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라 금융권의 도덕 불감증이 극에 달했다는 느낌이다.

 지난 7월26일 발각된 국민은행과 조흥은행 직원이 공모해 850억원어치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위조해 유통시키고 현금을 빼내서 도주한 사건을 위시해, 건수의 증가는 말할 것도 없고 금액이 갈수록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금융사고 가운데 횡령이나 유용은 380건으로 전년대비 14.8% 늘었으며, 금액으로는 1953억원으로 88.9%나 증가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급증하기 시작한 금융권의 대형 금융사고는 국민들이 받는 충격이 큰 데 비해, 해당 금융회사들이나 감독당국의 예방정책은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직무유기성 행태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도덕 불감증은 은행권은 물론이고 제2금융권인 증권회사, 캐피탈회사, 보험회사, 증권회사, 상호저축은행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돼가고 있다. 그만큼 많은 범죄가 행해지고 있고 그 수법도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수반하고 있지만 사전예방이나 사후조치는 아날로그적이고 무사안일하기가 그지없다. 물론 회사 입장이나 금융감독원 입장에서 볼 때는 아무리 감독 시스템을 강화한다 해도 금융회사 종사자들이 잘못된 마음을 갖는다면 사고 가능성은 언제나 있을 수 있다고 강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금융사고 피해는 결국 고객에게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보호 차원에서도 새로운 예방 대책 시스템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에 발생한 대형사고들의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우선 외환위기 이후에 대형 금융사고 발생이 빈번해진 것은 구조조정 이후 평생직장이었던 금융회사들의 직원들이 언제든지 감원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게 되었고, 이에 따라 그들이 부당한 방법으로라도 보상받겠다는 유혹이 생기게 되었을 개연성이 많다. 또 대규모 구조조정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지휘 감독하는 상급자들의 숫자가 적어지고 모두가 영업에 몰두하는 분위기로 인해 내부통제 시스템이 취약해졌을 개연성도 매우 높다. 이 밖에도 회사 내부에서 아무도 감독책임으로 인한 처벌을 받지 않는 분위기가 범죄자들의 심적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쉽게 범죄에 가담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의 도덕 불감증과 대형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행보다는 엄격한 일벌백계의 통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처가 필요하다.

 첫째, 손해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때 내부통제 시스템은 엄격한 책임이 수반되는 것이라야 한다. 예를 들어 해당 부서의 금전사고에 대해서는 상급 직원은 물론 담당 임원에게까지 직무상 책임은 물론 금전적 책임까지 지울 수 있는 강력한 체킹시스템(Checking System))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직원들의 해외도피에 대한 사전적 예방을 체계화하기 위해 다양한 행정적 견제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과거에 사용했던 방법이고 신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지만 금전출납에 관여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여권을 평상시에 회사에 예탁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다. 셋째, 과감한 전산투자를 통해 이중 삼중으로 체킹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넷째, 최근 발생하는 대형 금융사고는 주로 무기명 CD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 개정을 통해 조속히 기명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의 대형 금융사고는 금융시장 전반의 신뢰하락을 가속화시켜 결국 다시 금융권을 공멸시킬 수도 있다는  각성 하에 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하여야만 막을 수 있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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