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전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고려대 외교학,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 전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요즘 ‘꼬마빌딩’ 몸값이 상한가다. 꼬마빌딩은 20억~50억원 정도의 중소형 규모 건물(상가빌딩)이다. 요즘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100억원 이하의 건물도 꼬마빌딩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꼬마빌딩은 광의의 개념으로 다세대주택, 상가주택 같은 것도 포함된다.

과거에는 빌딩은 기업체들이 주로 소유하는 건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개인들도 아파트를 팔고 대출을 안으면 빌딩주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꼬마빌딩은 ‘수익형 부동산의 꽃’이라고 할 만하다. 거래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임대수익률이 많이 낮아지고 있어 은퇴자들이 임대소득을 예상하고 매입하기는 녹록지 않다. 그만큼 입지나 상품을 잘 골라야 한다.


거래 급증하는 상가빌딩

부동산중개법인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 지역 100억원 이하 빌딩 거래는 222건, 1조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42건, 7400억원)과 비교할 때 거래 건수와 금액이 각각 56.3%, 36.5% 늘었다. 그만큼 수익형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안정적인 임대소득을 원하는 은퇴자들이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예금금리 수준이 낮아지면서 꼬마빌딩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늘었다. 돈이 무차별적으로 풀리면서 수익형 부동산이 유동성 세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로 은퇴자들이 집을 한 채 더 사기보다는 꼬마빌딩을 찾는 경향도 인기의 또 다른 이유다.

이러다 보니 요즘은 꼬마빌딩 수요가 몰리는 강남권에서는 50억원 이하의 상가빌딩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매물이 나와도 100% 상가로 채워진 건물이라는 의미의 ‘올(all) 근생 건물’은 드물고 상가주택이나 다세대주택, 원룸주택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상가주택을 포함한 주택은 취득세나 양도세에서 다주택 규제를 적용받는다. 이러다 보니 꼬마빌딩 수요자들이 대체재를 찾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마용성’ 일대로 이동하고 있다. 마포구 서교·연남동, 용산구 한남동, 성동구 성수동 일대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건물값 제외 땅값, 공시지가 2배 안정적

꼬마빌딩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표준화·규격화된 부동산을 사는 것과는 달라 요모조모 따질 게 많다. 같은 동네라도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가치가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품을 팔아 유동인구 흐름, 최근 거래 사례 등을 체크하는 것은 필수다.

꼬마빌딩에 투자할 때 우선적으로 따져야 할 것은 입지 경쟁력과 임대수익률이다. 좋은 입지로는 업무지역, 역세권, 먹자골목, 대학가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인기 지역일수록 땅값에 거품이 끼기 쉽다. 요즘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대세를 이루면서 상권이 요동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경제활동이 정상화된 이후에 상권이 활기를 띨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다만 한 번 무너진 상권은 되살아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잊지 말자.

꼬마빌딩을 살 때는 건물값을 제외한 땅값이 공시지가의 2배 이내여야 안정적이다. 명목 임대수익률은 서울 강남권에서는 요즘 연 1.5~2.5%, 강북권은 2~3%, 수도권은 3%대다. 4~5년 전보다는 임대수익률이 30~5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 명목 임대수익률은 취득세와 재산세 등 비용을 제외한 연간 임대료 수입을 순 투자금으로 나눈 것이다. 임대수익률이 이처럼 떨어진 것은 임대료 수준은 정체돼 있지만 매매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입을 하더라도 가격 메리트, 향후 성장성 등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 좋다. 임대수익은 높을수록 좋지만 주변보다 턱없이 높으면 조작 가능성이 없는지 체크해야 한다. 매도자로부터 받은 임대차계약서가 허위일 경우 매매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을 특약 사항에 넣어두는 것도 좋다.

또 한 임차인에게 건물 전체를 세놓은 ‘통임대’의 경우 관리가 편하고 수익률도 높지만 공실 위험은 크다. 임차인이 갑자기 사무실을 비울 때 임대료 절벽이 생길 수 있으므로 여러 임차인에게 세놓은 건물을 고르는 게 낫다.


서울 강남역 인근 빌딩의 모습.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강남역 인근 빌딩의 모습. 사진 조선일보 DB

리모델링 통해 빌딩 가치 올리기

낡은 건물을 사서 리모델링을 거쳐 임대수익을 올리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다만 세입자의 명도 문제와 비용이 뒤따른다. 지난해 새로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거래에서 명도가 어려워졌다. 한 번 임차인을 들이면 10년까지는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고 계약갱신 시 올릴 수 있는 임대료 상한 요율도 9%에서 5%로 낮췄다. 따라서 세입자를 만나 일일이 명도 문제를 협의하기 어려운 경우 매도자 명도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도 좋다. 또 다주택 규제를 받지 않으려면 매도자로 하여금 주택 부문을 상가나 업무용으로 용도 변경하도록 하고, 그 조건으로 계약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리모델링 비용은 건물 연면적 기준 3.3㎡당 250만~350만원으로 신축 비용(500만~600만원 안팎)보다 저렴한 편이다. 리모델링을 할 때 해당 지역의 지구단위계획, 정화조, 건축선, 주차 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전에 자금 조달 계획부터 짜야

개인이 꼬마빌딩을 매입할 때 자금 조달 계획을 넉넉하게 짜야 한다. 빌딩을 막상 매입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수리비 등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 건물 내부에 유흥주점이 있으면 해당 면적만큼 취득세 중과라는 복병을 만날 수도 있다. 주택이 있는 꼬마빌딩은 이른바 ‘방 공제’인 최우선 변제 금액만큼 담보대출 한도가 확 줄어든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간혹 금융기관의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제한으로 일정 기간 빌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사전에 대출 가능 금액과 기간을 파악해둬야 뒤탈이 없다.

지금 당장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경우 꼬마빌딩 투자 로드맵을 짜는 것도 좋다. 가령 2~5년 정도 기간을 잡고 아파트나 금융자산을 팔아 자금을 확보한 뒤 물건을 탐색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하반기 이후 금리 정상화가 진행되면 대출금리가 오를 수 있으므로 너무 많은 빚은 부담이다. 대출 이자를 비용 처리하기 위해 대출을 많이 낸다고 하더라도 매입가의 50%를 넘지 않는 게 좋고, 장기적으로는 30% 이내가 안정적인 것 같다.

5월 17일부터 토지·빌딩·오피스텔 등 비주택 대출에 대한 LTV 70% 한도 규제가 은행 등 전 금융권으로 확대됐다. 7월부터는 서울 강남구 등 토지 거래 허가구역에서 LTV가 40%로 제한될 예정이다. 현재 토지 거래 허가구역은 서울의 경우 강남구 삼성·대치·청담·압구정동, 송파구 잠실동, 용산구 이촌동·한강로 1~3가,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성동구 성수동 등이다.

서울시에서 주거지역은 18㎡, 상업지역은 20㎡ 초과 시 토지 거래 허가를 받도록 한다. 토지 거래 허가구역에서 상가건물을 살 때는 적어도 일정 면적 이상 실사용을 해야 허가가 난다. 전체 건물을 임대 목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다만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진행하는 온비드 공매나 민사집행법상 경매로 토지를 낙찰받는 경우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