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든 편법이든, 확언컨대 그만의 의지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를 지켜주는 ‘어르신’의 뜻을 무시한 채 행동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전례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는 ‘어르신’의 의중을 잘못 읽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0여년 넘게 가까이에서 보좌하면서 온갖 시험을 통과한 그가 ‘어르신’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돌출행동’을 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동안 그의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행동을 보면 더더욱 돌출행동이라는 말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그가 오로지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이를 그저 그만의 책임이라고 떠미는 행동은 동기를 유난히 중시하는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는 듯 싶습니다.

 어쨌든 그는 자신이 모든 짐을 짊어질 것을 다짐하고 있을 겁니다. 그동안 ‘어르신’으로부터 받은 과분한 사랑을 갚기라도 하듯 말입니다. 물론 ‘어르신’에 대해 큰 실망을 느꼈다면 사정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3년 전으로 기억됩니다. ‘4000억원 대북지원설’로 지금의 X파일처럼 사태가 심각해지자 당시 관련그룹의 2인자였던 모씨는 “당시 그룹 내 2인자였던 나 자신도 모르는 일 일뿐 아니라 그룹 구조상 대북사업을 전담했던 최고위층에서 처리했을 것”이라는 폭탄발언을 해 최고위층(지금은 작고)을 아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모씨가 당시 최고위층으로부터 알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받아 앙심을 품고 그 같은 발언을 했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껏 그를 보면 ‘어르신’에 깊은 비애를 느끼고 있는 듯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오 히려 이번 일로 ‘어르신’에 피해를 입힐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괜시리 그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동정심은 그를 포함해 1인자의 그늘을 안고 사는 모든 2인자들한테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쥐가 고양이 생각하는 격일까요.



                                                                                                       이창희

이창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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