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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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여기저기에서 쉴 틈 없이 세계 경제에 대한 경고장이 날아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가속, 경기 둔화 같은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크고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6월에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 경제 전망은 제목부터가 ‘전쟁의 대가(The Price of War)’일 정도로 굉장히 직설적이었으며,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세계은행 전망에서는 수년 동안 글로벌 충격의 장기적 영향 축소를 위해 각국 정부의 강력하고 광범위한 정책 대응을 요구했다.

그만큼 세계 경제가 어렵다는 것인데 이런 우려는 6월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을 단행함과 동시에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1.1%포인트 하향 조정한 1.7%로 발표하면서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일부이긴 하지만 올 연말에는 7%까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잡기에 집중한다면 경기 침체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시장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당연히 우리 경제도 이런 우려에서 비켜 갈 수 없어 보인다. 내수 부진으로 이미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하하는 상황에도 물가 상승이 일어나는 현상)이 진행 중인 우리 경제가 세계 경제 부진에 빠지게 되면 외수마저 흔들리면서 내·외수 복합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6%에 그쳐 2021년 4분기 1.2%에서 대폭 하락했는데, 이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1.1%로 약화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하반기로 갈수록 고물가 고금리가 내수 회복에 큰 짐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5%대에 이른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문제지만,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향후 국내 기준금리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가계는 가계대로 고물가에 따르는 실질 구매력 약화와 이자 부담에 힘들고, 기업은 기업대로 자본재 가격과 자금 조달 비용 상승에 채산성 악화까지 겹치게 되면 투자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외수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에는 순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1.7%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의 회복을 견인했지만, 2분기부터는 이 정도로 높은 수준의 순 수출의 성장기여도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올해 들어 5월까지 통관 기준 무역수지 적자는 누적 78억달러(약 10조2500억원)에 달한다. 물론, 하반기로 갈수록 국제 원자재 가격과 원화 환율 등이 점차 안정화되면서 무역수지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난해 기록한 무역흑자 292억달러(약 38조3900억원)에는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 추계상 실질 재화 수출을 보더라도 유사한 전망이 가능하다. 지난 5월 발표된 한국은행 경제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10.0%를 기록했던 실질 재화수출 증가율은 올해 3.3% 정도 수준으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수출의 성장기여도도 2.3%포인트에서 0.9%포인트로 대폭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산, 중국 경제의 경착륙, 신흥국 위기의 전이 등 같은 대외 리스크뿐 아니라 국내 부동산 및 주식 시장의 불안정성 확대 같은 대내 리스크 중 어느 하나라도 현실화한다면 외수를 포함한 실물경기 전반의 침체는 물론 금융에까지 이르는 차원이 다른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우리 경제에 실물과 금융의 복합 불황이 닥칠 것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대내외 환경이 이런 우려를 키워가고 있는 것만큼은 명확한 사실로 충분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