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이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던 검색어를 훑어보니, 로또가 단연 1위에 올랐습니다.(34쪽 헤드라인뉴스 참조) 로또는 ‘행운의 여신’으로부터 낙점을 받아야만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불황탈출을 ‘몹시’ 갈구하는 서민들의 심정이 어느 정도 엿보입니다.

 요즘 로또의 최고 당첨금은 20억~30억원에 달합니다. 세금(당첨금의 30%)을 빼면 14억~21억원이 당첨자에게 돌아갑니다. 이 정도의 돈을 거머쥐면 어떤 삶을 누릴 수 있을까요.

 <이코노미플러스>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부자타운의 40평 이상 아파트에 거주하는 500가구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산을 조사해 보니, 평균 18억38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50~73쪽 ‘강남 부자들의 2005년 단상’ 참조) 지역별로는 강남구가 22억32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 16억1500만원, 송파구 15억1300만원 순이었습니다. 로또만 당첨되면 강남 부자타운의 40평 이상 아파트에서 거주하면서 이웃들과 같은 삶을 보낼 수 있게 됩니다. 경기불황으로 고통받는 서민들로서는 그야말로 꿈 같은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꿈 같은 세계에 살고 있는 강남 부자들도 요즘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중 하나가 부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것입니다. 2년 전 한국갤럽이 전국 만 20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를 보면, 부자들은 70% 이상이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하지만 이번 설문에 응한 강남 부자들 가운데 59.8%는 ‘정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 사람이 더 많다’며, 앞선 일반인들의 시각에 항변하듯 얘기했습니다. 아울러 강남 부자들은 부자들을 겨냥한 정책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 등을 골자로 하는 ‘8·31 부동산대책’에 대해 54.4%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 대목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이민을 가고 싶다고 말한 강남 부자들 중에는 자녀교육 문제보다 정치 불안을 그 이유로 든 사람들이 많은 데서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묻어납니다.

 2005년을 마감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역시 돈은 떳떳하게 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자를 꿈꾸는 서민들이나 강남 부자들 모두 곱씹어 봐야 할 명제인 것 같습니다.



                                                                   이창희

                                                         Economy Plus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