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마케도니아 지방에 있는 테살로니키는 ‘다양한 이야기, 하나의 심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10개 이상의 테마 길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리스 마케도니아 지방에 있는 테살로니키는 ‘다양한 이야기, 하나의 심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10개 이상의 테마 길을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전 넷밸류코리아 한국지사장, 현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 ‘마케터의 생각법’ ‘레인메이커’ 저자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전 넷밸류코리아 한국지사장, 현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 ‘마케터의 생각법’ ‘레인메이커’ 저자

매년 세계에서 값어치가 높은 브랜드가 어디인지가 발표된다. 여러 곳에서 발표하지만 세계 100대 브랜드를 꾸준히 선정해 온 인터브랜드의 순위가 대표적이다. 매년 인터브랜드는 브랜드의 자산 가치에 따라 1등부터 100등까지를 발표한다.

작년에 발표한 세계 100대 브랜드 중 절반 이상이 미국 브랜드였다. 52개였다. 세계 1위도 미국 애플이었다. 100대 브랜드 중 하나라도 보유한 나라는 14개 나라밖에 안 된다. 미국 다음으로 프랑스와 독일이 각각 9개, 일본이 7개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이 5개로 그 뒤를 이었으며, 우리나라는 3개를 보유한 것으로 발표됐다. 삼성, 현대, 기아가 각각 5위, 36위, 86위를 기록했다.

등수 얘기는 원래 재미있는 법이다. 이제 100대 브랜드는 마케팅이나 브랜딩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익숙한 자료가 돼 버렸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런데 매년 도시 브랜드 순위도 발표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이것도 등수 얘기라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끌 만한데, 아직은 유명하지 않다. ‘안홀트-입소스 도시 브랜드 지표(Anholt-Ipsos City Brands Index)’는 매년 도시 브랜드의 순위를 보여준다. 지난해 세계 1위 도시 브랜드로는 런던이 선정됐다. 시드니, 파리, 뉴욕, 로마, 암스테르담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10위까지는 모두가 서구 도시이고, 특히 유럽 도시가 많이 선정됐다.

이 지표의 이론적 근거는 사이먼 안홀트가 제공한다. 사이먼 안홀트는 장소 브랜드 분야에서 명성을 얻은 사람이다. 그는 6각형 모델을 제시했고, 그 모델에 따라 도시 브랜드를 평가한다고 한다. 소위 ‘6P’로 도시의 순위를 매기는데, 다음과 같다.

·Presence(존재감)-국제적 인지도와 문화적, 과학적, 정치적 위상
·Place(장소성)-도시의 물리적 경관과 이미지
·People(사람)-현지인의 친절함과 개방성 및 안정성
·Pre-requisite(기반시설)-학교, 병원, 교통 등 생활 기반시설
·Pulse(생동감)-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생활, 여행의 매력과 재미
·Potential(잠재력)-거주민과 외부인에게 제공되는 경제와 교육 기회

최고의 브랜드로 선정된 도시들은 성공적인 도시 브랜딩을 꿈꾸는 지역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성공적인 도시 브랜딩의 트렌드’로 포장돼 도시 브랜드 전략의 바로미터처럼 쓰이고도 있다. 그러니 사이먼 안홀트의 6P가 도시 브랜드 전략의 기준으로 많이 활용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 하겠다. 왕왕 경험한 사실이다.

그래서 꼭 말하고 싶다. 성공은 그 자체로 바로미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글로벌 도시’와 로컬의 ‘작은 도시’는 처한 상황과 노리는 타깃, 그리고 활용할 수 있는 헤리티지의 양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안홀트의 6P 개념은 도시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측정하는 지표로는 훌륭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부산 등의 대도시 외에는 해당하는 곳이 별로 없는 지표인 셈이다.

그래서 성공적인 도시 브랜딩을 열망하는 수많은 소도시를 위해서라도 안홀트의 6P가 이대로 도시 브랜드 전략의 길잡이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 생각해 보자. 모든 도시가 ‘도시의 국제적 인지도와 문화적, 과학적, 정치적 위상(Presence)’을 고려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이민자에게 제공되는 경제와 교육 기회(Potential)’를 먼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가 이 세상에는 훨씬 더 많다.

사실 이 두 P 때문에 유럽 도시들이 실제보다 후한 평가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작은 도시들이 브랜드 전략을 수립할 때, ‘성공한 메가시티’를 벤치마킹이란 미명하에 맹목적으로 따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각 도시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전략과 우리의 고유성을 반영할 방법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는 하나의 브랜드이기 이전에 그곳에서 삶을 꾸려온 수많은 이의 기억과 시간이 누적된 공간이다. 이것이 도시 브랜딩이 일반적인 브랜딩과 결정적으로 달라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역 고유성 극대화해야

테살로니키(Thessaloniki)는 지역 고유성에 기반한 성공적인 도시 브랜딩의 사례로 꼽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다. 10년 전, 관광객이 아테네와 그 주변 섬들에만 관심을 두던 시기에 테살로니키의 야니스 부타리스(Yiannis Boutaris) 시장은 테살로니키를 그리스의 매력적인 관광지로 만들고 싶었다. 문제는 테살로니키가 아테네와도 많이 떨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관광객이 굳이 찾아와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만 했다.

테살로니키는 그리스의 마케도니아 지방에 있는 도시로, 역사적으로 고대 그리스부터 로마, 비잔틴, 아르메니아 등 다양한 나라와 민족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도시다. 좋게 말해서 ‘다양한 역사적 이야기’가 있었던 곳이지만 부정적으로 보자면 ‘뭐 하나 특별하게 내세울 게 없는 도시’이기도 했다.

기업가 출신인 부타리스 시장은 역사·문화적 다양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야기의 도시로 테살로니키를 브랜딩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다양한 역사적 이야기가 있는 도시’를 표방하기 위해 2011년 테살로니키는 새로운 슬로건의 도입으로 브랜딩을 시작했다. ‘Many Stories, One heart(다양한 이야기, 하나의 심장)’가 슬로건으로 제정됐다.

다양성을 도시 브랜딩의 에센스로 설정한 후 10개가 넘는 테마 길(Themed Route)을 다양성의 실체로 제시했다. 로마 길(Roman Route), 기독교와 비잔틴 길(Early Christian and Byzantine Route)에 모자이크 양식 길(Mosaics Route), 아리스토텔레스 길(In The Footsteps of Aristotle)로 역사 탐방로를 만들어 냈다. 와인 길(Wine Route)을 정비해 상업적 효과를 꾀했고 현대 건축 길(Modern Architecture Route)을 통해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시도는 큰 성공을 거뒀다. 지역의 고유성을 극대화하고 도시 브랜드의 에센스를 실체로 경험할 수 있게 한 점에서 테살로니키는 작은 도시가 브랜드 전략을 수립할 때 살펴봐야 할 훌륭한 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