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역사는 짧다. 1973년 미국에서 유전공학 연구결과가 발표된 후, 이 기술의 장래성을 내다본 미국 학자와 기업체들은 여러 곳에 벤처회사를 창업했다. 그런데 그 바람이 한국까지 이르는 데는 1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국회가 유전공학육성법을 제정해 1984년 초에 발효하기 전까지는 이렇다 할 생명과학 관련 기반이 없었다. 그러나 그 뒤 많은 대학이 유전공학 혹은 생명공학 관련학과를 개설하고, 30여개 기업체는 생명공학연구소를, 정부는 출연연구소(현 생명공학연구원)를 개설하였다. 또한 2~3년 사이 선진국에서 교육받은 수백명의 전공학자가 귀국해 교수 혹은 연구원이 되는 등 그 경쟁력이 급속히 신장되었다. 결국 육성법은 오늘의 한국 바이오 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1994년 14년간 16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Biotech 2000’ 계획을 확정했다. 그간 창의성 과제사업, ERC(우수공학연구센터) 사업 등을 통해 연구능력이 급성장하였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10대 성장동력 사업’에 바이오신약 개발 및 생물장기 개발사업이 포함되었다. 이 사업은 기왕에 축적된 기술을 산업화하는 기업체들의 노력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LG가 개발한 팩티브는 우리나라 최초의 FDA 승인 신약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초로 개발되는 신약은 세계시장을 독점하게 되고, 그 부가가치는 막대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미국 Amgen사가 개발한 빈혈치료제 EPO는 그 값이 1그램당 65만달러에 이른다. 그런 이유로 전 세계 바이오회사들은 바이오신약 개발에 사활을 걸고 투자를 한다.

 요즘 들어 정부는 성공 가능성이 큰 다섯 가지 후보신약을 바이오스타 사업으로 지정하고, 집중 지원하고 있다. 점차 바이오스타 사업에 선정될 바이오신약의 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우리나라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줄기세포가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세계 지체부자유자 혹은 뇌신경질환자 가족들의 기대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크다. 줄기세포 연구결과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극복해야 할 고비가 수없이 많다. 물론 윤리문제는 사회적 공감을 얻는 데 넘어야 할 고비이며, 또한 관련 기초연구가 밑받침되어야만 한다. 줄기세포가 특정세포로 분화해야 하고, 이 세포들이 환부에 정착해 부작용 없이 기능을 옳게 발휘하도록 하는 데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연구 결과는 동물실험과 임상실험을 거쳐 안전함을 입증해야만 비로소 치료에 쓰일 수 있다. 이처럼 수많은 난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 연구결과의 응용까지는 몇 해가 더 걸릴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현재 체세포줄기세포 연구에서도 우리가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줄기세포의 마지막 단계도 생명과학의 기초연구가 반드시 뒷받침해야 한다. 기초연구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서는 이 분야 연구에 앞선 선진국이 먼저 그 열매를 따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산업은 무한한 가치창출이 가능하며, 그와 관련한 분야는 다양하다. 예를 들면, 미생물을 이용한 신약 개발, 환경 및 수질 정화, 게놈정보를 이용한 맞춤의료, 유전자를 이용한 새 품종의 가축 혹은 식량 개발 등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분야는 투자량이 좌우하는 장치산업이 아니라 창의성 여부가 결판을 내는 두뇌산업이다. 또한 최초, 일등 아니면 의미가 없는 시간싸움의 산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늦은 출발이지만, 그간 연구개발과 고급인력 양성에 힘써 왔으며, 바이오산업에 대한 인식도 크게 향상되었다. 냉정하게 평가해도 우리의 바이오산업 미래는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