기에 풀어두겠다.

 이틀 전 나는 경찰서에서 새벽 한 시가 되어서야 돌아왔다. 억울하게도 소음문제로 시비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밤 열 시에 아이를 야간반 어린이집에서 데려왔는데, 아랫집에선 저녁나절부터 우리 아이가 시끄럽게 뛴다고 억지를 써 급기야 경찰을 부르게 되었다.

 내게 시비를 걸어온 것이 벌써 일곱 번째였다. 두 번째인가 베이스 소리가 나오는 스피커에 문제가 있단 사실을 깨닫고 위치를 옮겼고, 혹시 오디오를 켤 때도 소리를 적게 하거나 아니면 아예 틀지 않을 때도 많았다. 문제는 이후 음악을 틀지도 않고 조용히 지낼 때도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고 와서 따지는 거였다. 집단환청이 있는지 온 식구가 몰려오곤 했는데,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고 이상하고 기괴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내가 대응을 안 하려 들자, 주인남자는 욕을 하고 대학생 아들은 위협을 가해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분노하며 따졌을 때 "남자니까 그럴 수 있지"란 아주머니의 전근대적인 말에 나는 적잖이 쇼크를 받았다.

 그 날도 경찰서에서 우리 집을 향해 가스통을 터뜨리고 싶다는 주인남자의 말에 한 경사님이 "아저씨가 고함부터 지르고 성질부터 내니 대화가 되겠어요, 그런 말 하시면 폭력으로 입건 되실 수도 있습니다"라고 하며 황급하게 제지시켰다.

 결국 아랫집을 향해 경범죄 5만원짜리 벌금 고지서를 발급하려는 걸 야밤에 달려오신 나의 아버지께서 말리시는 한편 나와 아랫집 여자를 화해시키셨다.

 "우리 애도 처음엔 본의 아니게 잘못을 했으나, 오늘 같은 경우는 여기 아주머니께서 잘못하셨습니다. 제 나이가 칠십인데 인생의 선배로서 들어주세요. 또 이런 얘길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웃도 사촌인데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면 서로 기분 좋게 지낼 수 있을 겁니다,"

 그대로 다 기억해낼 순 없지만, 아버지가 온화하고 편안하게 말씀하신 것이 감화를 주었는지 두 모자는 나에게 사과를 해왔고, 나도 그들의 사과를 받아들여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1갤런의 쓴 약보다 한 방울의 벌꿀을 사용하면 더 많은 파리를 잡을 수 있다" 는 링컨의 명언이 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일수록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고 남을 설득하는 방법에 대한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요즘 내가 읽는 책 중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눈여겨보았다. 내 속에 피가 되어 흐를 수 있도록․․․.

 "온화하게 얘기하라. 긍정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라. 고운 마음씨에 호소하라. 우선 칭찬하라. 작은 일도 칭찬하라. 자기 잘못을 말하라. 명령하지 말라. 격려하라․․․."

신현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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