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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현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현 한·인도네시아경영학회 회장, 전 미국 하버드대방문연구원
김기찬 가톨릭대경영학부 교수 서울대 경영학 박사,현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현 한·인도네시아경영학회 회장, 전 미국 하버드대방문연구원

세종, 정조 등 조선시대 국왕과 재상의 리더십을 연구해온 박현모 교수에 따르면, 세종이 37세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연결하라, 그러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다.” 세종은 한국의 르네상스를 일으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르네상스(Renaissance)는 ‘Re(다시)’와 ‘naissance(사람의 탄생)’를 합친 말로, ‘인간의 재탄생’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즉, 르네상스가 의미하는 ‘문예 부흥’은 인간 재발견의 결과다.

세종은 인간 재발견을 통해 한글 창제와 반포, ‘농사직설’ 등 혁신을 이뤄냈다. 한국의 르네상스 문예 부흥 성과는 C4, J0, K21, O19로 요약된다. 15세기 초부터 중반까지 전 세계 국가별 과학적 성과물을 요약한 기호인데, 중국(China)은 4건, 일본(Japan)은 0건, 조선(Korea)은 21건, 기타 국가(Others)는 19건이라는 뜻이다. 이 시기는 세종이 재위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조선은 전 세계 과학 기술을 이끄는 최첨단 국가가 됐다.

위대한 리더는 더 좋은 세상에 대한 꿈과 절실함으로 시작된다. 미국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책 ‘위대한 기업’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5단계 리더십 요건으로 ‘겸손(humility)’과 ‘강한 의지(will)’를 꼽았다. 즉, 리더는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는 겸손함이 있다. 세종에게도 사람을 찾는 겸손과 광적인 실천력이 있었다. 

결국 위대한 리더와 평범한 리더의 차이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좋은 리더는 적합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경영이란 평범한 사람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내는 것이다. 리더는 평범한 사람의 강점을 모아 그들의 약점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능력 있는 엘리트도 약점인 분야에 업무를 배치하는 순간 무능력자가 된다. 

이는 신문명의 전환기로 불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다시 세종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르네상스 운동은 우리의 주요 과제가 됐다. 르네상스 운동은 노동하는 인간을 생각하는 인간으로 재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다. 생각하는 사람은 문예 부흥을 이끈다. 이것이 곧 혁신의 바탕이 된다. 

인간 재발견은 노동자와 기업이 극도로 대립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노동자와 기업 간 갈등의 핵심은 인간의 본질인 ‘생각하는 사람(thinker)’과 ‘노동자(worker)’의 대립이다. 르네상스가 끝난 후 일어난 산업 혁명은 ‘사람=노동자’로 보도록 만들었다. 산업 혁명 이후 사람의 역할은 기계의 일을 도와주는 노동에 초점이 맞춰진다. 산업 혁명 이후 일은 곧 노동이고, 기업가는 직원을 노동시키는 관리자가 됐다. 결국 이는 노사 대립의 배경이 됐다.

코로나19 이후 문명 대전환의 패러다임은 생각하는 사람으로의 복귀가 돼야 한다. 기업은 새로운 사고와 혁신을 통한 신기술과 신제품 혁신을 가장 필요로 한다. 그런데 혁신을 ‘목표’로 보는 기업과 ‘결과’로 보는 기업이 있다. 전자는 혁신을 전략 관점에서 접근한다. 전략으로 보는 혁신은 조직이 감내해야 할 고통으로 여겨지지만, 후자는 혁신을 문화적으로 접근한다. 문화적 접근의 핵심은 ‘생각하는 사람’으로 복귀, 즉 사람의 재발견이다. 

이런 혁신을 위해서는 노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것이 노사 관계와 혁신을 전략과 대립이 아니라 문화와 르네상스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혁신이 전략이 되면 노동자는 투쟁을 시작하지만, 혁신을 문화로 보면 생각하는 사람이 상상하기 시작하고, 상상을 고객 경험으로 만들었을 때 기업 혁신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